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아동 양육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지난 13일부터 아동돌폼쿠폰을 지급했다. 아동돌봄쿠폰은 아동수당을 지급받는 만 7세 미만 아동이 있는 가정에 40만원 상당의 전자상품권 또는 돌봄포인트를 주는 사업을 말한다.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정부 취지대로 아동돌봄쿠폰의 사용처는 다소 제한된다. 일단 해당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대형마트, 온라인쇼핑몰, 백화점, 귀금속 및 가전제품을 파는 곳에서는 사용이 제한된다. 공과금 납부나 유흥업에도 사용을 할 수 없다.
이 같이 사용처를 제한하는 이유는 지역 내 소상공인·자영업점 등에서의 사용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급감하고, 임대료 부담은 계속되면서 정부에서는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아이돌봄쿠폰 사용처 제한 역시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살리기의 일환이다.
취지가 이와 같은데 아동돌폼쿠폰을 사용하라고 권하는 대기업 계열사가 있다. CJ올리브영이다. CJ 올리브영은 백화점이나 온라인쇼핑몰, 대형마트와 같이 사용이 제한되지는 않는다. 다만 전국 790여 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는 대기업 계열사다.
이 회사가 지난 19일 언론 보도자료를 내고 “아이돌봄쿠폰으로 쇼핑하세요”라고 권한다. 명분이 없지는 않다. CJ올리브영은 주로 뷰티&헬스 용품을 다룸으로써 젊은 여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베이비 코너를 갖춘 곳도 있어 기저귀, 물티슈 등을 판매한다.
CJ올리브영은 해당 자료에서 “유아동 바디샴푸와 로션, 건강식품을 비롯한 모든 상품 구매 시 (사용)가능하다”고 홍보한다. 이 같은 홍보 문구가 불편한 ‘이유는 모두가 어려운 이 때에, 정부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살리고자 나선 마당에 40만원 쿠폰까지 대기업 계열사에서 탐을 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비롯된다.
온누리전자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다는 G마켓과 옥션 (사진=이베이코리아)
오늘(21일) 이베이코리아의 G마켓과 옥션은 “온누리 전자상품권으로 쇼핑이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온누리 전자상품권의 쇼핑몰 사용은 일부 전통시장몰을 제외하고는 자사가 유일하다는 문구도 덧붙였다.
온누리전자상품권은 전통시장과 상점가 전용 상품권이다. 전통시장과 상점가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시행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여러 시중 은행 등을 통해서 일정 한도의 금액을 상시로 할인 받고 사용할 수 있다.
이 온누리전자상품권도 코로나19로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3월과 4월 월 구매 한도를 두 배(100만원)로 올리고 할인율도 두 배로 적용했다. 이 틈을 ‘국내 최대 온라인 쇼핑몰’이라는 이베이코리아의 G마켓과 옥션이 노린 셈이다.
온라인에서의 아이돌봄쿠폰 사용은 편리할 것 같다. 온누리전자상품권을 싸게 구입해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 것도 더 없는 유혹이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시름하고 있는 때다. 지역경제 침체와 소상공인의 어려움 또한 전 국민이 공감하고 있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전통시장을 찾고, 지역 상점가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 이들이 많다.
정부의 취지도 그러하거니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든 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공동의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처 제한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없는 마당이다.
선한 의도를 틈타, 편리성을 내세워 지역경제와 소상공인의 눈물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는 대기업의 얌체 같은 행보가 불편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