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이 났다. 1심과는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천문학적인 금액의 재산을 분할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산 분할액만 보면 1심 665억원에서 항소심 1조3808억원으로 20배 이상 늘었다. 1심에서 1억원이던 위자료도 항소심 재판부는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4월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왼쪽), 노소영 관장 (사진=연합뉴스) 재산분할의 관건은 그 대상이 되는 재산이다. 이번 소송에서는 SK그룹의 현재 가치에 노 관장이 얼마나 기여했는지가 핵심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노 관장측의 주장을 거의 모두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6공화국 시절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SK의 가치를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봤다.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 당시 노 전 대통령이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는 점, 또 노 전 대통령이 SK측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등의 노 관장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여기에 노 관장의 모친인 김옥숙 여사의 비자금 관련 메모가 이번 판결에 근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논란의 여지가 크다. 무엇보다 재판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법정증거주의'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재판부가 받아들인 노 전 대통령의 SK에 대한 유무형적인 지원은 소문만 무성할 뿐 드러난 것은 없다. 노 관장측이 사실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지만, 반대로 최 회장측 변호인단은 오히려 SK가 당시 정권의 압력 등으로 많은 재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한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만큼 보다 명확한 증거를 가지고 판결을 내려야 한다. 김 여사의 메모가 있다고는 하지만 객관성을 가지기는 어렵다. 세간의 관심은 물론, 판결에 따라 국내 재계 2위인 SK그룹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재판인만큼 '법정증거주의'는 더 확실히 지켜져야 했다. 최 회장측이 상고할 예정인만큼, 이 문제는 대법의 판단에 가장 중요한 키가 될 전망이다. 다른 문제는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지원을 했다고 한들, 그것이 노씨 일가의 개인적인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느냐다. 백번 양보해 노 관장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정당치 못한 방법으로 축적한 비자금을 SK에 맡긴 것이 현재 기업 가치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줬을지는 의문이다. 또 무형적인 지원을 줬다고 할지라도 이는 노 관장의 부친이 아닌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행한 일이다. 대통령이 국가 산업을 위해 기업을 지원해 해당 기업이 성장했다고 그 기업의 성과 중 일부를 대통령이나 그 가족들이 가져가는 것이 맞는 지도 논란거리다. 어쨌든 항소심 판결은 났고, 논란은 상고심으로 넘어가게 됐다. 상고에서는 법정증거주의, 과거 정경유착에 대한 정권의 책임,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 경제에 미칠 파장과 주주 및 직원들의 피해 등까지 고려되는 재판이 진행되기를 기대해 본다. (백진엽 산업부장)

[데스크 칼럼]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이 아쉬운 이유

명확한 증거 없이 한쪽의 주장 받아들여
노 전 대통령 유무형 지원 있다해도 개인 재산으로 보기 어려워

백진엽 기자 승인 2024.05.31 13:57 | 최종 수정 2024.06.01 07:17 의견 0

지난 30일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이 났다. 1심과는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천문학적인 금액의 재산을 분할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산 분할액만 보면 1심 665억원에서 항소심 1조3808억원으로 20배 이상 늘었다. 1심에서 1억원이던 위자료도 항소심 재판부는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4월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왼쪽), 노소영 관장 (사진=연합뉴스)


재산분할의 관건은 그 대상이 되는 재산이다. 이번 소송에서는 SK그룹의 현재 가치에 노 관장이 얼마나 기여했는지가 핵심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노 관장측의 주장을 거의 모두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6공화국 시절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SK의 가치를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봤다.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 당시 노 전 대통령이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는 점, 또 노 전 대통령이 SK측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등의 노 관장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여기에 노 관장의 모친인 김옥숙 여사의 비자금 관련 메모가 이번 판결에 근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논란의 여지가 크다. 무엇보다 재판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법정증거주의'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재판부가 받아들인 노 전 대통령의 SK에 대한 유무형적인 지원은 소문만 무성할 뿐 드러난 것은 없다.

노 관장측이 사실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지만, 반대로 최 회장측 변호인단은 오히려 SK가 당시 정권의 압력 등으로 많은 재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한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만큼 보다 명확한 증거를 가지고 판결을 내려야 한다. 김 여사의 메모가 있다고는 하지만 객관성을 가지기는 어렵다.

세간의 관심은 물론, 판결에 따라 국내 재계 2위인 SK그룹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재판인만큼 '법정증거주의'는 더 확실히 지켜져야 했다. 최 회장측이 상고할 예정인만큼, 이 문제는 대법의 판단에 가장 중요한 키가 될 전망이다.

다른 문제는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지원을 했다고 한들, 그것이 노씨 일가의 개인적인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느냐다. 백번 양보해 노 관장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정당치 못한 방법으로 축적한 비자금을 SK에 맡긴 것이 현재 기업 가치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줬을지는 의문이다.

또 무형적인 지원을 줬다고 할지라도 이는 노 관장의 부친이 아닌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행한 일이다. 대통령이 국가 산업을 위해 기업을 지원해 해당 기업이 성장했다고 그 기업의 성과 중 일부를 대통령이나 그 가족들이 가져가는 것이 맞는 지도 논란거리다.

어쨌든 항소심 판결은 났고, 논란은 상고심으로 넘어가게 됐다. 상고에서는 법정증거주의, 과거 정경유착에 대한 정권의 책임,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 경제에 미칠 파장과 주주 및 직원들의 피해 등까지 고려되는 재판이 진행되기를 기대해 본다.

(백진엽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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