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본사 전경. 사진=메디톡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한 가전업체가 광고에 사용했던 이 슬로건은 우리나라 광고사에 남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누구나 경험과 직관을 통해 이 말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선택은 '순간'이지만 그 순간 이전에 경영자와 임직원은 수 많은 고민과 검토, 논의를 거듭한다. 그렇게 결행한 신사업 투자, 인수합병(M&A) 등 경영 판단은 10년 후 기업을 바꿔놓는다. Viewers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기업들이 지난 10년 전 내렸던 판단이 현재 어떤 성과로 이어졌는지 추적하고 아울러 앞으로 10년 후에 어떻게 될 것인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메디톡스는 올해 본격적인 글로벌 확장행보로 도약에 나서고 있다. 특히 안전성을 높인 차세대 톡신 뉴럭스와 생산력을 강화한 오송 3공장을 앞세워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3일 메디톡스에 따르면 이 회사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수출비중은 최근 3년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56%였던 전체 매출 중 수출 비율은 2023년 54%, 2024년 51%로 줄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158억원의 수출액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23% 늘었다. 메디톡스는 오송 3공장이 생산량을 확대하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외 수출 물량의 출하를 본격 시작한 만큼 뉴럭스의 해외 허가가 늘어날수록 매출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말 오송 3공장 내 뉴럭스 제조소를 신설해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오송 3공장은 기존 오창 1공장 대비 10배 이상의 생산 능력을 보유한 시설로 회사는 오송 3공장에서 뉴럭스를 생산해 향후 늘어날 글로벌 물량을 차질 없이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뉴럭스는 원액 생산 과정에서 동물유래성분을 배제해 동물성 항원에 의해 유발될 수 있는 알레르기 반응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 약 20여 개국에 판매 인허가를 신청해 왔다. 이에 지난해 11월 태국과 페루에서 시판허가를 획득했고 최근에는 대만 품목허가를 위한 임상 1상에 진입하는 등 해외 진출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두바이 톡신 완제품 공장 건립 추진…중동 공략 박차
뉴럭스가 해외 진출 국가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 생산기지 확보에도 나섰다. 2023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사이언스파크와 보툴리눔 톡신 완제품 공장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서(MOU)를 체결한 데 이어 지난해 5월 ‘한-UAE 비즈니스 투자포럼’에서 테콤 인베스트먼트와 계약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현재 공장설립과 관련해 계약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공장이 완공되면 국내 기업 처음으로 중동에 톡신 생산시설을 보유하게 된다. 또한 메디톡스는 UAE에서 ‘뉴럭스’의 허가도 추진 중이다.
중동지역을 주목하는 데는 중동과 아프리카가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서 다섯번째로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동 지역 뷰티 시장 규모는 2023년 389억 7030만달러로 2년 동안 40% 이상 급성장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비전 2030’ 정책 이후 여성 의복 규제 완화와 문화 개방으로 미용·성형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조사기관 어스튜트 애널리티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미용·성형 시장이 2023년 11조5000억원에서 2032년 27조4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연내 비동물성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제제 'MT10109L'의 미국 FDA 품목 허가 신청도 재도전할 예정이다. MT10109L은 지난해 FDA로부터 심사 거절 통보를 받은 바 있다. 당시 FDA는 MT10109L의 일부 검증 자료가 미흡하다는 점을 근거로 재심사 불가 방침을 전달했다. 이후 회사는 자료 보완과 생산시설 재점검을 거쳤다.
지난해 초에는 미국 현지 직접판매를 위해 현지 법인 루반타스를 설립하기도 했다. 메디톡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루반타스는 MT10109L의 미국, 캐나다 등 현지 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하게 된다. 루반타스 최고경영자(CEO)에는 앨러간 출신 토마스 올브라이트 대표를 앉혔다.
MT10109L는 메디톡스가 자체 개발한 차세대 비동물성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 균주 배양과 원액 제조 등 전체 제조 과정에서 동물 유래 성분 사용을 배제했다. 미국에 직판 체계를 구축해 현지 공략에 대비한 만큼 FDA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을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일본에서도 2028년 허가를 목표로 임상시험을 추진 중이다.
루반타스를 비롯한 현지 법인운영에도 집중하고 있다. 현지 단독법인 ▲일본 ‘엠디티 인터내셔’ ▲태국 ‘메디톡스 타일랜드’를 비롯해 합작법인 ▲대만 ‘메디톡스 타이완’ ▲홍콩 ‘메디톡스 홍콩’ ▲태국 ‘메디셀레스’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 해외법인들은 메디톡스의 톡신과 필러제품의 해외 시장 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기 위한 역할을 담당한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올해 뉴럭스의 본격적인 해외 진출과 MT10109L의 미국 FDA 허가 신청 등 메디톡스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중요한 기점”이라며 “메디톡스가 보유한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이라는 상징에 부합할 수 있도록 글로벌 시장 공략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