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방송화면) [뷰어스=문다영 기자] ‘역대급 방송사고’란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SBS 수목드라마 ‘빅이슈’(극본 장혁린 연출 이동훈)가 그야말로 빅이슈를 터뜨렸다. 21일 방송된 ‘빅이슈’ 11·12회분에서 미완성된 CG(컴퓨터 그래픽)가 그대로 전파를 타며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CG 지시사항이 적나라하게 자막으로 노출되는가 하면 영상과 음성이 맞지 않는 아주 기본적인 실수까지 고스란히 시청자들의 눈앞에 펼쳐졌다. ‘빅이슈’ 방송사고를 직접 본 여론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감추지 못했다. 제작진은 “향후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이를 믿는 분위기도 아니다. 방송사 내부의 책임감 지적부터 드라마 제작 환경 문제가 다시 대두됐다. 심지어 한류의 비중이 큰 드라마에서 일어난 방송사고에 나라 망신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저런 말들을 차치하고 ‘빅이슈’가 드러낸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드라마 제작 환경이다.  엉망진창 ‘역대급’ 사고라는 결과보다 ‘역대급’으로 진행돼 온 제작 환경에 주목해야 한다.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니라 식상할 지경이다. 외부에선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왜 일찌감치 촬영을 시작해서 여유롭게 과정을 이어나가지 못하는가? 작가부터 제작진, 방송사 편성 사정, 배우들의 스케줄 등 수많은 변수들이 촉박한 환경을 만든다. 미니시리즈의 경우 해외처럼 주 1회 방송으로 줄이자는 말도 수없이 나오지만 개선되지 않는 데에는 방송사의 광고 수익이라는 사정도 있다. 외주제작 시스템도 문제에 한 몫 한다. 외주제작 시스템에서 방송사는 철저하게 갑일 수밖에 없다. 제작사는 방송사의 일정부터 배우 요구까지 갖가지 사항들을 맞춰야 한다. 문제는 영광은 방송사에, 논란은 외주사에 일임된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가 끊이지 않는 출연료 미지급 사태다. 화면 오른켠에 걸리는 방송사 로고의 값이 무색할 정도다. 이 밖에 수없이 많은 요인들로 인해 국내 드라마 환경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사진=SBS 방송화면) 사전제작 드라마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지만 대부분 드라마 제작은 매번 생방송 촬영 수준에, 충분한 제작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다. 작가부터 말단 스태프까지 숨가쁜 마당에 과거보다 이들을 더 촉박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 ‘빅이슈’와 같은 CG 작업이다. 비단 판타지 뿐 아니라 수많은 장르에서 일상적으로 CG 장면들이 삽입되면서 CG작업을 할 시간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퀄리티를 맞추려다 보니 CG 분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작 환경과 일정은 그대로다. CG는 꿈도 못 꿨던 열악했던 과거 제작 시스템보다 더 잦은 실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빅이슈’를 편성한 SBS만 봐도 말 다했다. 2011년 ‘시크릿 가든’ ‘싸인’ 2015년 ‘펀치’ 등이 미완성본을 내보내며 빈축을 샀다. ‘빅이슈’ 바로 전 작품인 ‘황후의 품격’은 희망연대노조,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등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SBS와 제작사 SM라이프디자인 그룹을 고발한 바도 있다.  절묘하게도 ‘빅이슈’가 방송사고를 낸 바로 다음날인 22일, 방송드라마 스태프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에 다시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작금의 방송 제작 환경에 대한 특별근로 감독을 요청했지만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근로감독요청에 늦장 대응하고 있다며 “더는 방송제작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와 요구를 외면하지 말라”고 분노를 드러냈다. 스태프들은 “살려달라” 소리치는데 제작 환경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사실 ‘빅이슈’ 방송사고가 반갑다. 이것이 계기가 돼 이번에야말로 국내 드라마 제작 환경이 바뀔 수 있을까 하는 희망 때문이다.  더불어 지상파 방송사는 필히 고인 물에 있기보다 변화하는 분위기를 주시해야 한다. 최근 케이블 및 종편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OCN 드라마 ‘트랩’은 영화 ‘백야행’의 박신우 감독 드라마 도전작이고, 영화 ‘극한직업’으로 천만 감독 대열에 합류한 이병헌 감독은 JTBC 새 드라마 ‘멜로가 체질’로 안방에 입성한다. 왜 이들의 이야기를 꺼내는가 하면, 이들 모두 ‘바뀐’ 드라마 제작 환경 덕에 안방극장에 고퀄리티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드라마도 사전제작이 가능한 환경이라면 영화와 큰 차이가 없다. 일부에서 이런 분위기가 감지되고 이 덕에 영화감독들도 제한이나 부담 없이 안방극장에 뛰어들 수 있다. 이는 곧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는 순기능으로 작용한다”면서 “방송사가 당장 눈앞의 이익이나 사정에만 급급하지 말고 멀리 보고 현명하게 상생하는 개선점을 지향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문다영의 세태공감] '빅이슈' 방송사고, 터져서 반갑다

문다영 기자 승인 2019.03.22 17:14 | 최종 수정 2138.06.10 00:00 의견 0
(사진=SBS 방송화면)
(사진=SBS 방송화면)

[뷰어스=문다영 기자] ‘역대급 방송사고’란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SBS 수목드라마 ‘빅이슈’(극본 장혁린 연출 이동훈)가 그야말로 빅이슈를 터뜨렸다. 21일 방송된 ‘빅이슈’ 11·12회분에서 미완성된 CG(컴퓨터 그래픽)가 그대로 전파를 타며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CG 지시사항이 적나라하게 자막으로 노출되는가 하면 영상과 음성이 맞지 않는 아주 기본적인 실수까지 고스란히 시청자들의 눈앞에 펼쳐졌다.

‘빅이슈’ 방송사고를 직접 본 여론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감추지 못했다. 제작진은 “향후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이를 믿는 분위기도 아니다. 방송사 내부의 책임감 지적부터 드라마 제작 환경 문제가 다시 대두됐다. 심지어 한류의 비중이 큰 드라마에서 일어난 방송사고에 나라 망신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저런 말들을 차치하고 ‘빅이슈’가 드러낸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드라마 제작 환경이다.  엉망진창 ‘역대급’ 사고라는 결과보다 ‘역대급’으로 진행돼 온 제작 환경에 주목해야 한다.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니라 식상할 지경이다. 외부에선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왜 일찌감치 촬영을 시작해서 여유롭게 과정을 이어나가지 못하는가? 작가부터 제작진, 방송사 편성 사정, 배우들의 스케줄 등 수많은 변수들이 촉박한 환경을 만든다. 미니시리즈의 경우 해외처럼 주 1회 방송으로 줄이자는 말도 수없이 나오지만 개선되지 않는 데에는 방송사의 광고 수익이라는 사정도 있다. 외주제작 시스템도 문제에 한 몫 한다. 외주제작 시스템에서 방송사는 철저하게 갑일 수밖에 없다. 제작사는 방송사의 일정부터 배우 요구까지 갖가지 사항들을 맞춰야 한다. 문제는 영광은 방송사에, 논란은 외주사에 일임된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가 끊이지 않는 출연료 미지급 사태다. 화면 오른켠에 걸리는 방송사 로고의 값이 무색할 정도다. 이 밖에 수없이 많은 요인들로 인해 국내 드라마 환경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사진=SBS 방송화면)
(사진=SBS 방송화면)

사전제작 드라마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지만 대부분 드라마 제작은 매번 생방송 촬영 수준에, 충분한 제작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다. 작가부터 말단 스태프까지 숨가쁜 마당에 과거보다 이들을 더 촉박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 ‘빅이슈’와 같은 CG 작업이다. 비단 판타지 뿐 아니라 수많은 장르에서 일상적으로 CG 장면들이 삽입되면서 CG작업을 할 시간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퀄리티를 맞추려다 보니 CG 분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작 환경과 일정은 그대로다. CG는 꿈도 못 꿨던 열악했던 과거 제작 시스템보다 더 잦은 실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빅이슈’를 편성한 SBS만 봐도 말 다했다. 2011년 ‘시크릿 가든’ ‘싸인’ 2015년 ‘펀치’ 등이 미완성본을 내보내며 빈축을 샀다. ‘빅이슈’ 바로 전 작품인 ‘황후의 품격’은 희망연대노조,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등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SBS와 제작사 SM라이프디자인 그룹을 고발한 바도 있다. 

절묘하게도 ‘빅이슈’가 방송사고를 낸 바로 다음날인 22일, 방송드라마 스태프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에 다시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작금의 방송 제작 환경에 대한 특별근로 감독을 요청했지만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근로감독요청에 늦장 대응하고 있다며 “더는 방송제작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와 요구를 외면하지 말라”고 분노를 드러냈다.

스태프들은 “살려달라” 소리치는데 제작 환경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사실 ‘빅이슈’ 방송사고가 반갑다. 이것이 계기가 돼 이번에야말로 국내 드라마 제작 환경이 바뀔 수 있을까 하는 희망 때문이다. 

더불어 지상파 방송사는 필히 고인 물에 있기보다 변화하는 분위기를 주시해야 한다. 최근 케이블 및 종편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OCN 드라마 ‘트랩’은 영화 ‘백야행’의 박신우 감독 드라마 도전작이고, 영화 ‘극한직업’으로 천만 감독 대열에 합류한 이병헌 감독은 JTBC 새 드라마 ‘멜로가 체질’로 안방에 입성한다. 왜 이들의 이야기를 꺼내는가 하면, 이들 모두 ‘바뀐’ 드라마 제작 환경 덕에 안방극장에 고퀄리티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드라마도 사전제작이 가능한 환경이라면 영화와 큰 차이가 없다. 일부에서 이런 분위기가 감지되고 이 덕에 영화감독들도 제한이나 부담 없이 안방극장에 뛰어들 수 있다. 이는 곧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는 순기능으로 작용한다”면서 “방송사가 당장 눈앞의 이익이나 사정에만 급급하지 말고 멀리 보고 현명하게 상생하는 개선점을 지향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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