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제공
일주일 전까지 미국의 식당에서 음식을 날랐던 양준일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대중의 환호를 받으며 무대 위에 서있다. 편견으로 녹록치 않은 가수 생활을 했던 양준일의 날갯짓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는 ‘양준일의 선물’ 팬미팅 전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양준일은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많은 취재진에게 “기자 서너 명 정도만 올 줄 알았다. 이렇게 많은 기자들이 취재하러 올 줄 몰랐다.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네며 시작했다.
양준일은 “대한민국을 굉장히 좋아했다. 가수 활동 하지 않을 땐 영어를 가르치며 한국에 있었다. 미국에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미국에 갔을 땐 한국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한국은 멀리서만 바라보는 존재였다”고 쉽게 한국에 오지 않았던 이유를 알렸다.
앞서 양준일은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시즌3 출연해 활동 당시 출입국관리사무소 한 직원이 양준일에게 “너 같은 사람이 한국에 있는 것이 싫다”고 말한 후 비자 갱신을 거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양준일은 대한민국에서 상처를 겪었음에도 그리웠다고 말한 이유로 “힘든 일이 있었지만 힘든 일만 있던 건 아니었다. 제 인생을 따뜻하게 바라본 주변 분들이 있었다. 노사연, 민해경 등 저를 잘 챙겨주셨다. 미국인들에게 받을 수 없었던 따뜻함이 대한민국에는 언제나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내 이야기가 슬프지 않은 이유는 좋은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해프닝 속에서도 보석같은 일은 발견된다”고 덧붙였다.
양준일은 자신의 노래를 재녹음한 음반과 이야기를 담은 책 발간을 예고했다. 신곡에 대해서는 “저는 10%의 노래와 90%의 몸으로 무대를 보여준다. 다시 무대에서 제 노래를 표현하고 싶다. 신곡은 이후에 생각해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양준일은 91년 데뷔해 활동하던 중 V2로 이름을 바꾸고 앨범 ‘판타지’(Fantasy) 발매 후 모습을 감췄다.
그는 “제가 가사 쓰는 걸 힘들어하는데 V2로 활동 할 때는 가사가 잘 써졌다”며 “모든 걸 바꾸고 앨범을 내고 싶은 욕구가 강했다. 발매 후에는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었다. ‘판타지’ 가사를 지금 보니 아마 마지막 활동이란걸 스스로 알고 있던 것 같다”고 활동명을 바꾸고 잠적한 이유를 설명했다.
양준일은 ‘지금 대중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생각해봤나’란 질문에 “내 자신에게 매력을 물어보지 않는다. 공식이 있으면 얽매일 것 같다. 오히려 보러 오신 분들에게 묻고 싶다”고 답했다.
온라인에서 ‘탑골지디(지드래곤)’이라고 불리고 있는 것에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저는 좋지만 지드래곤은 어떤지 모르겠다. 만약에 지드래곤의 팬이라면 저와 비교하는 걸 싫어할 것 같다.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이나는 “지드래곤의 팬들은 싫어하지 않는다. 톱 가수임을 떠나 무대를 표현력과 패션, 그리고 생긴 걸 비슷하게 여긴다”고 양준일을 다독였다.
양준일은 연예계 일을 하지 않더라도 한국에서 지내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 미안한 마음을 가진 팬들에게 뭉클한 메시지를 던졌다.
양준일은 “팬들이 내게 미안하다고 하는데, 그럴 필요 없다. 당시는 떠날 수 밖에 없었고 팬들의 존재도 몰랐다. 나도 미안하다. 좋은 일과 나쁜 일 모두 겪으며 얻은 것이 굉장히 많다. 한 순간도 버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슈가맨3’에 반응이 어떻든 모두 받아들이려 했다. 제가 걱정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20대도 그렇고 50대도 그렇고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단 걸 또 느꼈다. 내가 지금 여기 무대에 서 있는 건 계획하지 않은 정말 꿈만 같은 일”이라고 전하며 팬들을 만나기 전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1991년 데뷔한 양준일은 히트곡 ‘가나다라마바사’ ‘댄스 위드 미’(Dance with me) ‘아가씨’ ‘리베카’ 등의 히트곡을 남겼고 최근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시즌3에 출연하며 화제가 됐다. 이후 JTBC ‘뉴스룸’ 출연, 롯데홈쇼핑 광고모델까지 발탁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한편 양준일은 ‘양준일의 선물’을 통해 이날 오후 4시, 8시 두 차례 팬들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