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신라면 툼바 큰사발' 제품 외관. (사진=김성준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40억개가 넘는 라면이 소비됐습니다. 전체 인구수로 나눠보면 국민 1명당 한해에 라면 약 78개씩을 소비한 건데요. 전 국민이 5일당 한 번꼴로 라면을 먹었다는 말이죠. 최근 베트남에 1위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여전히 한국은 세계에서 1인당 가장 많은 라면을 소비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한국인의 소울푸드’에 라면이 반드시 꼽히는 이유죠.
그에 걸맞게 한국에는 다양한 라면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크게는 국물 라면과 비빔 라면으로, 여기서 다시 국물이나 스프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뉘는데요. 전통적인 ‘빨간 국물’ 라면을 제외하더라도 잔치국수나 칼국수, 짜장면과 짬뽕, 냉면, 파스타에 이르기까지 외식 매장에서 선볼 수 있는 거의 모든 면 요리가 라면으로 제품화돼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제품들도 5일에 한 번씩 라면을 먹는 소비자들을 모두 만족시킬 순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각된 것이 바로 소비자가 저마다 입맛에 맞게 재창조한 ‘모디슈머 레시피’죠. ‘짜파구리’처럼 간단하게는 두 라면을 섞어 먹는 것에서부터, 각종 부재료를 첨가하거나 조리법을 뒤바꾸는 등 기존 라면에 훨씬 다양한 변주가 더해졌습니다. ‘신라면’ 역시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라면인 만큼 다양한 모디슈머 레시피가 소개됐는데요. ‘신라면 투움바’도 그중 하나입니다.
‘신라면 투움바’는 신라면에 우유와 치즈를 활용하고, 양파나 마늘, 새우, 베이컨 등을 기호에 맞게 더해 파스타처럼 만드는 레시피인데요. 비교적 간편하게 외식 메뉴 맛을 흉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죠. 원래의 신라면과는 한참 거리가 있는 레시피지만, 신라면의 매콤한 스프가 크림파스타의 느끼한 맛을 잘 잡아줘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레시피 변화가 큰 만큼 자연스럽게 조리법도 라면치고는 번거로워졌는데요. 이번에 농심에서 해당 레시피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용기면을 선보였습니다. ‘신라면 툼바 큰사발면’입니다.
■‘신브랜드’ 통일성 지킨 패키지…“전자레인지 조리 추천”
농심 '신라면 툼바 큰사발' 제품 구성물. (사진=김성준 기자)
‘신라면 툼바 큰사발면’ 제품 패키지는 ‘신라면 블랙’의 검은색을 ‘신라면 투움바’의 주황색으로 덧칠한듯한 모습입니다. 전자레인지 조리를 위해 같은 용기를 사용해서인지 ‘신라면 큰사발’보다는 ‘신라면 블랙’을 더 닮았죠. 빨간 바탕에 커다란 ‘매울 신(辛)’자가 새겨진 모습으로 ‘신브랜드’ 통일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제품 내용물은 전첨스프와 후첨스프, 면, 그리고 면 아래 깔린 건더기 스프로 구성됐습니다. 전첨스프는 라면스프보다는 치즈가루에 더 가까워 보이는 고운 주황색인데요. 고소한 치즈 냄새에 매콤한 냄새가 살짝 가미됐습니다. 밝은 상아색의 후첨스프는 살짝 꼬릿한 어육소시지 냄새가 특이했습니다. 건더기 스프는 튀긴 마늘과 제법 큼직한 표고버섯 정도가 눈에 띄는데요. 양 자체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닙니다.
조리법은 ‘전자레인지 조리법’과 ‘끓는물 조리법’,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전자 쪽을 좀 더 추천하는 듯 그림을 곁들여 자세하게 안내돼 있었습니다. 전자레인지 조리법의 경우 끓는 물과 전첨분말을 넣고 전자레인지에 조리 후 후첨분말을 넣으면 되고, 끓는물 조리법의 경우 여타 비빔 컵라면과 비슷하게 면을 익힌 뒤 물을 따라버리고 스프와 함께 비벼주면 됩니다. 전자레인지만 사용할 수 있다면 전자 쪽이 조리 자체는 더 간단한 편입니다.
■매콤·꾸덕한 맛 구현…크림파스타에 담은 ‘맛있게 매운맛’
전자레인지 조리법(왼쪽)과 끓는물 조리법(오른쪽)을 사용해 각각 조리한 '신라면 툼바 큰사발'. (사진=김성준 기자)
두 조리법을 각각 사용해 조리해봤는데요. 기본적인 맛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지만, 면의 식감이나 소스의 질감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꽤나 다른 인상을 남깁니다. 먼저 전자레인지 조리법 쪽은 자작한 국물이 남아 ‘파스타’ 소스 같은 느낌을 주는데요. 전자레인지에 조리한 면 특유의 탱탱한 면발 역시 자작한 국물과 어우러져 여느 컵라면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냅니다. 반면 끓는물 조리법의 경우 두 종류 스프가 모두 분말 형태여서인지, 면을 익힌 물을 조금 남기고 비볐는데도 다소 건조하고 뻑뻑한 편이었습니다. 전자레인지 조리 쪽이 훨씬 완성도 높은 맛을 구현했지만, 부득이하게 끓는물 조리법을 사용한다면 물을 조금 넉넉히 남기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조리법을 떠나 맛 자체는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크림파스타 특유의 꾸덕함에 적당히 느끼하면서도 고소한 맛, 느끼함을 잡아주는 매콤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먹다보면 입안 가득 얼얼함을 느낄 만큼 매운맛도 확실히 존재하지만, 먹기 어렵거나 고통스러울 만큼 과하게 매운맛은 아닙니다. 느끼한 맛과 매콤한 맛이 잘 뒤섞여서 딱 적당한 맵기로, 신라면이 추구하는 ‘맛있게 매운맛’을 잘 살렸습니다. 특히 중간중간 씹히는 버섯이나 마늘 건더기는 파스타를 먹는듯한 풍미를 한껏 더해주는데요. 다소 부족한 건더기 양이 새삼 아쉽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전체적으로 ‘신라면 툼바 큰사발’은 분말 스프만으로 크림파스타 느낌을 확실히 살리면서도, 매운맛에 약한 소비자도 적당히 즐길 수 있는 ‘맛있게 매운맛’을 구현했습니다. 크림파스타에 대한 불호만 없다면, ‘뒤탈’ 없이 매콤한 비빔 라면을 즐기는 데 이보다 더 나은 선택지를 찾아보긴 힘들 겁니다. 매운맛을 온전히 내면서, 동시에 너무 맵지는 않다는 점은 해외 소비자에게도 환영받을 요소인데요. 농심은 신제품 해외 론칭 역시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존 ‘신(辛)브랜드’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함에 익숙한 메뉴라는 친밀감까지 해외 소비자에게도 경쟁력이 충분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죠. ‘신브랜드’ 신제품이 농심 해외 매출을 한 번 더 끌어올릴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