붕괴된 와우 아파트 (사진=국가기록원)
1968년 2월 10일 여의도 한강의 밤섬이 폭파됐다. 당시 서울시장 김현옥은 밤섬에 다이나마이트를 묻은 뒤 폭파시켜 섬 자체를 물 아래로 가라앉혔다. 서울시의 여의도 개발사업 때문이었다. 이에 조선업 등으로 먹고 살던 밤섬 주민 400여명은 홍익대학교 옆 와우산 꼭대기로 강제 이주됐다.
밤섬 주민들은 와우산 자락으로 이동했고 와우산에는 와우아파트가 들어섰다. 서울시가 6개월만에 건립한 서민아파트였다.
이 같은 일련의 건축·개발 사업을 통해 김현옥 시장은 '불도저 김'으로 불렸다.
그러나 1970년 와우아파트 15동이 무너지는 끔찍한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33명의 입주민이 죽고 38명이 부상을 입었다.
와우아파트 건축 당시 서울시는 막무가내 입찰가 후려치기와 속도만을 강조할 뿐이었고 일부 동 건설을 맡았던 대룡건설은 무허가 토건업자에게 하청을 주는 등 정상적인 상황이 없을 정도로 국내 건설업의 부실공사 수준이 여실히 드러났다.
건설·개발 사업은 불가피하게 무언가를 훼손하는 사업이다. 이를 업으로 하는 기업들은 필연적으로 환경을 파괴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멀쩡히 살던 주민들을 쫓아내야 하는 상황도 맞닥뜨린다. 밤섬이 폭파되고 쫓겨난 주민들이 와우산 자락으로 이동했듯이 말이다.
와우아파트의 비극을 보면 사람과 환경, 정부와 기업의 상생 그 어느 것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건설업계의 ESG경영이 반갑다. 일각에서는 "건설업계가 ESG경영을 얘기하는 게 좀 앞뒤가 안 맞긴하다"며 명확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ESG경영의 핵심이 상생이라는 점에서 건설업계의 ESG경영을 향한 시도와 의지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무언가를 부수는 게 건설업계의 일이라지만 다시금 쓸 수 있게 만드는 일도 그들의 책임이어야 한다. 그리고 다수의 건설사들이 이 책임을 피하지 않고 있다.
한화건설과 한양 등이 중대재해 2년 연속 제로 달성 목표를 내세우며 안전경영에 대한 의지를 보이는 것은 근로자와 상생을 강조한 건설업계의 좋은 사례다.
삼성물산과 DL이앤씨 등도 각종 스마트 기술을 통해 근로자의 안전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롯데건설 등이 층간소음 문제 해결에 나선 것 역시 사회적인 측면에서 상생을 위한 시도로 평가받을 만 하다. 층간소음에 살인까지 나는 세상이다.
친환경 사업에 뛰어드는 GS건설, SK건설 등의 움직임도 주목을 받고 있다. GS건설은 수처리 기술 앞세워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사업’에 나서고 있다. 스마트양식은 고도의 수처리 기술을 통해 바닷물의 오염물질을 정화해 깨끗한 바닷물로 청정 해산물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SK건설도 폐기물처리 플랫폼 업체 EMC홀딩스를 인수한 뒤 친환경 사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정부 또한 ESG경영에 환경성과 평가체계를 통해 보상 움직임을 보이는 등 ESG경영에 나서는 기업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보여주기식 ESG경영이라거나 투자를 받기 위한 움직임에 불과하다는 일부의 지적이 나올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상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희생의 정글과는 완전히 안녕을 고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