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붉은 달 푸른 해' 방송화면)   [뷰어스=손예지 기자] 드라마는 유의미한 장면들로 이뤄진다. 한 장면 속에 인물의 삶을 보여주는 상황,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대사들이 담긴다. 작품, 그리고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들여다볼만 한 장면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 장면 정보  작품 제목: MBC ‘붉은 달 푸른 해’ 방송 일자: 2018년 12월 20일 (17~18회) 상황 설명: 엄마의 학대를 숨기고 인내하던 빛나(유은미)는 참다 못해 상담사 우경(김선아)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 장면 포착 “살려 달라”는 빛나의 전화를 받고 다급히 달려온 차우경. 한때 상담가와 내담자로 만났던 두 사람이 진짜 비밀을 공유한다. 우경: “언제부터였어?” 빛나: “중학교 입학하자마자 공부박스를 설치했어요. 중딩 땐 평일 세 시간, 주말 다섯 시간. 고딩 되고 나서는 평일 다섯 시간, 주말 여덟 시간” 우경: “자물쇠 채워진 채 공부했다고?” 빛나: “갑자기 아프거나 화장실 급할 땐 비상벨을 눌러요. 그 외엔 나갈 수 없어요. 성적이 떨어지거나 엄마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면 ‘사랑의 타작’이 시작돼요” 우경: “왜 그때 선생님한테 얘기 안 했어?” 빛나: “엄마니까요. 엄마가 하는 일은 다 옳고 다 날 사랑해서 하는 거니까요. 회초리로 맞는 것도, 상처가 나는 것도”   (사진=MBC '붉은 달 푸른 해' 방송화면)   ■ 이 장면, 왜? ‘붉은 달 푸른해’는 아동학대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괄목할 만한 점은 부모의 무관심에 방치된 아이부터 지나친 닦달에 시달려 감정적인 한계에 내몰린 아이까지 두루 조명한다는 것이다. 자녀에 대한 학대의 의미가 물리적인 폭력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극 중에서는 이혼가정 자녀인 빛나가 대표적인 예다. 빛나는 부모의 이혼 후 모친 민하정의 손에 길러진 아이다. 패션몰을 운영하는 하정은 아동학대범 처벌 시위에 앞장섰던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하정 본인이 아동학대범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이혼 후 자존감이 하락한 하정이 딸 빛나에게 집착한 탓이다. 하정은 점차 딸의 성적을 높이는 데 맹목적인 사람이 되어갔다. 집에 공부박스를 설치하고 빛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성적이 떨어지거나 딸의 행동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랑의 타작’이라는 명목 하에 폭력도 행사했다.  안타까운 것은 이를 받아들이는 빛나의 태도다. 유년 시절을 보내는 동안 엄마의 정서적·물리적 폭력을 감내했던 그는 스트레스가 극에 치닫을 때가 되어서야 아동상담사 우경에게 도움을 청했다. 한때 절친했던 하정의 실체를 뒤늦게 알게 된 우경은 빛나에게 그간 학대 사실을 숨긴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빛나는 “엄마니까”라고 답했다. 성적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엄마가 휘두르는 회초리를 묵묵히 맞는 것도, 이 때문에 온 몸에 상처가 새겨지는 것도 “엄마가 하는 일은 다 옳고 다 날 사랑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참아야 했다는 빛나의 말은 슬픔과 분노를 동시에 들끓게 한다.  갓 태어난 새끼동물은 자신의 시야에 처음 들어온 대상을 졸졸 쫓아다닌다고 한다. 눈을 뜨자마자 곁을 지켜준 대상을 스스로의 보호자로 인식해서다. 한번 부모라는 인식이 들면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린 아이에게는 부모가 세상의 전부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절실하므로 부모의 모든 행동을 정당화하게 되는 것이다.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되기 이전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는 빛나가 엄마의 부당한 폭력에 대해 폭로하거나 반항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빛나가 보여준 것처럼 가정 폭력의 피해자는 스스로 그 끔찍한 환경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에 타인의 도움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 여기에서 ‘붉은 달 푸른 해’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가 분명해진다. 아동학대 내지는 가정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차원의 깊은 관여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표한 ‘2017년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가해자의 절반은 친부모로 나타났다. 2014년 아동학대방지특별법이 시행된 후에도 학대받아 사망까지 이른 아동의 수는 점점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무려 38명의 아이들이 학대로 사망했다. 아동학대방지특별법 시행 이후 최다 기록이다. 사회적으로 아동학대의 문제가 더는 좌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붉은 달 푸른 해’의 출현은 분명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장면포착] ‘붉은 달 푸른 해’ 가정폭력 피해 아동의 외침

손예지 기자 승인 2018.12.21 00:23 | 최종 수정 2137.12.10 00:00 의견 0
(사진=MBC '붉은 달 푸른 해' 방송화면)
(사진=MBC '붉은 달 푸른 해' 방송화면)

 

[뷰어스=손예지 기자] 드라마는 유의미한 장면들로 이뤄진다. 한 장면 속에 인물의 삶을 보여주는 상황,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대사들이 담긴다. 작품, 그리고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들여다볼만 한 장면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 장면 정보 

작품 제목: MBC ‘붉은 달 푸른 해’
방송 일자: 2018년 12월 20일 (17~18회)
상황 설명: 엄마의 학대를 숨기고 인내하던 빛나(유은미)는 참다 못해 상담사 우경(김선아)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 장면 포착

“살려 달라”는 빛나의 전화를 받고 다급히 달려온 차우경. 한때 상담가와 내담자로 만났던 두 사람이 진짜 비밀을 공유한다.

우경: “언제부터였어?”
빛나: “중학교 입학하자마자 공부박스를 설치했어요. 중딩 땐 평일 세 시간, 주말 다섯 시간. 고딩 되고 나서는 평일 다섯 시간, 주말 여덟 시간”
우경: “자물쇠 채워진 채 공부했다고?”
빛나: “갑자기 아프거나 화장실 급할 땐 비상벨을 눌러요. 그 외엔 나갈 수 없어요. 성적이 떨어지거나 엄마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면 ‘사랑의 타작’이 시작돼요”
우경: “왜 그때 선생님한테 얘기 안 했어?”
빛나: “엄마니까요. 엄마가 하는 일은 다 옳고 다 날 사랑해서 하는 거니까요. 회초리로 맞는 것도, 상처가 나는 것도”
 

(사진=MBC '붉은 달 푸른 해' 방송화면)
(사진=MBC '붉은 달 푸른 해' 방송화면)

 

■ 이 장면, 왜?

‘붉은 달 푸른해’는 아동학대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괄목할 만한 점은 부모의 무관심에 방치된 아이부터 지나친 닦달에 시달려 감정적인 한계에 내몰린 아이까지 두루 조명한다는 것이다. 자녀에 대한 학대의 의미가 물리적인 폭력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극 중에서는 이혼가정 자녀인 빛나가 대표적인 예다. 빛나는 부모의 이혼 후 모친 민하정의 손에 길러진 아이다. 패션몰을 운영하는 하정은 아동학대범 처벌 시위에 앞장섰던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하정 본인이 아동학대범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이혼 후 자존감이 하락한 하정이 딸 빛나에게 집착한 탓이다. 하정은 점차 딸의 성적을 높이는 데 맹목적인 사람이 되어갔다. 집에 공부박스를 설치하고 빛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성적이 떨어지거나 딸의 행동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랑의 타작’이라는 명목 하에 폭력도 행사했다. 

안타까운 것은 이를 받아들이는 빛나의 태도다. 유년 시절을 보내는 동안 엄마의 정서적·물리적 폭력을 감내했던 그는 스트레스가 극에 치닫을 때가 되어서야 아동상담사 우경에게 도움을 청했다. 한때 절친했던 하정의 실체를 뒤늦게 알게 된 우경은 빛나에게 그간 학대 사실을 숨긴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빛나는 “엄마니까”라고 답했다. 성적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엄마가 휘두르는 회초리를 묵묵히 맞는 것도, 이 때문에 온 몸에 상처가 새겨지는 것도 “엄마가 하는 일은 다 옳고 다 날 사랑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참아야 했다는 빛나의 말은 슬픔과 분노를 동시에 들끓게 한다. 

갓 태어난 새끼동물은 자신의 시야에 처음 들어온 대상을 졸졸 쫓아다닌다고 한다. 눈을 뜨자마자 곁을 지켜준 대상을 스스로의 보호자로 인식해서다. 한번 부모라는 인식이 들면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린 아이에게는 부모가 세상의 전부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절실하므로 부모의 모든 행동을 정당화하게 되는 것이다.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되기 이전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는 빛나가 엄마의 부당한 폭력에 대해 폭로하거나 반항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빛나가 보여준 것처럼 가정 폭력의 피해자는 스스로 그 끔찍한 환경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에 타인의 도움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 여기에서 ‘붉은 달 푸른 해’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가 분명해진다. 아동학대 내지는 가정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차원의 깊은 관여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표한 ‘2017년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가해자의 절반은 친부모로 나타났다. 2014년 아동학대방지특별법이 시행된 후에도 학대받아 사망까지 이른 아동의 수는 점점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무려 38명의 아이들이 학대로 사망했다. 아동학대방지특별법 시행 이후 최다 기록이다. 사회적으로 아동학대의 문제가 더는 좌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붉은 달 푸른 해’의 출현은 분명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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