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일 밤은 영화 '서울의 봄'이 생각나게 한 '서울의 겨울'이었다. 10시28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며 22건의 정부관료 탄핵소추안 발의와 예산 감액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국민은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었다. 헌법이 규정한 비상계엄 사유 즉,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야당의 정부관료 탄핵소추나 예산 감액은 국회에서 정치적으로 타협할 사안이다. 국방장관이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소집하고,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했다. 곧 이어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가 발표됐다.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등을 포함한 포고령은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계엄법 제 9조(계엄사령관 특별조치권)에 의하여 영장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 14조(벌칙)에 의하여 처단한다'로 끝난다. 1980년 이후 44년만에 선포된 비상계엄이라 어떻게 되는 것인지 궁금해하던 국민들에게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기본권이 제한되고, '처단'될 수 있는 믿기지 않는 현실이 펼쳐진 것이다. 국회 본청에 진입을 시도하는 계엄군(사진=연합뉴스) 같은 시간 시선은 국회로 향했다. 국회가 정족수 과반의 찬성으로 계엄해제를 결의하면 해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뻔히 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걸 아는 대통령과 정부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것은 무력으로 국회를 열지 못하게 막거나, 국회의원들을 체포 구금할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가능케했다. 마침 '국회 출입문 폐쇄'라는 TV 자막이 나왔다. 또 계엄군이 헬기로 국회로 진입하고, 국회 경내로 들어갔다. 그중 일부는 국회 본청 유리창까지 깨고 건물에 진입해 국회 직원 및 보좌관들과 대치했다. 본회의장에 모여있는 국회의원들을 계엄군이 한 명씩 끌어내 끌고가는 장면을 보지 않을까, 회의를 제대로 열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에 국민들은 가슴을 조려야했다. 다행히 국회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찬성(여당 의원 18명 포함)으로 계엄해제 결의안이 가결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계엄령 선포는 무효"라고 선언했다. 한 고비는 넘겼지만 여기까지도 안심되지 않았다. 이런 걸 예상하지 못하고 무시무시한 '비상계엄' 카드를 꺼내진 않았을 것이기에. 국회의 의결이 있은 지 3시간 후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했다. 국무회의도 새벽 4시30분 계엄 해제안을 의결했다. 비상계엄 선포 뉴스가 나오는 딜링룸(사진=연합뉴스)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은 6시간이 마무리됐다. 그렇지만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시장 측면에서도 그렇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144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과 곤두박질 쳤던 미국 시장에 상장된 우리 기업들의 주가는 낙폭을 줄이며 거래를 마쳤다. 4일 개장한 증시는 예상한대로 시퍼렇게 멍들었다. 민주주의가 확고하게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심이 남아있다는 얘기다. 내수가 침체되고, 투자가 멈춰지고, 물가는 치솟는 등 국민경제가 말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 2기를 앞두고 수출 또한 위태롭다. 국민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흔히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냐'고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를 겪으니 답이 명확해졌다. 민주주의가 확고히 지켜져야 시장의 꽃이 핀다.

[사설] 민주주의 지켜져야 시장의 꽃이 핀다

문형민 기자 승인 2024.12.04 13:07 의견 0

2024년 12월 3일 밤은 영화 '서울의 봄'이 생각나게 한 '서울의 겨울'이었다. 10시28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며 22건의 정부관료 탄핵소추안 발의와 예산 감액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국민은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었다. 헌법이 규정한 비상계엄 사유 즉,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야당의 정부관료 탄핵소추나 예산 감액은 국회에서 정치적으로 타협할 사안이다.

국방장관이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소집하고,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했다. 곧 이어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가 발표됐다.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등을 포함한 포고령은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계엄법 제 9조(계엄사령관 특별조치권)에 의하여 영장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 14조(벌칙)에 의하여 처단한다'로 끝난다. 1980년 이후 44년만에 선포된 비상계엄이라 어떻게 되는 것인지 궁금해하던 국민들에게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기본권이 제한되고, '처단'될 수 있는 믿기지 않는 현실이 펼쳐진 것이다.

국회 본청에 진입을 시도하는 계엄군(사진=연합뉴스)


같은 시간 시선은 국회로 향했다. 국회가 정족수 과반의 찬성으로 계엄해제를 결의하면 해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뻔히 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걸 아는 대통령과 정부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것은 무력으로 국회를 열지 못하게 막거나, 국회의원들을 체포 구금할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가능케했다. 마침 '국회 출입문 폐쇄'라는 TV 자막이 나왔다. 또 계엄군이 헬기로 국회로 진입하고, 국회 경내로 들어갔다. 그중 일부는 국회 본청 유리창까지 깨고 건물에 진입해 국회 직원 및 보좌관들과 대치했다. 본회의장에 모여있는 국회의원들을 계엄군이 한 명씩 끌어내 끌고가는 장면을 보지 않을까, 회의를 제대로 열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에 국민들은 가슴을 조려야했다.

다행히 국회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찬성(여당 의원 18명 포함)으로 계엄해제 결의안이 가결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계엄령 선포는 무효"라고 선언했다. 한 고비는 넘겼지만 여기까지도 안심되지 않았다. 이런 걸 예상하지 못하고 무시무시한 '비상계엄' 카드를 꺼내진 않았을 것이기에. 국회의 의결이 있은 지 3시간 후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했다. 국무회의도 새벽 4시30분 계엄 해제안을 의결했다.

비상계엄 선포 뉴스가 나오는 딜링룸(사진=연합뉴스)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은 6시간이 마무리됐다. 그렇지만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시장 측면에서도 그렇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144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과 곤두박질 쳤던 미국 시장에 상장된 우리 기업들의 주가는 낙폭을 줄이며 거래를 마쳤다. 4일 개장한 증시는 예상한대로 시퍼렇게 멍들었다. 민주주의가 확고하게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심이 남아있다는 얘기다. 내수가 침체되고, 투자가 멈춰지고, 물가는 치솟는 등 국민경제가 말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 2기를 앞두고 수출 또한 위태롭다. 국민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흔히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냐'고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를 겪으니 답이 명확해졌다. 민주주의가 확고히 지켜져야 시장의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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