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경찰 출석 현장(왼쪽) 용준형(사진=이현지 기자, 어라운드어스)
[뷰어스=나하나 기자] '피해 촬영(불법 촬영)' 영상물을 유포한 혐의로 경찰에 출석한 정준영과, 이를 공유받은 잘못을 시인하고 팀 탈퇴를 선언한 용준형. 잘못된 사과의 예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모양새다.
정준영이 14일 경찰 출석에 앞서 포토라인에 섰다. '피해 촬영물' 논란이 불거진 뒤 처음으로 취재진을 제대로 대면한 것이다. 경찰 출석을 위해 해외에서 귀국한 날, 정준영은 공항에 모인 취재진을 지나친 바 있다.
경찰 출석을 앞둔 정준영을 향해 취재진의 질문 세례가 쏟아진 배경이다. 이에 대해 정준영은 줄곧 "죄송하다"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때 정준영의 사과 대상은 "국민 여러분"이었다. 정준영이 무단으로 촬영해 지인에게 유포한 데 따라 피해를 입은 사건 당사자들에 대한 사과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같은 날 "(정준영으로부터) 동영상을 받은 적이 있다"고 실토한 용준형은 어떨까. 그는 이날 자신의 SNS에 장문의 글을 남겨 정준영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동영상을 받은 적 있고, 부적절한 대화도 했다"면서 "부도덕한 행동이고 어리석었다. 범죄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안일하게 여겼다. (정준영을) 단호하게 제지하지 못한 점도 내 잘못이다. 나의 행동으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는 이 심각한 문제에 묵인한 방관자였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용준형은 이제껏 자신을 믿어준 팀 멤버들과 팬들에 사죄했다. 더 이상 피해를 끼칠 수 없어 팀을 떠나겠다고도 했다. 여기에도 역시 정작 정준영의 불법 촬영으로, 또 이를 공유받은 자신으로 인해 고통받았을 피해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는 없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7년간(2012년~2018년 5월) 불법촬영범죄 피의자 중 남성 비율은 97%로 압도적이다. 여성 피해자 비율은 84%에 달한다. 정준영과 용준형 역시 각각 록스타, 아이돌그룹의 멤버로서 압도적인 비율의 여성 팬들로부터 사랑과 응원을 받은 바. 이들의 그릇된 언행은 자신을 아껴주는 팬들마저 잠재적 피해자로 만든 셈이다.
정준영과 용준형이 진짜 사과해야 할 대상은 국민이나 대중, 팬이 아니다. 연예인으로서 실망시킨 데 사과하기 이전에 자신들의 경솔했던 언행으로 불안에 시달렸을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가 우선이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