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와 꽃’은 지켜줄 나라가 없어 꽃다운 나이에 강제로 위안부에 끌려가 젊은 날을 눈물의 세월로 보낸 할머니들의 한과 아픔을 어루만져 드리고 싶다는 뜻을 밝힌 젊은 예술인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만들어진 헌정앨범이다. 후렴구를 가득 채운 ‘잊지말아 달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연재 기획 인터뷰 [소녀와 꽃]을 기획했다. 재능기부로 참여한 젊은 예술인들과 일본군 성노예제로 인한 피해가 잊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터뷰를 통해 조명해보려 한다. -편집자 주
(사진=탑스타 엔터테인먼트 제공)
[뷰어스=곽민구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1명이 지난달 31일 세상을 떠났다. 올해만 벌써 4번째 들려온 비보였다. 또 다시 평화의 소녀상에서는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추모하기 위해 헌정곡 ‘소녀와 꽃’이 울려 퍼질 것이다.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간곡한 부탁처럼 느껴지는 가사와 구슬픈 멜로디가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리는 헌정곡 ‘소녀와 꽃’은 밴드 도시락K가 2014년 발표한 곡을 다시 리메이크해 가수 성국과 한여름이 가창에 참여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잊지 않기 위해 시작한 연재 기획 인터뷰 ‘소녀와 꽃’의 첫 주인공은 헌정곡 ‘소녀와 꽃’의 원곡을 만들고, 다시 리메이크 음원으로 제작한 탑스타엔터테인먼트 이제이 대표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생각하며 눈물로 ‘소녀와 꽃’을 썼다”고 지난 시간을 회상하는 이제이 대표에게 ‘소녀와 꽃’ 음원 제작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뷰어스 DB)
▲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헌정곡 ‘소녀와 꽃’에서 어떤 부분을 담당했나?
“음악작업과 관련해 프로듀서 역할을 했다. 2014년 작사와 작곡을 했고, 이번 리메이크 버전 편곡도 직접 했다”
▲ 헌정곡 ‘소녀와 꽃’을 제작하게 된 배경은?
“2014년 밴드를 하던 시기에 3.1절을 맞아 의미있는 일을 해보자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도시락폭탄 콘서트를 열기도 했고, ‘소녀와 꽃’ 노래를 만들어 나눔의집에 기부를 하기로 했다. 당시 유통사인 다날과 계약하며 수익금을 다 나눔의집으로 보내게 해놔서 수익금이 얼마나 들어갔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기부 금액이 많았다고 해주셔서 보람은 있었다”
▲ 2014년 발표한 ‘소녀와 꽃’을 리메이크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동안 잊고 살았다가 지난해부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께서 계속 세상을 떠나셨다. 그러다가 김복동 할머니께서도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 계속 가만히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시기 ‘소녀와 꽃’ 가창자인 성국이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의미있는 재능기부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고 ‘소녀와 꽃’의 리메이크를 계획하게 됐다”
▲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해 평소 관심이 많았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눔의 집이나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사무실 근처에 정신대문제대책위원회가 있어서 관심을 갖게 됐고, 한 발 더 다가가게 된 것 같다. 관심이 커지자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사회적 문제에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게 2013년 가을쯤이었다”
▲ ‘소녀와 꽃’의 편곡 작업을 하며 어떤 부분에 공을 들였나?
“일단 원곡은 밴드 음악의 느낌이 컸다면 리메이크 버전은 밴드보다는 조금 더 국악적 느낌을 살렸다. 한국적 정서를 더 표현하기 위해 국악이 가진 울림을 곡에 녹여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가창자인 한여름과 성국의 목소리는 잘 알고 있었지만 두 가수의 하모니를 어떻게 하면 더 아름답게 대중에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사진=탑스타 엔터테인먼트 제공)
▲ 노래 발표 후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
“최근 ‘소녀와 꽃’ 뉴스에 달린 댓글이었는데 ‘3대 기획사가 하지 못한 일을 하셨네요’라는 글이 기억에 남는다 ‘대형 기획사들이 이런 일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목소리를 내줘 감사하다는 글이었다. 바라고 한 건 아니지만 소중한 말에 뿌듯함을 느꼈다”
▲ ’소녀와 꽃‘이 어떻게 쓰여지길 바라나?
“이 노래가 많이 알려져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 노래를 통해 일본 사죄를 조금이라도 앞당길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사람이 누군가에게 잘못을 하면 미안하다고 먼저 사과를 하는게 인간의 됨됨이다. 배상은 그 다음인데 순서가 바뀌었다”
▲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부분 외에 음악으로 알리고 싶은 사회적 문제들이 있나?
“세월호 사고가 터졌을 때도 마음이 많이 아팠다. 하지만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로 마음을 먹은 상황이었다.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도 버거운데, 또 다른 목소리를 내기에는 부담이 컸다. 그래서 당시에는 마음 속에만 담아두고 있다가 시간이 좀 지나고 ’미안하다 친구야‘라는 세월호 헌정곡을 만들긴 했다. 하지만 헌정곡을 통해 수익금이 발생되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음원을 유통하지 않고 온라인에만 올린 적이 있다”
▲ ‘소녀와 꽃’ 헌정식에서 음악계가 먼저 ‘사비’라는 단어 사용하지 말고, 후렴구를 사용하자고 했다. 이유는?
“최근 DVD로 ‘말모이’라는 영화를 봤다. 일제강점기 당시의 삶에 마음이 많이 아팠고, 언어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음을 얻었다. 사비 대신 후렴구를 쓰자는 말은 단순히 일본 말을 쓰지 말자는 뜻이 아닌 잘못된 언어를 쓰지 말자는 뜻이었다. ‘사비’라는 음악계에서 흔하게 쓰는 단어가 일제강점기부터 내려온 단어인데 이제는 일본에서도 사용되지 않고, 왜 이 단어를 사용하는지 알지도 못하는 단어라서 비슷한 맥락의 ‘후렴구’라는 단어를 쓰는 게 좋겠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었다. 잘못된 말의 대체어를 찾는 것이 나라와 언어를 지키기 위해 힘쓴 선조들을 위해 후손들이 해야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 이제이 대표에게 '소녀와 꽃'은 어떤 의미인가?
“내게 ‘소녀와 꽃’은 가슴 아픈 역사다. 할머니들의 삶을 떠올리면서 그 곡을 썼는데 정말 많이 우면서 썼던 기억이 있다. 내게 ‘소녀와 꽃’은 가슴 아픈 역사에 대한 기록이다”
▲ 향후 계획이 있다면 이야기 해달라
“스스로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예술가가 목소리를 내야하는 부분이라면 굽히지 않고 이야기해 볼 생각이다. 지인 중에는 ‘너무 정치적인 것이 아니냐’며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분도 있다. 그 부분을 생각했다면 시작도 안했을 거다. 내 가치관 안에서 잘못된 일이 있다면 예술가로서 당연히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본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계획이 있다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모여 사시는 ‘나눔의 집’에서 5월에 효잔치를 한다. 작년에도 소속가수들과 함께 가서 봉사를 했는데, 올해도 큰 문제가 없으면 가서 봉사를 할 것 같다. 후손들이 기억하고 있다는 것에 할머니들께서 위로를 받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