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스틸컷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뷰어스=김동민 기자] 어느 누구라도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세계가 있다. 그 세계에서는 수억 년 전의 공룡을 만날 수도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기술들을 경험할 수도 있다. 지구 반대편까지 순식간에 이동하거나 아니면 아득히 먼 외계 행성을 여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바로 ‘가상현실’에 대한 얘기다. 1980년대 8비트 비디오게임 콘솔에서 지금의 VR 기술까지, 이상을 현실화시켜 온 그 세계는 점점 ‘진짜 현실’과 가까워져 왔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2018년 현재에 멈춰서 잠시 돌아보는 가상현실 세계의 현주소를 조명한다. 벌써 30년이 넘은 비디오게임의 역사를 총망라한 종합 선물세트로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2045년 어딘가 음울한 미래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주인공은 빈민촌에서 이모 집에 얹혀사는 별 볼일 없는 10대 소년 웨이드. 그에게 유일한 해방구는 가상현실 세계 ‘오아시스’에 접속해 게임 속 영웅이 되는 길 뿐이다. 영화는 이런 웨이드가 가상현실 속 캐릭터 ‘파시발’을 통해 누구도 해내지 못한 게임 미션 수행에 도전하는 과정을 다룬다. 웨이드가 가상현실 속 절친 H, 그리고 베일에 싸인 아르테미스와 함께 ‘오아시스’를 누비며 거대 회사 IOI와 맞서는 전개가 영화의 큰 줄기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스틸컷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영화에서 단연 돋보이는 건 더할 나위 없을 정도의 시각 효과다. 웨이드가 VR 고글을 착용하고 접속하는 오아시스는 현실에서는 결코 구현될 수 없는 세계로서 화려하다 못해 매혹적이기까지 하다. 비록 현실 세계와는 완전히 분리된 뜬구름 같은 가상현실이지만, 그 세계는 온갖 멋진 일들로 가득해 할 수만 있다면 영원히 머물고 싶을 만큼 이상적이다. 드넓은 벌판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전투, 수십 수백 대의 차들이 온갖 장애물을 피해가며 달리는 레이싱 경기, 파트너와 공중에 뜬 채 춤을 출 수 있는 클럽까지. 첨단 가상현실 기술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영화의 장면 장면들에는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세대를 아우르는 ‘게임 키즈’들에게 바치는 헌사이기도 하다. 스트리트파이터와 건담에서 워크래프트나 스타크래프트, 나아가 오버워치와 마인크래프트까지. 영화는 비디오게임의 역사를 관통하는 주옥같은 작품들을 곳곳에 삽입함으로써 3040 세대에게는 향수를, 1020세대에겐 흥분을 불러 일으킨다. 여기에 킹콩과 공룡 T-렉스는 물론 아이언 자이언트, ‘백 투더 퓨처’에 등장했던 자동차 드로이안, ‘아키라’ 속 바이크 등 대중문화계에 큰 획을 그은 모티프들을 배치해 20세기의 서브컬처를 그야말로 세심하게 담아낸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스틸컷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이 와중에 ‘레디 플레이어 원’은 흔히 ‘오타쿠’나 ‘폐인’이란 수식어로 대변되는 하위 대중문화의 존재 가치에 대해 의미심장한 질문을 남기는 데에도 성공한다. 현실에서는 ‘루저’에 가까운 웨이드가 사는 곳도 얼굴도 모르는 ‘랜선 친구’들과 게임 미션을 수행하며 점점 사회악에 맞서는 전개를 통해서다. 가상현실 속 영웅을 꿈꾸던 웨이드 일행과 ‘오아시스’를 통해 현실 세계를 장악하려는 IOI 간 대결 구도는 그렇게 게임 속 경쟁을 현실적 혁명의 지위로까지 끌어올린다. 이에 반해 게임 자체와 게이머의 순수성에 반하는 비즈니스적 속성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풍자한다. 결국 ‘레디 플레이어 원’은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게임에 열중하느라 잔소리를 들었을 과거와 현재의 ‘게임 키즈’들을 응원하는 작품인지도 모른다. “게임의 가치는 이기는 게 아니라 플레이하는 과정 속에 있다”는 영화 속 메시지처럼 말이다. 3월 28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