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손예지 기자] 신데렐라는 어쩌다 악녀가 되었을까. 지난 25일 첫 방송을 내보낸 MBC 새 주말드라마 ‘숨바꼭질’(연출 신용휘, 극본 설경은)은 부잣집 입양아로 구박받으며 자란 주인공 민채린(이유리)이 가족 중 최대 권력자인 할머니에게 ‘순종’하는 대신 ‘저항’하기를 택하며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내용을 그렸다.

극 중 채린은 국내 유명 화장품 브랜드 상속녀다. 화려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입양아라는 이유로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양할머니 나해금(정혜선)의 계략으로 망나니 재벌 문재상(김영민)과 정략결혼까지 했다. 

채린의 삶은 또 다른 주인공 하연주(엄현경)와 대비된다. 연주는 흙수저다. 딸 셋 편모 가정의 맏이로, 채린의 브랜드 방문판매 영업소에서 일하며 가장 노릇을 한다. 하지만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덕분에 밝고 긍정적인 성격을 가지게 됐다. 연주는 현재 차은혁(송창의)과 결혼을 앞둔 상태다. 연주는 다소 무뚝뚝한 은혁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은혁은 재상의 수행비서로 일한다. 재상이 결혼하기 전 채린을 뒷조사하다가 그의 아픈 가정사를 알게 됐다. 이에 은혁은 채린에게 동정과 동질감이 뒤섞인 미묘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여러 인물들이 복잡하게 얽힌 가운데 흥미를 끈 캐릭터는 역시 민채린이었다. 대기업 외동딸의 액받이로 입양됐다는 설정이 새로웠다. 막장의 향기가 물씬 풍기지만 최근 이슈됐던 실제 재벌가의 비상식적인 갑질 행위를 떠올리면 마냥 비현설직인 이야기는 아닌 듯 싶다. 무엇보다 이러한 설정은 채린이라는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어줬다. 또 가족에게 인정받기 원하는 마음과 복수심이 공존하는 채린의 상황에도 설득력을 부여했다. 

이 과정에서 이유리의 활약이 단연 돋보였다. 그는 웃고 울고 분노하고 욕망하는 채린의 다채로운 감정 변화를 능수능란하게 표현했다. 특히 할머니 때문에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돼 오열하는 장면은 감탄을 자아냈다. 이 외에 맨발로 거리를 뛰거나 뺨을 맞는 등 다소 과격한 장면까지 소화하며 그야말로 몸 사리지 않는 열연을 보여줬다. 여기에 송창의와의 케미스트리도 남달라 앞으로 전개될 로맨스에 대한 기대치도 높였다.

반면 극 중 채린과 투톱을 이루는 하연주의 존재감은 미약해 아쉬움을 남겼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좌절하지 않고 사랑하는 남자에게 헌신하는 연주는 그간 여러 드라마에서 숱하게 그려졌던 캔디형 여자 주인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1~4회 전개가 채린에게 집중됐던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의 이야기를 통해 연주 역시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첫 방송에 대한 반응이 좋다. “이유리 멋있다” “이유리 연기가 하드캐리했다” “이유리는 실망시키지 않는다” 등 주말극 흥행퀸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이유리의 실감난 연기 덕분에 민채린 캐릭터를 지지하고 응원한다는 시청자들도 많다. 그런가 하면 “이유리와 송창의의 로맨스가 기대된다” “잠깐 만났는데도 케미스트리가 남달랐다”는 호평도 줄지었다. 한편 일부 막장 요소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시청률은 4회 연속 방송의 덕을 제대로 본 모양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숨바꼭질’은 1회 전국시청률 3.2%로 출발, 4회 시청률 8.1%까지 올랐다.(이하 동일 기준) 2배 이상 껑충 뛴 셈이다. 흡인력 강한 전개가 시청자들을 끌어모았다는 평가다. 앞으로의 상승세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다만 비슷한 시간대 방송하는 SBS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10.4%) tvN ‘미스터 선샤인’(12.9%)과의 경쟁에서는 패배했다. 이런 가운데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과 ‘미스터 션샤인’의 성적이 전주 대비 소폭 하락했다는 점에서 일부 시청자가 ‘숨바꼭질’로 이동했으리라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첫 방송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숨바꼭질’이 이 기세에 힘입어 토요 드라마 시청률 왕좌를 차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뷰어스 손예지 기자 yeyegee@nate.com 손예지 기자의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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