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릴랜드주 락빌에 위치한 휴먼지놈사이언스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전경.(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미국 현지 생산거점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셀트리온에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내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인수하며 관세 리스크 등을 조기해소하고 글로벌 생산력 강화에도 나선다는 구상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미국 메릴랜드주 락빌에 위치한 휴먼지놈사이언스(HGS)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인수 계약을 체결하며 미국 내 첫 생산거점을 확보했다. 인수 주체는 미국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아메리카이고 인수 금액은 4147억원이다. 자산 인수 절차는 2026년 1분기 내 완료가 목표다.

락빌 생산시설은 미국 메릴랜드주 바이오 클러스터 중심지에 위치한 총 6만리터 규모의 원료의약품(DS) 생산공장으로, 두 개의 제조동으로 구성돼 있다. 해당 시설은 임상 단계부터 상업 생산까지 다양한 규모의 항체의약품 생산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존 생산제품에 대한 계약을 승계하며 안정적인 대규모 위탁생산(CMO) 물량을 확보했다. 현재 공장 운영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현지 인력 500여 명을 전원 고용 승계해 운영 안정성을 확보했으며 중장기 수요와 가동 상황을 고려해 생산능력 확대 등 추가 투자도 검토할 방침이다.

또한 이번 인수를 통해 한국 송도와 미국 락빌을 연결하는 이원화된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고객에 유연하고 안정적인 생산 옵션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북미 고객과의 협업 기반을 확대하는 동시에 지역별 공급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역량을 강화해 위탁개발생산(CDMO)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난 9월 셀트리온은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릴리와 약 4600억원 규모의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 소재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 인수 계약을 체결하면서 관세 리스크에서 탈피했다.

이 공장은 약 4만5000평 부지에 생산 시설, 물류창고, 기술지원동, 운영동 등 총 4개 건물이 갖춰진 대규모 캠퍼스다. 캐파 증설을 위한 약 1만1000평 규모의 유휴 부지를 보유하고 있어 확장을 통해 향후 시장 수요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이 가능하다.

해당 공장은 이미 가동 중인 바이오 원료의약품(DS) cGMP 생산 시설로 인수 즉시 운영할 수 있다. 따라서 약 5년 이상의 시간과 조(兆) 단위 이상의 비용이 드는 신규 공장 건설 대비 자사 제품 생산 시점을 크게 앞당길 수 있고 투입 비용도 낮다. 셀트리온은 인수 공장 내 확보된 유휴 부지에 주요 제품 생산을 위한 시설 증설도 빠르게 착수할 계획으로 최소 7000억원 이상의 추가 투자를 진행할 방침이다. 증설이 마무리되면 인천 송도 2공장의 1.5배 수준으로 생산 캐파 확보가 가능할 전망이다.

또한 현지 제품 생산으로 기존 발생했던 미국 향(向) 물류비를 비롯해 외주 CMO 대비 생산 비용을 상당 수준으로 절감할 수 있어 미국 내 제품 경쟁력도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셀트리온-릴리는 원활한 업무 이관을 위해 인수 공장이 신규 운영체계를 갖출 때까지 협력 체계를 이어 가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미국 현지 생산거점 확보는 관세 리스크 해소와 함께 글로벌 고객에게 안정적인 생산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며 “또한 미국 정부가 중국 바이오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마련한 생물보안법에 따른 반사이익도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