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상협의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및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미국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통상협의를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 25% → 15% 상호관세 전격 합의

한국과 미국이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전격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월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국 대표단과의 협상 결과를 발표하며 “자동차·트럭·농산물 시장 전면 개방, 대미 3500억 달러 투자, 1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LNG 수입을 한국이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8월 1일 미국의 관세 발효를 앞두고 급물살을 탄 것으로, 특히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기존보다 낮은 15% 관세가 적용되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통령실은 “쌀·쇠고기 등 민감 품목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 ‘투자+개방+에너지’ 압박···조선업 협력으로 ‘500억 달러’ 네고

당초 미국은 ▲4000억 달러 이상 대미 투자 요구, ▲에너지·농산물 시장 전면 개방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국 측은 ▲자동차·철강 등 수출 핵심 품목 보호 ▲농축산물 시장 최소 개방 ▲투자 규모 완화를 협상 핵심 목표로 설정했다.

이 과정에서 조선업 협력이 미국 측의 투자 요구를 완화하는 핵심 카드로 활용됐다. 대통령실은 “조선 분야에 1500억 달러를 포함한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일본 및 EU와의 최근 협상 결과와 비교해도 눈길을 끈다. 일본은 5500억 달러를, EU는 6000억 달러의 대미 투자와 7500억 달러 규모의 에너지 구매를 약속하며 미국과 15% 관세율에 합의했다.

이에 비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2024년 기준 약 557억 달러) 대비 투자 비율은 약 6.28배 수준이다. 일본(8.05배), EU(최대 5.7배)와 비교하면 다소 낮지만 GDP 대비 대미 투자 비율은 약 24.1%로 일본(13.6%)보다 높은 편이다. EU는 국가연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 협상 부담은 세 나라 중 가장 무겁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무역합의 발표 SNS (사진=연합뉴스)

■ LNG 수입 2~3배 확대 불가피···중장기적 파급력 ‘우려’

이번 합의에서 핵심 중 하나인 미국산 LNG 수입 확대도 상당한 시장 변화가 예상된다. 민간LNG산업협회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전체 LNG 수입량은 4633만톤이다. 이중 미국산은 564만톤으로 전체 수입량의 12% 수준이다. LNG 세계 1위 수출국이 미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수입 비중은 낮은 편이다.

2024년 기준 한국의 미국산 LNG 수입액은 30억9200만 달러(약 4조2900억원)로 1000억 달러를 달성하려면 2~3배 이상 수입 확대와 함께 장기 고정계약 체결이 필수적이다. 이는 국내 에너지 가격, 요금체계, 관련 산업계에 중장기적 파급을 불러올 수 있다.

이번 한·미 관세 협상으로 한국 산업 전반에 걸친 지형 재편이 예고된다. 전통 제조업 분야에서는 미국 내 설비 투자 기회가 늘어날 수 있지만 에너지·식품·자동차·농축산업 등 일부 산업에선 오히려 의존도 심화와 국내 시장 잠식이라는 이중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수입 확대가 예정된 LNG와 농축산물 분야는 국내 공급망 구조와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향후 공공요금이나 물가에도 파장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