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0.75%로 인상했다 (사진=한국은행)
가계대출 옥죄기가 은행에서 제2금융권까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압박까지 가해지고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 시대가 끝났다고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말 대출이 필요한, 투기와는 거리가 먼 서민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지난 24일부터 11월 30일까지 신규 부동산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전세자금대출을 9월 말까지 사실상 중단했다. SC제일은행과 하나은행도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은행의 연이은 대출 중단은 금융당국의 압박이 통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05조9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1조2000억원 늘었다. 이처럼 가계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나자 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맞추라는 압박을 했고 은행들은 아쉽지만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앞서 당국은 가계부채를 막기 위해 온갖 방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빚투’·‘영끌’로 귀결된 투자는 멈추지 않았고 결국 당국은 은행의 대출을 직접 관리하는 창구지도까지 나설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어떠한 대책도 없이 조이기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기수요는 물론 실수요까지 규제가 이뤄지면서 당장 자금을 써야 하는 서민들도 고스란히 피해를 받고 있다.
집값과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받아야 하는 서민들이 대표적이다. 또 실물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빚으로 연명하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경우 당장 돈을 구할 길이 없어 제2금융권이나 사채시장에 손을 내미는 상황이다.
계속된 불만에 금융당국도 “일부 대출 중단은 가계대출 관리방안의 일부”라며 진화에 나섰다. 또 투기 목적의 대출만 막겠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투기와 실수요는 가려내기 어렵다. 결국 이번 은행발 대출 중단 사태도 근본적인 원인은 해결하지 못한 채 서민들에게 피해만 주는 아쉬운 처방일 뿐이다.
가계부채가 급증한 건 저금리 기조하에 돈을 쉽게 싸게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저금리 정책이 필요했다. 하지만 결국 부채는 쌓일 대로 쌓이고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당국이 '정상화'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테이퍼링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국은행은 전날 기준금리를 연 0.50%에서 0.75%로 0.25%p 올렸다. 여기에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놨다. 사실상 초저금리 시대는 끝났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열심히 산 죄 밖에 없는 서민들이 또 눈물을 흘리지 않게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