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방송화면)
[뷰어스=노윤정 기자] ‘내 뒤에 테리우스’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전직 국정원 요원과 경력 단절 쌍둥이 엄마의 첩보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인다.
27일 베일을 벗은 MBC 새 수목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연출 박상훈, 박상우·극본 오지영)는 국정원 블랙 요원에서 적색 수배자가 된 김본(소지섭)과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첩보 전쟁에 뛰어들게 된 고애린(정인선)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첩보 액션물인 듯 보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 코미디와 로맨스, 휴먼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가 녹아있어 다채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전반적으로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풀어내 편하게 즐기며 볼 수 있다. 또한 ‘내 뒤에 테리우스’는 소지섭이 2년 8개월여 만에 드라마로 복귀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소지섭은 진지함과 코믹함을 오가는 열연으로 첫 방송부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내 뒤에 테리우스’ 1~4회에서는 김본이 고애린과 그녀의 쌍둥이 자녀 차준수(김건우)-차준희(옥예린) 남매를 지키기 위해 접근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김본은 출중한 능력을 갖춘 국정원 블랙요원이었으나 3년 전 한 작전을 수행하던 중 북한의 핵물리학자이자 정보원, 그리고 자신의 연인이었던 최연경(남규리)을 잃고 내부 첩자 혐의까지 받게 됐다. 그 뒤 신분을 숨긴 채 3년 전 사건의 진실을 좇고 있는 상황. 그러던 중 자신이 추적하던 킬러 케이(조태관)가 앞집에 사는 고애린과 아이들 곁을 맴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케이는 진용태(손호준)의 지시로 국가안보실장 문성수(김명수)를 살해하는 과정에서 목격자인 고애린의 남편 차정일(양동근)까지 심장마비로 위장해 죽이고 후한을 없애기 위해 차정일 가족들을 살피고 있는 상황. 위험을 감지한 김본은 베이비시터 일을 자청해 고애린과 아이들 곁에 머물기 시작한다.
한편 고애린의 이웃주민이자 절친한 지인인 심은하(김여진)는 사라진 자전거를 찾기 위해 아파트 CCTV 영상을 열람하다가 차정일이 누군가에게 쫓기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게 된다. 남편의 죽음이 타살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 고애린은 크게 충격 받고 김본은 차정일을 쫓는 이가 케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곤 얼굴이 굳는다. 이 모든 상황을 케이 역시 도청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점점 깊숙이 얽히기 시작한 김본과 고애린, 케이의 모습이 긴장감을 높였다.
‘내 뒤에 테리우스’ 연출을 맡은 박상훈 PD는 제작발표회 당시 작품에 대해 “첩보부터 시작해서 코미디, 패러디 등 여러 장르가 복합적으로 녹아있다”고 설명했다. 그 말처럼 ‘내 뒤에 테리우스’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유쾌한 코미디를 적절히 조화시키며 색다르고 다양한 재미를 선사했다. 김본이 장례식장에서 국정원 요원들에게 쫓기는 장면이나 케이가 문성수와 차정일을 살해하는 장면은 박진감 넘치게 그려지며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반면 김본이 차준수-차준희 남매에게 꼼짝 못하고 휘둘리는 모습이나 심은하, 봉선미(정시아), 김상렬(강기영)에게 베이비시터 면접을 보는 모습, 이웃 주민들이 힘을 합쳐 차준수-차준희 남매를 데려간 케이를 추적하는 모습 등은 웃음을 자아냈다. 이 과정에서 소지섭의 캐릭터 소화력이 빛을 발했다. 소지섭은 카리스마 있는 모습과 코믹한 모습을 이질감 없이 오가며 김본이라는 캐릭터를 맞춤옷 입은 듯 소화했다. 소지섭의 호연은 다양한 장르를 녹여낸 극이 중심을 잃지 않도록 돕는 동시에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사진=MBC 방송화면)
아쉬운 점도 있다. ‘내 뒤에 테리우스’ 주요 소재 중 하나는 바로 국정원을 배경으로 한 첩보 액션이다. 그런 만큼 국정원 관련 에피소드를 좀 더 탄탄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차장 권영실(서이숙)을 비롯한 국정원 요원들이 김본을 추격하던 중 터널에서 너무 쉽게 놓쳐버리는 장면이나 국정원 전산 요원인 라도우(성주)가 손쉽게 국정원 기밀 정보에 접근하는 장면 등은 설정상 허술함을 드러낸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해당 장면에서 극의 긴장감도 떨어졌다. 코미디가 가미된 장르임을 감안하더라도 국정원 관련 에피소드와 첩보 액션이 어설프게 느껴지지 않도록 보완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볍게 보기 좋은 드라마” “적당히 진지하고 적당히 코믹하다” “초반엔 진지하게 흘러가는 듯하더니 김본이 베이비시터 된 이후에는 계속 웃으면서 봤다” 등 전개에 대한 좋은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내용이 조금 유치하다” “전개가 뻔하더라” 등 비판적인 의견도 있으나 자극적이거나 불편한 소재 없이 편하게 웃을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무엇보다 타이틀롤을 맡은 소지섭에 대해서는 호평일색이다. “소지섭 코믹한 연기도 잘하네” “진지한 표정이랑 내레이션이 더 웃기더라” 등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력에 대한 칭찬은 물론 “선글라스 쓰고 아이들 기다리는 모습이 정말 화보 같았다” “아이들 보면서 미소 짓는데 내가 다 설레더라” 등 캐릭터의 매력을 십분 살리는 훈훈한 비주얼에 대한 찬사 역시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주인공 정인선 역시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고애린 캐릭터를 표현해 호평을 받고 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집계에 따르면 27일 연속 방송된 ‘내 뒤에 테리우스’ 1~4회는 전국 가구 기준 6.3%, 7.6%, 6.1%, 6.1%의 시청률을 각각 기록했다. 이는 동시간대 방영된 드라마 중 2위에 해당하는 수치. 이날 SBS 역시 새 수목드라마 ‘흉부외과: 심장을 훔친 의사들’(이하 흉부외과)을 선보였지만 첫 방송 맞대결에서는 일단 ‘내 뒤에 테리우스’가 밀린 형국이다. 그러나 전작 ‘시간’의 최종회 시청률 3.6%보다 크게 상승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또한 ‘흉부외과’ 1~4회 시청률 역시 6.9%, 7.5%, 6.2%, 6.5%에 그쳤다. 소수점에서 순위가 갈리는 근소한 차이일 뿐이라 충분히 역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동시간대 경쟁작들이 다소 무거운 분위기로 전개되는 것과 달리 ‘내 뒤에 테리우스’는 가볍고 밝은 색채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어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