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0일 경기도 여주시 연양동 남한강에서 열린 '한미 연합 도하 훈련'중인 육군 제11기동사단 K2 전차 (사진=연합뉴스)

■ 수주 100조원·이익 5조원…불황 속 돋보이는 성장산업

2025년 주요 방산 5개사의 합산 수주잔고는 100조 원에 육박했고, 빅4(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넥스원·KAI)의 연간 영업이익은 5조 원 돌파가 유력하다. 한국 방산은 불황 속에서도 성장하는 전략산업이 됐다.

올해 방산 결산의 핵심은 단순한 규모 확대에 있는 것이 아니다. 수출 실적 뒤편에서 방산을 바라보는 국가와 기업의 태도, 그리고 국제 사회의 인식이 달라졌다. 2025년은 K-방산이 ‘잘 팔리는 산업’을 넘어 관리되고 신뢰받는 전략 산업으로 자리매김한 해였다.

2025년 말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넥스원·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주요 방산 4사의 합산 수주잔고는 100조 원 안팎으로 집계된다. 불과 5년 전과 비교하면 세 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K9 자주포, K2 전차, FA-50 경공격기, 천궁-II 미사일 등 주력 무기체계의 해외 인도가 본격화되며 실적도 가파르게 성장했다. 연간 합산 영업이익은 5조 원대를 바라보며 ‘방산 실적 퀀텀 점프’라는 표현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닌 단계에 접어들었다. 중동과 아시아 시장에서도 단순 구매 관계를 넘어 공동 개발, 기술 이전, 방산 인력 양성 등 장기 파트너십 모델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 한화에어로·현대로템·LIG·KAI…각자의 방식으로 쌓은 성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5년을 통해 종합 방산 기업으로의 위상을 한층 공고히 했다. 자주포와 다연장로켓을 중심으로 한 지상무기 수출은 물론, 항공엔진·탄약·우주 사업까지 포트폴리오 전반이 동시에 가동됐다. 특히 기존 수출 계약의 후속 물량과 유지·보수 매출이 본격화되며 방산 사업의 성격이 ‘일회성 수출’에서 ‘장기 사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 올해 성과의 핵심으로 꼽힌다.

현대로템은 폴란드향 K2 전차 수출의 안정적 이행이 실적의 중심을 이뤘고, 페루 등 추가 수출 논의가 이어지며 수주잔고의 질을 끌어올렸다. 대형 신규 계약보다 계약 이행 능력과 현지화 논의가 부각되면서, 현대로템은 단발성 수주 기업이 아닌 장기 파트너로서의 신뢰도를 쌓아갔다.

LIG넥스원은 미사일·레이더·전자전 등 ‘보이지 않는 무기’ 분야에서 기술 기업으로서의 색채를 분명히 했다. 방공·요격 체계와 감시정찰(ISR) 분야에서의 입지는 단기 실적보다 중장기 수주 파이프라인의 두께로 이어졌다. KAI는 FA-50을 중심으로 완제기 수출을 이어가며 훈련·정비·운용을 포괄하는 플랫폼 기업으로의 성격을 강화했다. 항공산업 특유의 개발 리스크 속에서도 한국 방산의 항공 축으로서 존재감을 재확인한 한 해였다.

■ 보안·절차·통제까지…방산의 체질 개선 시작

2025년 방산업계를 관통한 또 하나의 키워드는 보안과 절차적 공정성이다. 대형 국책 사업을 둘러싼 논란을 거치며 기술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 분명해졌다. 보안 이력, 내부 통제, 의사결정 과정의 정당성은 이제 방산 기업의 선택 조건이자 경쟁력의 일부가 됐다.

한국 방산은 더 이상 ‘무기를 잘 만드는 산업’에 머물지 않는다. 기술을 어떻게 관리하고, 신뢰를 어떻게 유지하는지까지 포함해 평가받는 단계에 들어섰다. 산업을 넘어 국가 전략이자 자부심이 된 방산의 체질 변화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