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배달의민족 신고 기자간담회에서 정현식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이 신고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외식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배달 메뉴 가격을 차등 적용하는 ‘이중가격제’가 확산하면서 배달앱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꼼수 가격 인상’이라며 반발하고 나서자, 외식업계는 가맹점 수익 보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해명에 나섰다. 가맹점주들이 과도한 배달 수수료 부담을 성토에 나서면서 ‘이중가격제’ 논란이 책임 공방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써브웨이는 이날부터 배달 메뉴 가격을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써브웨이 주력 메뉴인 15cm 샌드위치 기준 배달 가격은 매장 판매가보다 900원 높게 책정됐다. 써브웨이는 배달 수수료 인상 등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 가맹점 운영 부담이 가중되면서 배달 메뉴 가격을 별도로 운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맘스터치 일부 가맹점도 지난달 10일 이중가격제를 도입했다. 맘스터치앤컴퍼니에 따르면 전국 1450개 가맹점 중 3.3%에 해당하는 48개 가맹점이 본사와 협의를 거쳐 배달 메뉴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다. 롯데리아도 지난해 8월 배달비 상승을 이유로 이중가격제를 도입한 바 있다. 이밖에 버거킹, 맥도날드, KFC, 배스킨라빈스 등 주요 프랜차이즈들도 현재 이중가격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이중가격제 확산에 대해 소비자들은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중 가격’이나 ‘가격 차등 적용’이라고 돌려 말할 뿐, 가격인상을 가리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다. 최근 이어진 외식업계의 잦은 가격 인상과 맞물려 소비자 불만은 한층 커지는 모습이다. 배달 가격이 매장 가격과 다르게 적용되는지 여부를 소비자가 인지하기 힘들뿐 아니라, 정확히 얼마만큼의 금액이 추가되는지도 알 수 없어 소비자 불편을 키운다는 점도 지적 받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20대 A씨는 “1인 가구다보니 평소 패스트푸드를 자주 배달시켜먹는데, 배달비에 더해 차등가격까지 부담하면 덤터기를 쓰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많다”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가격 올린다는 얘기만 들리는데 ‘이중가격제’라면서 배달 가격을 올리는 게 달갑게 느껴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이중가격제 확산 배경은 과도한 배달 수수료”

비난이 거세지자 프랜차이즈 업계는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영세 자영업자가 대부분인 가맹사업 특성상, 과도한 배달 수수료 부담으로 인해 배달 메뉴 가격에 차등을 두지 않으면 매장 운영이 힘들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맘스터치의 경우 지난해부터 가맹점주들이 직접 가맹본부에 본사 차원의 이중가격제 도입을 요구해 왔다. 주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도 가맹본부 측에 배달료 부담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가격제가 도입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맥도날드의 경우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2007년부터 이미 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에 차등을 두고 운영해 왔다. 배달 서비스 운영으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매장 방문 고객에게 전가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그럼에도 외식업계에서 이중가격제가 널리 자리잡지 못했던 것은 메뉴 가격을 올릴 경우 장기적인 매출 감소 우려 때문이었다. 롯데리아의 경우 이중가격제 도입 전에는 ‘매장과 같은 가격’을 마케팅 요소로 활용하기도 했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최근 이중가격제가 급격히 확산한 배경으로 배달앱 간 경쟁 심화에 따른 배달 수수료 인상을 꼽고 있다. 프랜차이즈 관계자들은 매출 감소 우려를 넘어설 만큼 배달 수수료 부담이 커졌다고 입을 모은다. 배달앱 점유율 1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배달의 민족’과 ‘쿠팡이츠’를 중심으로 ‘무료배달’ 경쟁이 가열되면서, 배달앱들이 출혈경쟁에 따른 부담을 가맹점에 전가하기 위해 배달 수수료를 올렸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배달 주문 수수료율이 가장 낮았던 배달의 민족의 경우, 지난해 7월 ‘배민1플러스’ 중개이용료를 6.8%에서 쿠팡이츠와 같은 9.8%로 인상한 바 있다.

외식업 점주들은 배달 주문 수수료와 별개로 배달 건당 최대 3400원에 달하는 배달료도 부담하고 있다. 여기에 배달앱에서 노출 순위를 높이려면 광고 비용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배달 메뉴 운영에 따른 부담 심화가 빈말은 아닌 셈이다. 이에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서는 ‘이중가격제’ 대신 ‘배달앱 전용가격제’라고 용어부터 바꿔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치고 나섰다. 배달 가격 인상의 책임이 프랜차이즈 업체가 아닌 배달 플랫폼에게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실제로 자영업자 카페 등에서 배달 수수료를 더는 감내할 수 없다는 아우성이 가득할 만큼 배달 수수료 부담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중가격제’를 ‘배달앱 전용가격제’로 대체해 물가인상 책임이 배달 플랫폼에게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