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들. (사진=연합)

6·27 대책 시행 이후 부동산 시장은 전체적으로 관망세에 접어들었으나 서울 일부 단지에서는 상승세가 유지되며 신고가를 갱신했다. 서초구 등 전세가격이 하락한 곳도 존재하나,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돼 오히려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부담 증가가 우려된다. 전문가는 공급물량을 확충하고 거래를 독려하기 위한 세제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서울·수도권 관망세 진입…재건축·소형 아파트 수요 몰려 상승세

6·27 대책 시행 이후 시장은 전체적으로 관망세에 접어들었다. 24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셋째 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가격은 매매와 전세 모두 0.01% 상승하며 보합을 보였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상승폭이 줄며 둔화흐름이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16% 올라 전주(0.19%) 대비 상승폭은 0.03%포인트 감소하며 4주 연속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다.

다만 일부 지역에서는 상승세가 여전히 높게 유지됐다. 강남권은 송파구(0.43%), 서초구(0.28%), 강북권은 성동구(0.37%), 용산구(0.24%) 등이 강세를 보였다. 이 지역들의 상승세는 준공 이후 30년이상 지난 노후 재건축 단지들이 이끌었다. 한국부동산원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일부 재건축 추진 단지 등을 중심으로 상승계약 체결됐으나, 매수 관망세가 지속되고 거래가 감소해 전체 상승폭이 축소됐다"고 밝혔다.

상승세가 이어진 지역의 노후 재건축 단지 일부는 신고가를 갱신하기도 했다. 송파구에서는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76㎡가 지난 11일 41억7700만원 신고가에 거래됐다. 인근 장미2단지 84㎡도 30억4000만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했다. 성동구에서는 1982년 준공돼 재건축을 추진 중인 옥수동 한남하이츠 전용면적 89㎡가 이번 달 27억원에 신고가 거래되며 지난달 22억9000만원 대비 약 4억원 올랐다.

신고가 갱신 흐름은 재건축 단지 뿐만 아니라 한강이남 소형 아파트에서도 이어졌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한강 이남 11개구(강남·서초·송파·강동·강서·관악·구로·금천·동작·양천·영등포구)의 소형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0억1398만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갱신했다.

수도권 아파트 시장이 전반적으로 관망세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단지와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나타나는 이유는 6·27 대책의 영향이 크다. 재건축 단지의 경우 대출 규제의 영향이 적은 현금 부자들의 투자처로 지목되며 가격이 올랐다. 향후 서울 아파트 신규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예상이 노후 재건축 중심 공급 기대를 불러일으키며 선호도를 높였다. 소형 아파트의 경우 6억원으로 제한된 주담대로도 자금 조달이 가능하기에 선호도가 높아졌다. 면적이 작은만큼 평균 가격대가 낮기때문이다.

서초구 자이 아파트 모습. (사진=문재혁 기자)

■ 일부지역 전세가 하락…전세의 월세화로 주거부담 증가

서울 일부지역에서는 관망세가 아닌 가격 하락흐름이 나타나기도 했다. 한국부동산원의 '7월 셋째 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초구 전세가격은 0.16% 하락하며 6주 연속 하락세가 이어졌다. 6·27 대책의 영향과 '메이플자이' 등 공급물량 증가 영향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동시에 전세매물이 줄어들고 반전세·월세 매물이 늘어나는 전세의 월세화가 진행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월세가 100만원이 넘는 반전세·월세 계약이 크게 늘었다.지난 2월 메이플자이에서 체결된 전·월세 계약은 17건으로 모두 월세가 없는 순수 전세였으나 지금은 월세 매물이 다수 보인다. 59㎡ 매물은 집주인이 이달 보증금 1억원, 월세 500만원에 세입자를 들였다. 84㎡의 경우 보증금 2억원, 월세 63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전세매물의 월세전환은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일어난 변화다. 주담대 6억원 제한으로 기존 전세금액을 조달하기 어려워져 집주인들은 초기 입주비용 부담을 줄이기위해 매물을 월세로 전환했다. 세입자들 또한 전세퇴거자금대출의 한도가 1억원으로 제한된만큼 보증금 반환여부 관련 불안이 커지면서 월세 선호도가 높아졌다.

이러한 월세화 흐름은 결국 무주택자를 비롯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높아지는 결과로 나타난다. 주거비용 지출이 늘어나면서 월세에서 전세, 매매로 이어지는 주거이동 사다리 구조도 무너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 "공급물량 확충, 세제개편 통한 거래 유인 필요"

전문가는 규제만으로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이뤄내기 어렵다며 공급대책과 세제개편을 통한 유인책을 당부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결국 양질의 아파트를 추가 공급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며 "엉뚱한 곳에 행정력을 낭비하지 말고 기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공급 대책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내년 5월 9일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한 규제지역 중과세 조치가 연장되지 않으면 집주인들의 매물잠김이 심화될 것"이라며 "세제개편을 통해 보유세를 올리거나 거래세를 내리는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