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남우정 기자] 한글과 사랑에 빠진 영화들이 등장하고 있다.
2019년은 유엔 선정 '세계 토착어의 해'(International Year of Indigenous Languages)이자,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해로, 새해 극장가에는 일제강점기 민족말살정책으로 위기에 처했던 우리말, 우리글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영화 2편이 함께 주목받고 있다.
인류의 소중한 유산인 토착어를 보존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지키고자 유엔은 2019년을 ‘세계 토착어의 해’로 지정했다. 한편, 2019년은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해다. 이 두 개의 테마가 일면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1, 2월 연달아 개봉하는 우리 한글을 소재로 한 영화 두 편이 토속어, 사투리, 일제강점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서 새삼 주목받고 있는 것. 이는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재에 이른 한글의 의미를 되짚어 보고, 사투리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은 휴먼 스토리 '말모이'와 경상도 사투리의 향연을 보여주는 '칠곡 가시나들'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9일 개봉한 배우 유해진, 윤계상 주연의 영화 '말모이'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됐던 일제강점기 한글을 지키기 위해 모인 조선어학회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 배우 유해진이 맡은 ‘김판수’는 한글을 모르는 까막눈이지만, 우여곡절 끝에 한글을 배우며 우리말의 소중함을 깨닫는 인물로 등장한다.
또한 오는 2월 개봉 예정인 영화 '칠곡 가시나들'은 영화 '말모이'의 시대 배경인 일제강점기, 민족말살정책으로 시행된 우리말 금지로 한글을 배우지 못해, 평생 문맹으로 살아온 할머니들의 늦깎이 한글 공부를 담은 영화다. '칠곡 가시나들'은 인생 팔십 줄에 한글과 사랑에 빠진 칠곡군의 일곱 할매들 이야기로, 매일매일 일용할 설렘을 발견하며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을 향해가는 ‘웰컴투에이징’ 다큐멘터리다. 영화에 등장하는 일곱 할매 모두가 일제강점기, 한글을 익히지 못했으며 해방 이후 성인이 되어서도 여성이라는 이유와 생계로 인해 배우지 못한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평균 나이 86세, 대개 30년대 생. 막 소학교에 입학해 한글을 배워야할 시기에 우리말이 금지된 탓에 까막눈이 된 것이라고. 이들은 인생 끝자락, 한글을 배워 특유의 찰진 경상도 사투리가 오롯이 박혀있는 서툴지만 진짜 삶의 시를 선보이며 관객에게 더없이 유쾌한 재미와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배움의 설렘을 통해 삶의 진정한 재미와 의미를 묻는다. 특히, 김재환 감독은 5번째 장편 다큐 <칠곡 가시나들>을 연출하며, 3년의 제작 기간을 통해 그 어떤 전작보다 주인공들의 삶에 밀착하여 지혜롭고, 유머 넘치는 일상과 삶의 통찰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더불어, 훈민정음 창제를 꿈꾸는 세종대왕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아낸 송강호, 박해일, 전미선 주연의 '나랏말싸미'도 오는 여름 개봉 예정으로 올 한해 극장가의 한글 사랑은 계속에서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