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안정형 디자털자산의 발행 및 유통에 관한 법률안'의 일부./자료=안도걸 의원실
이재명 정부의 '기본사회 실현'을 위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의 발행 및 유통에 관한 법률안'을 계기로 실질적인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 이번 제정안은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관련 총체적인 관리체계를 설계하며, 단순히 민간 기업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을 넘어, 중앙은행이 미래형 통화관리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략적 계기를 마련했다.
3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의 발행 및 유통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지난달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 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안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정을 분리한 뒤 구체화한 법안이다.
해당 법안에서는 그동안 진통을 겪었던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등 샅바싸움 및 민간 기업이 은행의 지위를 넘볼 수 있는지 등 실질적인 내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내용이 상당수 담겼다.
안 의원은 해당 법안이 관계 당국간 정책조정 플랫폼으로서, 통화·외환 거버넌스를 구축한다는 입장이다. 스테이블코인의 발행량, 준비자산 구성, 유통량 현황 등은 통화정책과 외환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사실을 전제로한 만큼, 한국은행 입장이 어느 정도 수렴된 것으로 보인다.
법안에서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 주요 기관 간 공동의사결정 구조가 명시됐다. 공동의사결정 구조는 단순한 행정절차 조정이 아니라, 디지털 통화 생태계에서의 권한 분산과 정책의 균형성 확보라는 점에서 중요한 제도적 의미를 가진다는 설명이다.
법안에서는 민간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금융당국이 인가제로 관리하도록 규정했다. 인가자격을 얻기 위해선 국내 주식회사·금융기관이나 국내에 영업소를 설치한 외국법인이 50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갖춰야 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에게는 '잔액의 100% 이상 준비자산 예치'를 요구한다. 준비자산의 종류는 현금·요구불예금과 만기 1년 이내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정하고, 운영 실패가 발생할 경우 스테이블코인 보유자가 준비자산으로 우선 변제받는다는 조항도 담겼다.
안 의원은 '이자 지급 금지 조항'을 통해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의 발행인은 해당 자산의 보유와 관련한 모든 형태의 이자 지급을 금지했다. 지급결제 이외 목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이 통화를 대체하는 효과를 제한하기 위한 안전장치인 셈이다. 해외 선행사례인 미국의 '지니어스법' 역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이자지급을 금지한다.
반면 같은 날 발의된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안에서는 '이자 지급 금지조항'을 배제해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 의원은 이자를 지급한다고 해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이 은행과 동등한 지위를 갖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해당 법안들은 앞으로 국회에서 치열한 논의를 거칠 전망이다. 각 법안마다의 이견들을 정리하고 수정하는 데 상당히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은행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에 따라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은행은 오는 31일부로 가상자산반을 신설하고, 디지털화폐연구실을 디지털화폐실로 명칭 변경하는 등 스테이블코인 관련 국회 입법 과정에 적극 대응할 방침을 시사했다.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은 은행 중심으로 허용하고 비은행에는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해당 입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우회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혁신금융서비스 등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실험대에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과 플랫폼 기업, 핀테크, 가상자산거래소 등이 동시에 참여하는 대형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하지만 금융위에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하더라도 지정 여부에 최장 120일이 소요되는만큼 실효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하려고 해도 은행과 긴밀한 협의가 필요해 가상자산거래소 단독으로는 섣불리 실험에 나서기 쉽지 않다"고 상황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