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명수 제품군. 사진=동화약품
한국의 제약바이오산업은 1897년 국내 첫 제약기업인 동화약방(현 동화약품)이 등장한 이래 130여년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생명의 구제'에서 시작된 국내 대다수 제약바이오기업은 10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류의 건강한 삶'을 향한 연구개발에 아낌없이 역량을 쏟아부었고, 그 결과 단일 브랜드 '연매출 1조'란 '블록버스터 제품' 탄생 신화를 쓰고 있다.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주요국간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현재, 한국의 제약바이오산업은 이들 기업의 자체적인 노력을 통해 발전을 거듭해 온 것이다. 이에 뷰어스는 한국 제약바이오산업 토대를 다지고 성장을 견인한 각 기업들의 장수브랜드 발자취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동화약품 활명수(活命水)는 출시 128주년을 맞은 국내 최초의 신약이자 최장수 의약품입니다. '생명을 살리는 물'이라는 뜻을 담은 활명수는 조선 말부터 일제강점기,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민건강에 기여하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의약품이자 가장 오랜 시간 사랑받은 국민 소화제로서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이한울의 알쓸약史(사)' 첫번째 순서로 국내에서 최초로 탄생해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동와약품 활명수에 대해 살펴보려 합니다.
국내 제약산업은 동화약품 ‘활명수’의 개발과 시작을 같이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897년 궁중 선전관 민병호 선생이 국내 최초 양약인 '활명수'를 개발한 것으로 시작해 민병호 선생은 이후 아들 민강 선생과 함께 활명수의 대중화를 위해 동화약방(現 동화약품)을 창업했습니다. 활명수가 최초로 개발된 시기에는 민중들이 급체, 토사곽란 등으로 목숨을 잃는 일이 많았는데 당시 활명수는 그 의미 그대로 '생명을 살리는 물’(살릴 活, 생명 命, 물 水)'이라고 불리며 만병통치약 대접을 받았습니다.
초창기 활명수. 사진=동화약품
활명수는 일제 강점기 시절 독립운동의 든든한 자금줄이 되기도 했습니다. 1919년 3·1 운동 직후 체계화된 독립운동을 위해 상해에 세워진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국내 간 비밀연락망인 ‘서울연통부’가 동화약방에서 운영됐습니다. 동화약방의 사장이었던 민강 선생은 국내외 연락을 담당하고 정보를 수집했으며 활명수를 판매한 금액으로 독립자금을 조달해 임시정부에 전달하는 행정책임자였습니다.
당시 활명수 한 병 값은 50전으로 설렁탕 두 그릇에 막걸리 한 말을 살 수 있는 가격이었는데 독립운동가들은 중국 이동 시 활명수를 지참해 현지에서 비싸게 팔아 자금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서울연통부의 활약을 기리기 위해 서울 순화동 동화약품 창업지(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로9길 14)에는 1995년 광복 5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서울시에 의해 ‘서울연통부 기념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서울 연통부 기념비. 사진=동화약품
활명수의 활약은 현재도 계속되는 중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생산실적 1위 품목은 까스활명수로 나타나 일반의약품 중 국민이 가장 많이 먹은 일반의약품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활명수 브랜드 역시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해 2023년에는 약 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액상소화제 시장 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128년간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활명수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1967년 본래의 활명수에 탄산을 첨가해 청량감을 높인 '까스활명수'를 시작으로 1991년에는 브랜드 리뉴얼을 추진해 ‘까스활명수-큐’를 발매했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소화정장제인 꼬마활명수에 이어 2020년에는 10ml 용량으로 복용 편의성을 높인 '활명수-유'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편의점에서는 2012년 출시한 상비약 까스활(活)을 비롯해 2017년에는 상큼한 맛을 더한 신제품 미인활(活)을 출시하면서 시대의 변화에 따라가고 있죠.
앞으로의 100년을 위한 마케팅 역시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활명수의 메인 메시지인 "부채표가 없는 것은 활명수가 아닙니다"를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하며 ‘부채표’와 ‘활명수’ 브랜드 가치 유지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여러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 SNS 채널 운영 등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지속해서 펼치고 있죠.
동화약품은 128년 동안 활명수를 사랑해 준 국민들께 감사하며 앞으로도 국내 최장수 소화제로서 국민 건강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향후 활명수가 어떠한 모습으로 국민 앞에 나오게 될지, 그 변화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