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MBC)
[뷰어스=손예지 기자] 대중이 원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달라지고 있다. 희비가 엇갈린 SBS ‘더 팬’과 MBC ‘언더 나인틴’이 이를 나타낸다.
‘더 팬’의 기세가 심상찮다. 지난달 24일 첫 방송 이후 6%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자체 최고 시청률 7.9%까지 기록했다.(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 방송할 때마다 출연자들의 이름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점령하는 것은 물론이고, 포털 사이트·유튜브·SBS 공식 SNS 채널 등에 공개된 클립 영상들이 첫 방송 일주일 만에 통합 누적 조회 수 100만 건에 달하는 수치를 보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반응이 뜨겁다.
반면 ‘더 팬’보다 앞서 시작한 ‘언더 나인틴’의 결과는 처참하다. 지난달 3일 첫 방송 시청률 2.2%로 출발한 ‘언더 나인틴’은 이 기록이 현재까지 자체 최고치에 해당한다. 최저 시청률이 1.2%까지 떨어졌을 정도다. ‘언더 나인틴’ 편성으로 급히 종영한 전작 ‘뜻밖의 Q’ 평균 시청률이 3%대였음을 고려하면 더욱 굴욕적인 성적이다.
‘더 팬’의 인기와 ‘언더 나인틴’의 부진은 대중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무엇을 원하는지를 보여준다.
근 2년간의 방송가는 아이돌 서바이벌에 점령됐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시작은 2016년 Mnet이 내놓은 연습생 서바이벌 ‘프로듀스101’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걸그룹 데뷔를 목표로 여자 연습생 101명을 경쟁시켰다. 획기적인 포맷이었다. 이를 통해 외모와 실력을 모두 갖춘 연습생이 큰 팬덤을 형성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더 놀라운 점은 비교적 실력이 부족한 연습생도 적잖은 인기를 끌었다는 데 있었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연습을 반복하고 때로는 눈물까지 쏟으며 데뷔를 간절히 바라는 모습이 ‘프로듀스101’에 담기면서 시청자들의 공감과 연민을 얻은 결과다.
‘프로듀스101’의 성공 이후 아이돌 서바이벌이 우후죽순 생겼다. Mnet은 ‘프로듀스101 시즌2’와 ‘프로듀스48’을 선보였고, YG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JTBC ‘믹스나인’ MBK엔터테인먼트의 김광수 프로듀서가 참여한 KBS2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이하 더 유닛)’이 그 뒤를 이었다.
(사진=MBC, SBS 방송화면)
‘언더 나인틴’도 그 연장선에서 탄생한 프로그램이다. MBK 김광수 프로듀서가 ‘더 유닛’에 이어 또 한 번 도전에 나선 ‘언더 나인틴’은 ‘성장’이라는 콘셉트를 보다 노골적으로 사용했다. 참가자를 10대 소년으로 한정한 것이다. 어린 나이 만큼 더 큰 잠재력을 발산할 것으로 기대했겠으나, 막상 베일을 벗은 ‘언더 나인틴’은 그 반대였다. 참가자 실력은 하향 평준화된 듯했다. 그런데다 나이가 어린 탓인지 연습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도 더러 보였다. 이 때문에 참가자들이 멘토들에게 쓴소리를 듣는 장면도 종종 전파를 탔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경연곡 안무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참가자가 무대 위에서 실소를 터트리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해당 참가자가 진심으로, 또 절실한 마음으로 ‘언더 나인틴’에 임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었다. 보는 시청자가 당황한 것은 물론, 프로답지 못한 모습이 실망스럽기까지 했다.
‘더 팬’의 등장이 더욱 신선하게 느껴진 배경이다. 우선 아이돌 서바이벌을 벗어났다는 것만으로 눈길을 끌었다. ‘더 팬’에 참가하려면 셀러브리티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는 점도 남달랐다. 이미 참가자의 기본적인 실력이 보장된 것이다. 실제로 여태 ‘더 팬’에는 카더가든·그리즐리·트웰브·오왠·용주 등이 출연했다. 모두 인디 신에서 사랑받는 뮤지션들이다. 이들은 첫 번째 무대에서부터 완성된 가창력을 선보여 시청자들을 감탄케 했다. 그야말로 ‘재발견’이다.
심사위원의 부재도 ‘더 팬’만의 차별점이다. 유희열·보아·이상민·김이나는 심사위원으로서가 아니라 참가자들의 팬으로서 존재한다. 기존의 서바이벌에는 경연 무대를 날카롭게 평가하는 심사위원이 있지만, ‘더 팬’에서 유희열·보아·이상민·김이나는 참가자의 매력을 칭찬하고 애정을 드러내는 일에 집중한다. 이는 시청자들이 독설과 혹평에 느끼는 피로감과 불편함을 덜어주는 효과를 낳았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아이돌 서바이벌은 단물이 빠진 상태다. 지난 2년간의 선례를 통해 우리나라에 셀 수 없이 많은 아이돌 지망생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마추어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며 받았던 감동의 정도가 덜해진 까닭이다. 이제 대중은 프로페셔널의 ‘완벽한 실력’에 감탄하기를 희망한다. 서바이벌 제작자들의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