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이소연 기자] 금주의 가수는 가수 신승은입니다.   ■ 100m 앞, 뒷모습을 보여주는 그녀 신승은은 2012년부터 공연무대에 오른 베테랑 뮤지션이다. 23살 때 홍대 프리마켓 애프터눈 스테이지에 나간 게 데뷔의 계기가 됐다. 2016년에는 데뷔 정규 1집 앨범을, 지난 여름에는 세 곡이 담긴 싱글앨범을 냈다. 영화학도이기도 해 관련업계 일을 하고,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팟캐스트도 진행한 이력을 갖고 있다. 신승은이 낸 두 장의 앨범 재킷은 모두 뒷모습이 그려져 있다. 데뷔앨범 ‘넌 별로 날 안 좋아해’에는 초록 코트를 입은 한 여자가 축 처진 어깨로 세상 모든 쓸쓸함을 내뿜고 있다. 인물을 가로지르며 지그재그로 쓰여 있는 앨범명은 주인공의 머릿속에 온통 그 생각들로 가득하다는 인상을 준다. 싱글 ‘빙수 좋아하니...’에는 앞선 앨범과 똑같은 포즈로 서 있는 실사가 담겨있다. 심지어 살짝 비튼 머리와 어깨의 각도까지 똑같다. 다만 등 뒤로 내민 손에는 “오다 주웠다”라고 말하는 듯한 귀여운 딸기빙수가 놓여있다. ■ 70m 앞, 대표곡 ‘넌 별로 날 안 좋아해’ ‘빙수 좋아하니...’ 두 곡 모두 각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넌 별로 날 안 좋아해’는 예쁜 어쿠스틱 기타연주로 시작되지만,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내용은 멜로디와 전혀 반대다. 그래도 ‘빼곡했던 너의 연애/뾰족했던 나의 사랑’ 등처럼 특유의 라임은 재미있고, ‘홍대 술자리’ 등 구체적인 장소는 각자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한다.  ‘빙수 좋아하니...’는 사랑 노래다. 대신 신승은은 ‘사랑해’라고 고백하기보다 빙수를 사주고 싶은 마음을 전한다. 외롭다고 누군가를 하루 종일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계속해서 상대의 일상을 궁금해 하는 괴리가 유치하고 순진해 보인다. 제목에 붙은 ‘...’은 이런 망설임을 대변하는 걸까.     ■ 40m 앞, 애쓰지 않아 솔직하고 아기자기한 포크 신승은과 새소년의 보컬 황소윤의 목소리는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두 사람 모두 허스키한 저음이 귀에 확 꽂히기 때문이다. 자세히 들으면 다른 점이 느껴진다. 황소윤이 예리한 칼날 혹은 회색빛 시멘트 같다면, 신승은은 어린 시절 많이 쓰던 하얀색 지우개 같다. 신승은의 목소리는 뭉툭하고 담백하다. 뽀얀 지우개 때깔과 말랑말랑한 탄성이 느껴진다. 그로부터 왠지 모를 아기자기함도 묻어난다.  신승은의 순수함은 말하는 듯 읊는 창법에서 나온다. 음계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이지 않고 비슷한 톤을 유지한다. 보컬도 화려한 기교를 버리고 발음은 정확하게 꼭꼭 씹으려 하지 않는다. 솔직하려 애쓰지 않을 때 비로소 느껴지는 자연스러움이 스며든다. 스타일링으로 따지자면 ‘꾸민 듯 하지만 꾸미지 않은’ ‘무심하게 툭 매치한’ 정도의 느낌이랄까.  덕분에 신승은의 노래는 포크 장르 특유의 매력이 도드라진다. 복잡한 세상만사도 신승은이라는 사람을 거치면 아이가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이 된다. 서툴러 보이지만 순수한 눈으로 꿰뚫어보는 정확함이 있다.     ■ 10m 앞, 찌질한데 웃긴, 그 홍상수 영화처럼 신승은의 매력을 꼽자면 단연 ‘가사’다. 신승은은 앨범 재킷의 뒷모습처럼 전부를 보여주지 않는다. 열등감인지, 화가 난 건지 우울한 건지, 시크한 건지 위트 있는 건지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다. 동시에 하고자 하는 말은 직설적으로 다 한다. 분명 찌질한 속내를 파고 드는데 오히려 당당하다. 그 때문일까. 신승은의 노래를 들으면 홍상수의 영화가 스친다. 처음에는 ‘피식’ 웃게 되는데 가사를 곱씹을수록 농도 짙은 일상과 심리에 집중하게 된다. 제목만 훑어봐도 ‘빵’ 터진다. ‘동종업계 종사자’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똑똑한 사람’ ‘여자들을 만나야만 곡을 쓰는 뮤지션 얘기’ ‘흠’ 등은 생활밀착형 제목이다.  풀어나가는 이야기 역시 ‘내가 그의 팬인 것은 분명하지만/어디선가 드는 열등감’(동종업계 종사자) ‘게으르게 무엇도 안 하며/멍청하게 구원을 바라고/버스 안 중학생들의 꿈 얘기도/이제는 소음으로만 들리네’(무기력) ‘영화감독이 되겠다 갔던 학교에서/내가 했었던 건 시험감독...잘 생기고 많이 먹는 남자를 보다가/유튜브에서 맞아버린 새해’(답답함) 등은 일상을 들여다보지 않고선 나올 수 없는 내용들이다. 모두의 일기장처럼 누구나 겪는 순간들을 특유의 심드렁함과 노골적인 표현으로 이야기한다. 특유의 자조적인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유머는 잃지 않는다. 첫사랑으로 노래를 짓고 그 노래로 또 다른 여자를 꼬시는 일을 반복한다는 ‘여자들을 만나야만 곡을 쓰는 뮤지션 얘기’, 몸에 좋다는 약과 나쁘다는 술을 먹거나 돈을 벌러 가면서 택시를 타는 그런 ‘쌤쌤’의 인생을 다룬 ‘퉁’ 등이 그렇다.  ■ 드디어 신승은, 추천곡 ‘애매한 게’ ‘애매한 게’: 신승은을 파악할 수 있는 단 한 곡을 권하라면 망설임 없이 ‘애매한 게’를 택하겠다. 술은 좋아하지만 주량은 고작 한 병 반이며 포크라고 하기엔 내가 포크가 뭔지도 모른다고 한다. 남들에게는 ‘세상의 미는 다 다르다’고 해놓고 거울을 보고 ‘더럽게 못생겼네’라며 시무룩해한다. 이보다 더 적나라한 존재감 인식이 어디 있을까. 솔직히 한편으로는 나만 이렇게 어중간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감도 든다. 그러니 ‘나 찾아주시는 그 분들 뭔데/하지만 포탈에는 안 나오네’라고 하지 말아요, 신승은 씨.

신승은의 음악, 농도 짙은 일상을 그리다

이소연 기자 승인 2017.11.27 10:50 | 최종 수정 2135.10.24 00:00 의견 1

[뷰어스=이소연 기자] 금주의 가수는 가수 신승은입니다.

 

■ 100m 앞, 뒷모습을 보여주는 그녀
신승은은 2012년부터 공연무대에 오른 베테랑 뮤지션이다. 23살 때 홍대 프리마켓 애프터눈 스테이지에 나간 게 데뷔의 계기가 됐다. 2016년에는 데뷔 정규 1집 앨범을, 지난 여름에는 세 곡이 담긴 싱글앨범을 냈다. 영화학도이기도 해 관련업계 일을 하고,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팟캐스트도 진행한 이력을 갖고 있다.

신승은이 낸 두 장의 앨범 재킷은 모두 뒷모습이 그려져 있다. 데뷔앨범 ‘넌 별로 날 안 좋아해’에는 초록 코트를 입은 한 여자가 축 처진 어깨로 세상 모든 쓸쓸함을 내뿜고 있다. 인물을 가로지르며 지그재그로 쓰여 있는 앨범명은 주인공의 머릿속에 온통 그 생각들로 가득하다는 인상을 준다. 싱글 ‘빙수 좋아하니...’에는 앞선 앨범과 똑같은 포즈로 서 있는 실사가 담겨있다. 심지어 살짝 비튼 머리와 어깨의 각도까지 똑같다. 다만 등 뒤로 내민 손에는 “오다 주웠다”라고 말하는 듯한 귀여운 딸기빙수가 놓여있다.

■ 70m 앞, 대표곡 ‘넌 별로 날 안 좋아해’ ‘빙수 좋아하니...’
두 곡 모두 각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넌 별로 날 안 좋아해’는 예쁜 어쿠스틱 기타연주로 시작되지만,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내용은 멜로디와 전혀 반대다. 그래도 ‘빼곡했던 너의 연애/뾰족했던 나의 사랑’ 등처럼 특유의 라임은 재미있고, ‘홍대 술자리’ 등 구체적인 장소는 각자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한다. 

‘빙수 좋아하니...’는 사랑 노래다. 대신 신승은은 ‘사랑해’라고 고백하기보다 빙수를 사주고 싶은 마음을 전한다. 외롭다고 누군가를 하루 종일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계속해서 상대의 일상을 궁금해 하는 괴리가 유치하고 순진해 보인다. 제목에 붙은 ‘...’은 이런 망설임을 대변하는 걸까.

 

 

■ 40m 앞, 애쓰지 않아 솔직하고 아기자기한 포크
신승은과 새소년의 보컬 황소윤의 목소리는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두 사람 모두 허스키한 저음이 귀에 확 꽂히기 때문이다. 자세히 들으면 다른 점이 느껴진다. 황소윤이 예리한 칼날 혹은 회색빛 시멘트 같다면, 신승은은 어린 시절 많이 쓰던 하얀색 지우개 같다. 신승은의 목소리는 뭉툭하고 담백하다. 뽀얀 지우개 때깔과 말랑말랑한 탄성이 느껴진다. 그로부터 왠지 모를 아기자기함도 묻어난다. 

신승은의 순수함은 말하는 듯 읊는 창법에서 나온다. 음계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이지 않고 비슷한 톤을 유지한다. 보컬도 화려한 기교를 버리고 발음은 정확하게 꼭꼭 씹으려 하지 않는다. 솔직하려 애쓰지 않을 때 비로소 느껴지는 자연스러움이 스며든다. 스타일링으로 따지자면 ‘꾸민 듯 하지만 꾸미지 않은’ ‘무심하게 툭 매치한’ 정도의 느낌이랄까. 

덕분에 신승은의 노래는 포크 장르 특유의 매력이 도드라진다. 복잡한 세상만사도 신승은이라는 사람을 거치면 아이가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이 된다. 서툴러 보이지만 순수한 눈으로 꿰뚫어보는 정확함이 있다.

 

 

■ 10m 앞, 찌질한데 웃긴, 그 홍상수 영화처럼
신승은의 매력을 꼽자면 단연 ‘가사’다. 신승은은 앨범 재킷의 뒷모습처럼 전부를 보여주지 않는다. 열등감인지, 화가 난 건지 우울한 건지, 시크한 건지 위트 있는 건지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다. 동시에 하고자 하는 말은 직설적으로 다 한다. 분명 찌질한 속내를 파고 드는데 오히려 당당하다. 그 때문일까. 신승은의 노래를 들으면 홍상수의 영화가 스친다. 처음에는 ‘피식’ 웃게 되는데 가사를 곱씹을수록 농도 짙은 일상과 심리에 집중하게 된다.

제목만 훑어봐도 ‘빵’ 터진다. ‘동종업계 종사자’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똑똑한 사람’ ‘여자들을 만나야만 곡을 쓰는 뮤지션 얘기’ ‘흠’ 등은 생활밀착형 제목이다. 

풀어나가는 이야기 역시 ‘내가 그의 팬인 것은 분명하지만/어디선가 드는 열등감’(동종업계 종사자) ‘게으르게 무엇도 안 하며/멍청하게 구원을 바라고/버스 안 중학생들의 꿈 얘기도/이제는 소음으로만 들리네’(무기력) ‘영화감독이 되겠다 갔던 학교에서/내가 했었던 건 시험감독...잘 생기고 많이 먹는 남자를 보다가/유튜브에서 맞아버린 새해’(답답함) 등은 일상을 들여다보지 않고선 나올 수 없는 내용들이다. 모두의 일기장처럼 누구나 겪는 순간들을 특유의 심드렁함과 노골적인 표현으로 이야기한다.

특유의 자조적인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유머는 잃지 않는다. 첫사랑으로 노래를 짓고 그 노래로 또 다른 여자를 꼬시는 일을 반복한다는 ‘여자들을 만나야만 곡을 쓰는 뮤지션 얘기’, 몸에 좋다는 약과 나쁘다는 술을 먹거나 돈을 벌러 가면서 택시를 타는 그런 ‘쌤쌤’의 인생을 다룬 ‘퉁’ 등이 그렇다. 

■ 드디어 신승은, 추천곡 ‘애매한 게’
‘애매한 게’: 신승은을 파악할 수 있는 단 한 곡을 권하라면 망설임 없이 ‘애매한 게’를 택하겠다. 술은 좋아하지만 주량은 고작 한 병 반이며 포크라고 하기엔 내가 포크가 뭔지도 모른다고 한다. 남들에게는 ‘세상의 미는 다 다르다’고 해놓고 거울을 보고 ‘더럽게 못생겼네’라며 시무룩해한다. 이보다 더 적나라한 존재감 인식이 어디 있을까. 솔직히 한편으로는 나만 이렇게 어중간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감도 든다. 그러니 ‘나 찾아주시는 그 분들 뭔데/하지만 포탈에는 안 나오네’라고 하지 말아요, 신승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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