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줄 나라가 없어 꽃다운 나이에 강제로 위안부에 끌려간 소녀들. 긴 세월을 눈물로 보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로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젊은 예술인들이 뭉쳤다. 재능기부 헌정 앨범과 공연 ‘소녀의 꽃’이다. 본지에서는 연재 기획 인터뷰 [소녀와 꽃]을 통해 일본군 성노예 참상을 잊지 않으려는 젊은 예술인들의 뜻을 전하려고 한다.-편집자 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헌정앨범 ‘소녀와 꽃’ 프로젝트의 감동을 더한 이들이 있다. 그 주인공은 무용을 통해 곡이 가진 아련함을 배가시킨 ‘The Art+’ 소속 이영순 무용단이다. ‘소녀와 꽃’ 프로젝트에 이영순 무용단이 참여할 수 있었던 건 이영순 단장의 헌신 덕분이었다. 자비를 털어 의상을 맞추고 단원들을 독려한 것은 물론이고, 그는 춤과 무대를 통해 위안부 피해자의 삶을 어떻게 표현할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나브로 잊혀지고 있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삶을 춤을 통해 기록하려는 이영순 무용가를 본 연재 기획 인터뷰 ‘소녀와 꽃’의 다섯 번째 주인공으로 택했다. ▲ '소녀와 꽃'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가수 성 국씨가 ‘소녀와 꽃’이라는 음악이 있다며 들려줬어요. 음악을 듣는데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음악을 들으면 어떤 안무가 어울릴지를 생각하게 되는데 이 음악은 듣자마자 안무 윤곽이 잡혔어요. 함께 하자는 이야기를 나눈 후 6월 공연을 예정했는데, 시간이 당겨져 2월에 헌정식을 했고 5월에 성남창작무용제를 통해 정식 공연을 하게 됐어요”   ▲ 공연 준비가 쉽지 않았을 텐데.   “무용단 단원들에게 헌정 공연이니 출연료 없이 참여해 줄 수 있는지 물었어요. 고맙게도 모두 참여를 약속해주었어요. 의상비는 내 사비로 책임질 생각이었죠. 모두 참여하는 바람에 지출이 그만큼 늘었지만 감동은 더 크게 다가왔어요. 멤버가 정해진 후 안무를 잡기 시작했죠. 보통 안무를 짜다 보면 진도가 안 나가는 곡도 있는데, ‘소녀와 꽃’은 콘셉트 안무도 이내 짰어요. 단원들도 빠르게 따라와 주고 의상도 잘 나와서 금새 몰입해 안무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2월 헌정식 뿐 아니라 5월 창작무용제도 인상적이었다. 어디에 포인트를 뒀나?   “보통 작품을 하면 음악에 가사가 있으면 그 가사에 맞춰 안무를 구성해요. 그런데 ‘소녀와 꽃’은 가사에 안무를 맞추면 반복되는 형태를 띠기 때문에 위안부 할머님의 삶을 스토리화 시킨 안무로 콘셉트를 잡았어요.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삶에 대한 전시가 있는데 그걸 토대로 삶을 그리려 노력했어요” ▲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많은 것을 느꼈을 것 같다.   “잊으면 안 되는 것들을 내가 많이 잊고 살았구나. 이런 깨달음이 많았아요. ‘소녀와 꽃’ 프로젝트 시작 단계에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던 중 국중범 의원으로부터 김복동 할머니 소천 문자를 받았어요. 당시에 자료를 통해 김복동 할머니를 계속 보고 있었는데 그 소식을 들으니 가슴이 먹먹해지더라고요. 성남시청 평화의 소녀상을 찾으니 지킴이 분들이 조문할 수 있게 만들어 놓으셨는데 적막감이 가득했어요. 그래서 이제이 대표에게 연락해 허락을 구하고 ‘소녀와 꽃’ 음악을 틀어드렸죠. 제주도 평화의 소녀상에서도 ‘소녀와 꽃’을 틀어드렸다고 하더라고요.”   ▲ 가수 한여름이 헌정식에서 무용을 보며 눈물이 날 뻔했다고 하더라.   “마음은 똑같은 거 같아요. 마음이 열려 있기에 그 작은 손짓에도 감동받은 거라고 생각해요. 그날 사회를 본 게 내 남편인데 아나운서이기도 하고 시인이기도 해요. 남편이 작성한 소개 멘트를 봤는데 ‘과거 역사의 고통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는 부분에서 깊은 슬픔을 느꼈어요. 그것 때문에 무대에서 감정이 폭발한 것 같아요”   ▲ ‘소녀와 꽃’ 무대 중 들었던 평가 중 인상적인 부분은?   “3.1절에 야외 특설무대서 공연을 했어요. 거기서도 헌정식 때 나온 영상에 맞춰 춤을 췄죠. 그때도 가수 성국이 부르는 노래에 맞춰 춤을 췄는데 주변에서 그 조화가 좋았다고 말해주었어요”   ▲ 어떤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고 싶나?   “전국에 평화의 소녀상이 많이 있는데 그 앞에서 이 공연을 하고 싶어요. 우리 공연을 통해 소녀상 있는 곳이 그냥 스치듯 지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5분 10분 머물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삶을 조금 더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번에 많은 것을 배웠어요.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현실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정말 다르더라고요. 그 현실을 알고 정말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일본군으로부터 당한 피해 이후에도, 연합군 포로수용소로 끌려가 당한 고난, 가족과 세상으로부터 당한 외면 등을 접하면서 너무 마음이 아파 한동안 안무 대본을 쓰지 못했어요. 작품을 준비하는 동안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이 작품은 가벼우면 안 되는 작품이지만 그렇다고 너무 무겁게는 가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희망을 담고 싶었습니다.” ▲젊은 예술인 모임 ‘The Art+’를 이끌고 있는데, 모임을 만든 계기는?   “가수 성국은 지난해 알게 됐고. 그 외에 김계희 밴드 단장, 슈퍼빅밴드, 코주빅 같은 분들과는 15년 지기입니다. 평소 컬래버레이션 공연을 많이 이야기해왔는데 작년부터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어요. 그만큼 보는 눈도 많아지고, 긍정과 부정의 시선이 함께 쏟아졌죠. 좀 복잡한 상황이긴 한데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안무하는 게 제일 재미있어요. 무대는 중독성이 대단하거든요.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는 정말 힘들지만 무대에서 느끼는 희열을 알기 때문에 무대에 계속 서게 되는 것 같아요. 준비하는 동안에는 ‘이번 무대가 끝나면 당분간 공연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다가 공연이 끝나면 다음 공연을 구상하는 내 모습을 보게 돼요”   ▲ 또 어떤 이야기들을 예술을 통해 표현하고 싶나? ”그동안 내가 해온 작품들은 우리가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이었어요. 악플러 때문에 생을 버린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도 했고, 우울증을 소재로 작품을 그리기도 했죠. 묻지마 폭행과 살인에 관한 내용도 있었고, 미투 이야기도 했어요. 차기 안무로 무엇을 그릴 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 사회가 나에게 주는 영감에 따라 이야기가 결정될 것 같아요. 사회 문제를 꼬집는 내용인 건 분명할 것 같아요.   ▲ 이영순 단장에게 ‘소녀와 꽃’은?   “내 무용 인생의 2막이라고 생각해요. 대학을 나오고 무용단 생활을 하다가 20년 동안 학원을 했어요. 지난해 새로운 걸 해보고 싶어서 학원 운영을 그만뒀고, 이후 성국 씨와 인연을 맺게 됐고 ‘소녀와 꽃’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인생 2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앞으로의 계획은?   "지난 8일 성남창작무용제를 통해 ‘소녀와 꽃’ 완성 버전을 선보였어요. 잘 짜인 공연이다 보니 한 번으로 끝내는 게 너무 아쉽더라고요. 다른 곳에서도 이 공연을 보여주고 싶어서 알아보고 있어요. 우리 공연이 열리면 많은 사람들이 보러 와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소녀와꽃]⑤ 이영순 무용가 “위안부 피해자 현실에 눈물…희망 담고 싶었다”

곽민구 기자 승인 2019.05.27 11:16 | 최종 수정 2138.10.20 00:00 의견 0

지켜줄 나라가 없어 꽃다운 나이에 강제로 위안부에 끌려간 소녀들. 긴 세월을 눈물로 보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로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젊은 예술인들이 뭉쳤다. 재능기부 헌정 앨범과 공연 ‘소녀의 꽃’이다. 본지에서는 연재 기획 인터뷰 [소녀와 꽃]을 통해 일본군 성노예 참상을 잊지 않으려는 젊은 예술인들의 뜻을 전하려고 한다.-편집자 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헌정앨범 ‘소녀와 꽃’ 프로젝트의 감동을 더한 이들이 있다. 그 주인공은 무용을 통해 곡이 가진 아련함을 배가시킨 ‘The Art+’ 소속 이영순 무용단이다.

‘소녀와 꽃’ 프로젝트에 이영순 무용단이 참여할 수 있었던 건 이영순 단장의 헌신 덕분이었다. 자비를 털어 의상을 맞추고 단원들을 독려한 것은 물론이고, 그는 춤과 무대를 통해 위안부 피해자의 삶을 어떻게 표현할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나브로 잊혀지고 있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삶을 춤을 통해 기록하려는 이영순 무용가를 본 연재 기획 인터뷰 ‘소녀와 꽃’의 다섯 번째 주인공으로 택했다.

▲ '소녀와 꽃'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가수 성 국씨가 ‘소녀와 꽃’이라는 음악이 있다며 들려줬어요. 음악을 듣는데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음악을 들으면 어떤 안무가 어울릴지를 생각하게 되는데 이 음악은 듣자마자 안무 윤곽이 잡혔어요. 함께 하자는 이야기를 나눈 후 6월 공연을 예정했는데, 시간이 당겨져 2월에 헌정식을 했고 5월에 성남창작무용제를 통해 정식 공연을 하게 됐어요”

 

▲ 공연 준비가 쉽지 않았을 텐데.

 

“무용단 단원들에게 헌정 공연이니 출연료 없이 참여해 줄 수 있는지 물었어요. 고맙게도 모두 참여를 약속해주었어요. 의상비는 내 사비로 책임질 생각이었죠. 모두 참여하는 바람에 지출이 그만큼 늘었지만 감동은 더 크게 다가왔어요. 멤버가 정해진 후 안무를 잡기 시작했죠. 보통 안무를 짜다 보면 진도가 안 나가는 곡도 있는데, ‘소녀와 꽃’은 콘셉트 안무도 이내 짰어요. 단원들도 빠르게 따라와 주고 의상도 잘 나와서 금새 몰입해 안무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2월 헌정식 뿐 아니라 5월 창작무용제도 인상적이었다. 어디에 포인트를 뒀나?

 

“보통 작품을 하면 음악에 가사가 있으면 그 가사에 맞춰 안무를 구성해요. 그런데 ‘소녀와 꽃’은 가사에 안무를 맞추면 반복되는 형태를 띠기 때문에 위안부 할머님의 삶을 스토리화 시킨 안무로 콘셉트를 잡았어요.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삶에 대한 전시가 있는데 그걸 토대로 삶을 그리려 노력했어요”

▲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많은 것을 느꼈을 것 같다.

 

“잊으면 안 되는 것들을 내가 많이 잊고 살았구나. 이런 깨달음이 많았아요. ‘소녀와 꽃’ 프로젝트 시작 단계에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던 중 국중범 의원으로부터 김복동 할머니 소천 문자를 받았어요. 당시에 자료를 통해 김복동 할머니를 계속 보고 있었는데 그 소식을 들으니 가슴이 먹먹해지더라고요. 성남시청 평화의 소녀상을 찾으니 지킴이 분들이 조문할 수 있게 만들어 놓으셨는데 적막감이 가득했어요. 그래서 이제이 대표에게 연락해 허락을 구하고 ‘소녀와 꽃’ 음악을 틀어드렸죠. 제주도 평화의 소녀상에서도 ‘소녀와 꽃’을 틀어드렸다고 하더라고요.”

 

▲ 가수 한여름이 헌정식에서 무용을 보며 눈물이 날 뻔했다고 하더라.

 

“마음은 똑같은 거 같아요. 마음이 열려 있기에 그 작은 손짓에도 감동받은 거라고 생각해요. 그날 사회를 본 게 내 남편인데 아나운서이기도 하고 시인이기도 해요. 남편이 작성한 소개 멘트를 봤는데 ‘과거 역사의 고통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는 부분에서 깊은 슬픔을 느꼈어요. 그것 때문에 무대에서 감정이 폭발한 것 같아요”

 

▲ ‘소녀와 꽃’ 무대 중 들었던 평가 중 인상적인 부분은?

 

“3.1절에 야외 특설무대서 공연을 했어요. 거기서도 헌정식 때 나온 영상에 맞춰 춤을 췄죠. 그때도 가수 성국이 부르는 노래에 맞춰 춤을 췄는데 주변에서 그 조화가 좋았다고 말해주었어요”

 

▲ 어떤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고 싶나?

 

“전국에 평화의 소녀상이 많이 있는데 그 앞에서 이 공연을 하고 싶어요. 우리 공연을 통해 소녀상 있는 곳이 그냥 스치듯 지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5분 10분 머물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삶을 조금 더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번에 많은 것을 배웠어요.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현실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정말 다르더라고요. 그 현실을 알고 정말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일본군으로부터 당한 피해 이후에도, 연합군 포로수용소로 끌려가 당한 고난, 가족과 세상으로부터 당한 외면 등을 접하면서 너무 마음이 아파 한동안 안무 대본을 쓰지 못했어요. 작품을 준비하는 동안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이 작품은 가벼우면 안 되는 작품이지만 그렇다고 너무 무겁게는 가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희망을 담고 싶었습니다.”

▲젊은 예술인 모임 ‘The Art+’를 이끌고 있는데, 모임을 만든 계기는?

 

“가수 성국은 지난해 알게 됐고. 그 외에 김계희 밴드 단장, 슈퍼빅밴드, 코주빅 같은 분들과는 15년 지기입니다. 평소 컬래버레이션 공연을 많이 이야기해왔는데 작년부터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어요. 그만큼 보는 눈도 많아지고, 긍정과 부정의 시선이 함께 쏟아졌죠. 좀 복잡한 상황이긴 한데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안무하는 게 제일 재미있어요. 무대는 중독성이 대단하거든요.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는 정말 힘들지만 무대에서 느끼는 희열을 알기 때문에 무대에 계속 서게 되는 것 같아요. 준비하는 동안에는 ‘이번 무대가 끝나면 당분간 공연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다가 공연이 끝나면 다음 공연을 구상하는 내 모습을 보게 돼요”

 

▲ 또 어떤 이야기들을 예술을 통해 표현하고 싶나?

”그동안 내가 해온 작품들은 우리가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이었어요. 악플러 때문에 생을 버린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도 했고, 우울증을 소재로 작품을 그리기도 했죠. 묻지마 폭행과 살인에 관한 내용도 있었고, 미투 이야기도 했어요. 차기 안무로 무엇을 그릴 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 사회가 나에게 주는 영감에 따라 이야기가 결정될 것 같아요. 사회 문제를 꼬집는 내용인 건 분명할 것 같아요.

 

▲ 이영순 단장에게 ‘소녀와 꽃’은?

 

“내 무용 인생의 2막이라고 생각해요. 대학을 나오고 무용단 생활을 하다가 20년 동안 학원을 했어요. 지난해 새로운 걸 해보고 싶어서 학원 운영을 그만뒀고, 이후 성국 씨와 인연을 맺게 됐고 ‘소녀와 꽃’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인생 2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앞으로의 계획은?

 

"지난 8일 성남창작무용제를 통해 ‘소녀와 꽃’ 완성 버전을 선보였어요. 잘 짜인 공연이다 보니 한 번으로 끝내는 게 너무 아쉽더라고요. 다른 곳에서도 이 공연을 보여주고 싶어서 알아보고 있어요. 우리 공연이 열리면 많은 사람들이 보러 와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