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들이 환불을 받기 위해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사옥에 몰려들었다 (사진=연합뉴스)
‘머지포인트’ 사태는 지난 2주간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 ‘무제한 할인 20%’를 앞세워 소비자 100만명을 사로잡았던 ‘머지포인트’는 무책임했던 준비로 인해 결국 대규모 환불 사태를 불러왔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핀테크 중심의 플랫폼 사업이 점차 커지고 있지만 제도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결국 피해는 소비자만 보게 됐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머지포인트’의 본사가 위치한 서울 영등포구의 한 건물 앞에는 환불을 받기 위한 가입자들이 끊임없이 줄을 서고 있다. 일부 가입자가 일정 금액을 환불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무더운 날씨에도 많은 가입자들이 몰렸다.
지난 2017년 10월부터 영업을 시작한 ‘머지포인트’는 20% 할인된 금액으로 대형마트, 편의점, 커피전문점 등 200여개 제휴 브랜드 6만여개 가맹점에서 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점차 가입자가 늘었다.
하지만 ‘머지포인트’는 지난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자금융사업자로 등록조차 하지 않았다. 등록을 안 한 것인지, 몰라서 못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법 위반 사실을 인지한 ‘머지포인트’ 측은 지난 11일 서비스를 축소 운영하겠다는 공지와 함께 ‘머지머니’ 판매와 ‘머지플러스’ 이용도 중단했다.
이러한 무책임 운영에 소비자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머지포인트’도 문제였지만 2년 넘게 사업을 하고 가입자가 100만명에 이르는 기업의 전자금융사업자 등록을 한 번도 확인해보지 않은 당국의 허술함에도 많은 충격을 받았다. 심지어 이번 사태도 ‘머지포인트’ 측이 투자 유치를 위해 금융감독원에 해당 사업을 문의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가장 큰 문제는 가입자들이 피해 보상을 받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이다. ‘머지포인트’의 재무 자료에 따르면 포인트 부채(포인트 선결제) 등 미지급금만 300억원이 넘었다. 돈을 돌려줄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머지포인트’ 사태를 방관한 금융당국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머지 플러스가 등록 업체가 아니어서 감독할 법적 권한이 없으며 미등록 업체들까지 모두 감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눈앞에서 돈을 잃게 생긴 가입자들만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태가 점차 커지자 금융감독원은 정은보 금감원장 주재로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등록된 선불업자 65개 업체에 대해 이용자 자금 보호 가이드라인의 준수 실태를 재점검하고, 등록되지 않은 사례가 있는지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마련된 자금 보호 가이드라인 또한 의무가 아니라 권고 사항이어서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머지플러스가 전자금융사업자로 등록했더라도 문제가 생겼다면 소비자를 보호할 근거 조항이 없다는 얘기다.
‘머지포인트’는 월 거래 금액만 400억원에 월간 이용자수가 68만명에 달하는 대형 모바일 바우처 업체다. 대형 업체인만큼 한번 문제가 발생하면 피해 크기도 심각하게 커진다. 관리·감독을 허술했기 때문에 결국 이러한 역대급 ‘먹튀’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금융당국이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문제 해결은 최대한 빠르고 명확하게 하면서도 금융당국은 이번 ‘머지포인트’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관리·감독 강화, 관련 법안 마련 등 제도적 뒷받침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