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대책 발표 이후 거래량은 급감하며 시장은 전반적으로 관망세에 들어섰다. 매수심리 위축과 함께 일부 지역에서는 급매물이 출현하고, 다른 곳에서는 신고가가 속출하는 등 가격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동시에 전세 매물은 월세로 빠르게 전환되며 세입자 불안을 키우며 갱신요구권 사용이 급증하는 등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감지된다.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 모습. (사진=문재혁)

■ 서울 아파트 양극화…급매물·신고가 공존

6·27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은 매수심리가 꺾이며 상승세가 둔화되고 가격이 하락한 일부 급매거래가 관측됐다. 하지만 서울 노후 재건축단지, 한강이남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신고가를 갱신하는 상승세도 공존하고 있다.

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넷째 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가격은 매매와 전세 모두 0.01% 상승하며 보합을 보였다. 서울의 경우 규제 이후 상승세가 이어졌으나 오름폭이 감소하며 점차 둔화되고 있다. 6월 5주차 0.40% 상승, 7월 1주차 0.29% 상승, 7월 2주차 0.19%, 7월 3주차 0.16%. 7월 4주차 0.12%를 기록중이다.

매수세의 경우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만큼 매수심리가 큰 폭으로 꺾였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서울 부동산 매수우위지수는 지난달 30일 99.3까지 올랐다가 이달 21일 52.2로 떨어졌다.

매수세가 꺾인만큼 기존 주택을 처분하기위해 가격을 낮춘 급매거래도 관측됐다. 성동구 성수동 '청구강변'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35억원에서 12억 낮은 23억원에 이달 거래되며 약 34% 급락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미도1차',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마포구 공덕동 '마포자이힐스테이트라첼스' 등도 전월 대비 21~28% 하락한 가격에 거래됐다.

반면 규제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크게 오른 곳들도 존재한다. 서울 노후 재건축 단지를 위주로 신고가 갱신한 사례들이 관측됐다. 송파구에서는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76㎡가 지난 11일 41억7700만원 신고가에 거래됐다. 성동구에서는 1982년 준공돼 재건축을 추진 중인 옥수동 한남하이츠 89㎡는 지난달 거래가 22억9000만원 대비 약 4억원 높은 27억원에 이달 거래됐다.

한강이남 소형 아파트에서도 신고가 갱신 흐름이 이어졌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한강 이남 11개구(강남·서초·송파·강동·강서·관악·구로·금천·동작·양천·영등포구)의 소형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0억1398만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갱신했다.

이러한 양극화 현상은 대출 규제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받은 현금부자들의 매수세가 일부 지역에 집중되며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향후 수도권 공급대책이 재건축 정비사업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투자수요로써 노후 재건축 단지 가격 상승 흐름을 이끌었다. 한강이남 소형 아파트 역시 확실한 입지와 소형 평형 특성상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매력을 느낀 투자수요가 몰렸다.

서울 시내 공인중개사 모습. (사진=문재혁 기자)

■ 전세의 월세화 가속…주거비 부담 증가

기존 전세매물이 반전세·월세로 전환되는 전세의 월세화 흐름도 가속중이다. 대책 이후 전세매물은 빠르게 감소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3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3600건으로, 대책 시행일인 지난달 27일(2만4855건)과 비교하면 한달 사이 약 5.1% 감소했다.

전세 매물의 감소는 곧 월세로의 전환을 야기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중 월세비중은 2021년 41.9%에서 2025년 61.2%로 빠르게 늘어났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달 비중은 67.1%를 기록했다.

전세의 월세화 흐름은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발생한 흐름이다. 집주인의 경우 대출 규제로 전세보증금 조달이 어려워진만큼, 상대적으로 낮은 보증금으로 세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전세 매물을 반전세와 월세로 전환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보증금 이자보다 월세 소득이 큰 점 또한 월세로의 전환을 부추긴다.

세입자의 경우 대책에 전세퇴거자금대출의 최대한도가 1억원으로 제한되는 내용이 담겼기에 보증금을 제때 반환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늘면서 월세 선호도가 상승했다.

결국 월세는 전세보다 주거비 부담이 큰 만큼, 월세화 흐름은 세입자의 주거를 불안정하게 만들며 월세부터 전세, 매매로 이어지는 주거 이동 사다리 구조도 흔들리게 만든다.

■ 갱신요구권 사용 급증…매물 잠김 우려

계약갱신요구권 사용도 증가하고 있다. 임대료 상승을 5% 이내로 제한하면서 갱신계약이 가능한 갱신요구권은 사용 횟수가 1회로 제한된 만큼 임차인들은 대부분 사용을 미뤄왔다. 추후 전세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월세 계약에서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건수가 크게 늘어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1만3571건 중 갱신 계약은 5748건으로 42.4% 비중을 기록했다. 지난달(38.7%)에 비해 3.7%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임대차 계약의 갱신 거래 여부 표기를 시작한 2021년 이래 최대치다.

갱신 거래 중에서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비중도 함께 증가했다. 한때 30%까지 내려갔으나 이달 53.4%까지 올랐다.

갱신요구권 사용 증가는 세입자들이 전세매물감소와 가격 급등을 우려하며 나타난 흐름이다. 다만 연장 기간이 2년에 그치는만큼, 추후 전세수요가 한꺼번에 몰릴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시장에 공급될 전세매물을 잠그면서 매물감소를 부추기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 "해법은 수요 억제 아닌 공급"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들을 6·27 대책의 규제 만든 시장왜곡으로 해석하고 있다.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수요억제를 위한 대출 제한 등 규제보다는 공급에 집중해야 부동산 시장 안정을화 이룰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수요 억제 강화로는 부동산 시장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없다"며 "자금 여력이 충분한 현금부자들은 투자로, 대출 규제에 피해를 받는 서민들은 전세금 대출이 어려워져 발생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고가와 급매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양극화 흐름은 수요 기반이 약한 시장에서 나타난다"며 "결국 시장 안정화를 위해 공급이 뒷받침돼야 하나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