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푹신 왕만두' 2종. 사진=김성준 기자
최근 부담스러운 외식 물가에 가정간편식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부쩍 다양한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가정간편식은 이제 우리 식생활에 없어선 안될 만큼 깊이 자리 잡았는데요. 가정간편식 원조 격인 냉동만두도 선택지가 넓어지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죠. 냉동만두 시장에서 굳건한 1위를 차지하는 CJ제일제당도 이마트와 손잡고 ‘혁신’을 내건 냉동만두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가정간편식 구매 시 고려하는 요소는 사람마다 다양하겠지만 ‘조리 편의성’만큼은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번에 CJ제일제당이 선보인 ‘폭신 왕만두’도 높은 편의성이 눈에 띄는 제품입니다. 사실 이미 전자레인지로 조리할 수 있는 냉동만두 제품이 여럿 있는지라, 전자레인지로 조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점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제품의 독특한 점은 다른 조리 방법 없이 오직 전자레인지 기준 조리 시간만을 안내하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다른 만두 제품에 있어 전자레인지 조리가 찜기나 에어프라이어, 후라이팬 등에 뒤따라오는 선택지 중 하나라면, 이 제품은 오직 전자레인지 조리 ‘외길 인생’인 셈이죠. 전자레인지 조리만으로도 충분한 맛을 끌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입니다.
'푹신 왕만두' 고기맛과 김치맛을 조리한 모습. 사진=김성준 기자
제품 포장지에는 큼지막한 제일제당과 이마트 이름을 새겨넣어 협업 제품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밑으로는 꽉 찬 만두소가 인상적인 ‘반갈샷(제품을 반으로 갈라 단면 사진을 찍는 것)’이 보입니다. 포장지 디자인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게 느껴지네요. 제품 한 봉지에는 4개 만두가 들어 있습니다. 기존 비비고 만두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크긴 하지만 ‘아주 크다’는 느낌까지는 들지 않았습니다. 앞서 봤던 ‘반갈샷’과 비교하면 조금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제품을 안내된 방법대로 직접 조리해 봤습니다. 사실 접시에 왕만두를 올려놓고 랩을 씌운 뒤 전자레인지에 시간 맞춰 돌리기만 하면 되니 조리라고 하기도 민망한 수준입니다. 700W 전자레인지 기준 만두 1개에 1분30초면 완성되는 압도적인 편의성은 크기에 대한 섭섭함을 어느 정도는 가시게 해줍니다. 이른바 ‘시장 스타일’ 왕만두로 겉보기에는 만두보다 찐빵이나 호빵에 가까워 보이는 모습입니다. 만두피는 손으로 눌러도 금방 다시 부풀어 오르는 푹신한 느낌입니다.
기대감을 안고 반으로 갈라봤는데, 만두 크기에 이어서 또 한번 실망감이 들었습니다. 포장지 연출 이미지와 실제 조리한 제품이 똑같을 순 없겠지만, 만두피와 만두소 사이의 빈 공간이 너무 허전해 보였습니다.
'푹신 왕만두' 2종 제품 단면. 사진=김성준 기자
일단 고기만두를 먼저 먹어봤습니다. 다른 만두에 비해 훨씬 두꺼운 만두피는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입니다. 만두피보다는 빵에 더 가까운 느낌이었습니다. 만두소는 짭짤하게 간이 배어 있어 간장이나 단무지 등 별다른 양념이 필요 없었습니다.
다만 ‘씹는 맛’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습니다. 쫄깃한 만두피 식감이 훨씬 강조되다 보니 정말 만두가 아니라 야채호빵을 먹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김치만두는 새콤함보다는 묵직함이 강한 김치 맛으로 크게 맵지는 않았습니다. 김치 맛이 크게 튀지 않아 다른 만두소 재료와 잘 어우러졌습니다.
전반적으로 메인메뉴보다는 사이드 디쉬나 간식 용도로 활용하기 더 적당하다고 느껴지는 제품입니다. 조리 편의성이 뛰어난 데다 적당한 크기와 푹신한 만두피 재질이 더해져 손으로 들고 먹기에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문제라면 비슷한 위치에 겨울철 대표 간식인 호빵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겠죠. 주요 호빵 제품 대비 비교적 가격대가 높다는 점, 냉동제품이라 보관에 있어서도 좀 더 불편하다는 점 등은 제품 경쟁력에 의문부호를 남기게 만듭니다.
이번 신제품은 제품 콘셉트 개발 등 기획 단계에서부터 CJ제일제당과 신세계 유통 3사가 가진 경쟁력을 살려 협업했다고 하는데요. 이번 ‘푹신 왕만두’만 보자면 편의성이라는 확실한 강점 외에는 다소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양사가 이제 막 협업의 첫걸음을 뗀 만큼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보완해 한층 개선된 제품을 선보이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