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예능 '판결의 온도' 포스터(사진=MBC)   [뷰어스=손예지 기자] TV가 법 사랑에 푹 빠진 모양새다. MBC ‘검법남녀’ JTBC ‘미스 함무라비’ tvN ‘무법 변호사’ 현재 방영 중인 이 드라마들은 모두 법(法)과 관련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지난 14일 종영한 KBS2 ‘슈츠’와 오는 7월 방송 예정인 SBS ‘친애하는 판사님께’까지 포함하면, 올해 상반기에만 법정 드라마가 일주일 내내 시청자들을 만난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마뿐만이 아니다. 최근 새로 시작한 MBC ‘판결의 온도’도 법을 전면에 내세운 예능이다.  각 드라마 포스터(사진=MBC, JTBC, tvN)   ■ 법, ‘적폐청산’의 수단을 넘어서다  법정물 열풍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SBS ‘귓속말’ MBC ‘파수꾼’ tvN ‘비밀의 숲’ 등이 대표적인 예인데, 모두 법조계 내부 비리를 고발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를 통해 시청률은 물론, 작품성까지 인정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는 방영 당시 사회의 분위기와 연관됐다.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가 새로이 출범하며 적폐청산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가 높아졌었다. 이러한 정서가 그대로 반영된 드라마들이 호응을 얻은 것이다. 최근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하면서 검찰 개혁이 다시금 중요한 사안으로 대두됐다. 이에 따라 법조계를 향한 국민의 관심은 여전히 높은 상황. 법정물 열풍이 계속 이어지는 이유다. 그러나 전년과 비교했을 때 조금 다른 양상을 띤다. 더는 법이 소수 권력 계층을 처단하는 수단으로만 머물고 있지 않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법의관(정재영)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기존 법정물과 차별화를 꾀한 ‘검법남녀’ 속 살인 사건은 대부분 가정 폭력이나 교내 따돌림 등으로 인해 벌어진다. 정치적인 사안과는 거리가 먼 일상 범죄들을 가져와 시청자들의 몰입을 돕는 것. ‘무법 변호사’는 극 중 법으로 사회악을 처단하려는 조폭 출신 변호사(이준기)의 의지가 개인의 복수심에서 비롯된 점이 인상적이다. 그런가 하면 ‘미스 함무라비’는 아예 민사합의부를 배경 삼아 일상의 문제들로 법을 찾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아울러 법원 내에서 일어나는 성차별이나 ‘갑질’ 등도 현실적으로 풀어내 공감을 사고 있다.  이처럼 근래의 법정물은 그간 어렵고 전문적인 분야로만 여겨졌던 법을 일상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도구로 그리고 있다. 이로써 법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밀접하고 친근한 존재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고(故) 신해철 의료사고 판례를 다룬 '판결의 온도'(사진=MBC 방송화면)   ■ ‘판결의 온도’ 정규 편성의 의미  이런 가운데 ‘판결의 온도’가 법에 대한 허들을 낮추는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판결의 온도’는 지난 3월 MBC가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보였던 파일럿 중 하나다. 대중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판례들을 선정해 쟁점을 짚고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형식으로, 파일럿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 정규행 티켓을 따냈다. 지난 22일 정규 편성 첫 방송에서는 고(故) 신해철의 의료사고를 주제로 선정했다. 이에 고인의 유족 법률 대리인 박호균 변호사와 대한의사협회의 법률 자문을 맡은 이준석 변호사를 특별 게스트로 초대했다. 이들은 MC 송은이와 서장훈을 비롯해 주진우·이진우 기자·임현주 아나운서·신중권 변호사 등 패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5월 대법원은 피고인 강 원장에게 징역 1년 형을 선고했다. 이는 대중의 공분을 샀다. 박 변호사와 이 변호사도 대중의 분노에 공감했다. 그러나 양형의 적합성에 대해서는 의견 차이를 보였다. 박 변호사가 “실형이라 다행이지만, 형량이 부족했다”고 지적한 한편, 이 변호사는 “피해자가 유명인이라고 해서 강 원장에게만 가혹한 형량을 부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현행법상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의 의료인 대다수가 벌금형에 그치는 가운데, 강 원장에 대한 징역 1년형은 분명 파격적이라는 것. 다만 이 같은 판결의 근거가 된 의료법의 수준이 미비하다는 것에는 동감하며 개정을 촉구했다. ‘판결의 온도’는 단순히 판례를 분석하고 논쟁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의료사고 발생 시 대처법도 공유했다. 의사에게 사고 경위를 물은 뒤 이를 녹취 혹은 메모하고, 이때 증인 확보를 위해 여러 명을 대동해야 한다거나 위변조 방지를 위해 진료기록부를 빨리 확보해야 한다는 등 실질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 이후 ‘판결의 경계’라는 코너를 통해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가 직접 ‘정당방위’의 개념과 관련 판례 등을 설명해주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TV에서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공개 법률 상담을 해준 격이다.  ‘판결의 온도’가 사법부와 시민의 거리를 좁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고정 출연자인 주진우 기자는 “(파일럿 방송 후 법조인들로부터) 걱정과 우려, 기대의 전화가 많이 왔다”며 “재판부는 자신들의 판결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는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법정물이 많은 시청자에게 사랑받는 장르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최근 안방극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보면, 단순 스테디셀러 장르에 대한 공급과 수요를 넘어선 상태다. 그만큼 법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필요도가 높아졌음을 증명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발맞춰 TV 속 법정물 공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윤시윤·이유영 주연의 법정물 ‘친애하는 판사님께’를 비롯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로스쿨 이야기를 담아낼 드라마 ‘로스쿨 몬스터즈(가제)’도 올 하반기 촬영을 앞두고 있다. 우리 현실과 잘 맞닿아있는 법 이야기로 대중의 공감과 지지를 얻는 작품들이 탄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수다뉴스] 안방극장, 法과 사랑에 빠진 이유는?

손예지 기자 승인 2018.06.29 10:11 | 최종 수정 2136.12.25 00:00 의견 0
법 예능 '판결의 온도' 포스터(사진=MBC)
법 예능 '판결의 온도' 포스터(사진=MBC)

 

[뷰어스=손예지 기자] TV가 법 사랑에 푹 빠진 모양새다.

MBC ‘검법남녀’ JTBC ‘미스 함무라비’ tvN ‘무법 변호사’ 현재 방영 중인 이 드라마들은 모두 법(法)과 관련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지난 14일 종영한 KBS2 ‘슈츠’와 오는 7월 방송 예정인 SBS ‘친애하는 판사님께’까지 포함하면, 올해 상반기에만 법정 드라마가 일주일 내내 시청자들을 만난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마뿐만이 아니다. 최근 새로 시작한 MBC ‘판결의 온도’도 법을 전면에 내세운 예능이다. 

각 드라마 포스터(사진=MBC, JTBC, tvN)
각 드라마 포스터(사진=MBC, JTBC, tvN)

 

■ 법, ‘적폐청산’의 수단을 넘어서다
 법정물 열풍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SBS ‘귓속말’ MBC ‘파수꾼’ tvN ‘비밀의 숲’ 등이 대표적인 예인데, 모두 법조계 내부 비리를 고발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를 통해 시청률은 물론, 작품성까지 인정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는 방영 당시 사회의 분위기와 연관됐다.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가 새로이 출범하며 적폐청산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가 높아졌었다. 이러한 정서가 그대로 반영된 드라마들이 호응을 얻은 것이다.

최근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하면서 검찰 개혁이 다시금 중요한 사안으로 대두됐다. 이에 따라 법조계를 향한 국민의 관심은 여전히 높은 상황. 법정물 열풍이 계속 이어지는 이유다. 그러나 전년과 비교했을 때 조금 다른 양상을 띤다. 더는 법이 소수 권력 계층을 처단하는 수단으로만 머물고 있지 않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법의관(정재영)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기존 법정물과 차별화를 꾀한 ‘검법남녀’ 속 살인 사건은 대부분 가정 폭력이나 교내 따돌림 등으로 인해 벌어진다. 정치적인 사안과는 거리가 먼 일상 범죄들을 가져와 시청자들의 몰입을 돕는 것. ‘무법 변호사’는 극 중 법으로 사회악을 처단하려는 조폭 출신 변호사(이준기)의 의지가 개인의 복수심에서 비롯된 점이 인상적이다. 그런가 하면 ‘미스 함무라비’는 아예 민사합의부를 배경 삼아 일상의 문제들로 법을 찾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아울러 법원 내에서 일어나는 성차별이나 ‘갑질’ 등도 현실적으로 풀어내 공감을 사고 있다. 

이처럼 근래의 법정물은 그간 어렵고 전문적인 분야로만 여겨졌던 법을 일상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도구로 그리고 있다. 이로써 법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밀접하고 친근한 존재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고(故) 신해철 의료사고 판례를 다룬 '판결의 온도'(사진=MBC 방송화면)
고(故) 신해철 의료사고 판례를 다룬 '판결의 온도'(사진=MBC 방송화면)

 

■ ‘판결의 온도’ 정규 편성의 의미
 이런 가운데 ‘판결의 온도’가 법에 대한 허들을 낮추는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판결의 온도’는 지난 3월 MBC가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보였던 파일럿 중 하나다. 대중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판례들을 선정해 쟁점을 짚고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형식으로, 파일럿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 정규행 티켓을 따냈다.

지난 22일 정규 편성 첫 방송에서는 고(故) 신해철의 의료사고를 주제로 선정했다. 이에 고인의 유족 법률 대리인 박호균 변호사와 대한의사협회의 법률 자문을 맡은 이준석 변호사를 특별 게스트로 초대했다. 이들은 MC 송은이와 서장훈을 비롯해 주진우·이진우 기자·임현주 아나운서·신중권 변호사 등 패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5월 대법원은 피고인 강 원장에게 징역 1년 형을 선고했다. 이는 대중의 공분을 샀다. 박 변호사와 이 변호사도 대중의 분노에 공감했다. 그러나 양형의 적합성에 대해서는 의견 차이를 보였다. 박 변호사가 “실형이라 다행이지만, 형량이 부족했다”고 지적한 한편, 이 변호사는 “피해자가 유명인이라고 해서 강 원장에게만 가혹한 형량을 부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현행법상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의 의료인 대다수가 벌금형에 그치는 가운데, 강 원장에 대한 징역 1년형은 분명 파격적이라는 것. 다만 이 같은 판결의 근거가 된 의료법의 수준이 미비하다는 것에는 동감하며 개정을 촉구했다.

‘판결의 온도’는 단순히 판례를 분석하고 논쟁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의료사고 발생 시 대처법도 공유했다. 의사에게 사고 경위를 물은 뒤 이를 녹취 혹은 메모하고, 이때 증인 확보를 위해 여러 명을 대동해야 한다거나 위변조 방지를 위해 진료기록부를 빨리 확보해야 한다는 등 실질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 이후 ‘판결의 경계’라는 코너를 통해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가 직접 ‘정당방위’의 개념과 관련 판례 등을 설명해주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TV에서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공개 법률 상담을 해준 격이다. 

‘판결의 온도’가 사법부와 시민의 거리를 좁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고정 출연자인 주진우 기자는 “(파일럿 방송 후 법조인들로부터) 걱정과 우려, 기대의 전화가 많이 왔다”며 “재판부는 자신들의 판결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는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법정물이 많은 시청자에게 사랑받는 장르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최근 안방극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보면, 단순 스테디셀러 장르에 대한 공급과 수요를 넘어선 상태다. 그만큼 법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필요도가 높아졌음을 증명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발맞춰 TV 속 법정물 공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윤시윤·이유영 주연의 법정물 ‘친애하는 판사님께’를 비롯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로스쿨 이야기를 담아낼 드라마 ‘로스쿨 몬스터즈(가제)’도 올 하반기 촬영을 앞두고 있다. 우리 현실과 잘 맞닿아있는 법 이야기로 대중의 공감과 지지를 얻는 작품들이 탄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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