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호 전 무신사 대표 (사진=무신사)

남혐논란 등으로 최근 한달간 유통업계의 주요 수장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과거에는 교과서적인 사과 멘트로 어영부영 넘어갔으니 격세지감이다. 훈풍이 다시 불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달 초 무신사 조만호 대표가 사임했다. 조 대표는 최근 있었던 남성 혐오 논란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조 대표는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한다.

조 대표는 최근 불거진 무신사의 남혐 논란과 관련해 “이벤트 이미지 논란으로 무신사에 실망한 고객분들과 피해를 본 입점 브랜드에 진심으로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 3월 무신사 측은 여성 고객 유입을 늘리기 위해 '여성 고객 전용 할인쿠폰'을 지급했으나 남성 고객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또 4월에는 카드를 잡고있는 집게손 이미지가 담긴 홍보 포스터가 극단 여성주의 커뮤니티인 메갈리아에서 사용하는 남혐 상징 이미지와 유사해보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GS리테일도 무신사와 마찬가지로 남혐 논란 포스터 사건으로 관련 임직원들이 징계를 받았다. 조윤상 GS리테일 사장은 해당 논란에 책임을 지고 조직 개편을 통해 편의점 사업부에서 물러났다. 여기에 GS25 홍보 포스터 디자인을 제작한 디자이너는 징계를 받았다.

과거 대리점 갑질논란 등으로 소비자들의 미운털이 박혔던 남양유업도 칼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남양유업을 재기불능 수준으로 만든 사건은 불가리스 사태였다.

앞서 남양유업은 대표 유산균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세종시에 세종 공장 2개월 영업 정지 처분을 요청했다.

소비자들의 거센 비난은 활화산처럼 폭발했다. 이에 따라 홍원식 회장은 지난달 4일 사퇴 의사를 밝히며 경영권을 세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홍 전 회장의 모친 지종숙씨와 장남 홍진석씨도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27일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홍 회장의 아내 이운경 씨, 손자 홍승의 씨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한 주식 37만8938주(지분 53.08%)를 3107억 원에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 이로써 홍회장 일가는 남양유업의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업계에서는 잇따른 유통기업 수장들의 퇴진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통가의 수장들이 연쇄적으로 물러나는 건 처음 겪는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점이 아쉽다”고 전했다.

블랙컨슈머를 넘어 기업을 악질적으로 몰아가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시대가 빠르게 변화할수록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중요하다.

과거 기업들의 모습을 복기해보면 수장들이 직접 사과하고 사퇴하는 모습은 분명 발전했다. 어쩌면 소비자들과 점점 가까워지는 과도기일 수도 있다.

유통업계가 주요 수장들의 줄퇴진을 반면교사 삼아 소비자와 기업이 모두 웃을 수 있도록 나아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