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발간된 유니세프 가족친화정책 보고서 (사진=유니세프한국위원회 제공)
국내 남성 육아휴직자는 전체 육아휴직자 중 1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니세프는 “13일 발간된 가족친화정책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제도적으로 보장된 남성 유급 출산·육아휴직 기간이 OECD 회원국 및 EU 국가 중 2위임에도 육아휴직으로 인한 소득 및 직장 내 경쟁력 감소 등의 이유로 실제 이용자는 현저히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14일 밝혔다.
가족친화정책 연구보고서는 유급 출산·육아휴직 기간, 만 0~5세 영유아 보육·유아 교육 서비스 이용률을 기준으로 OECD 회원국 및 EU국가를 포함한 41개국의 가족친화정책을 평가한 것이다.
위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 대상 국가 중 한국의 제도상 남성 유급 출산·육아휴직 기간은 일본(30주)의 뒤를 이어 17주로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실제 이용률은 매우 낮은 수준을 보였다. 국내에는 2007년 정책이 도입된 이후로 2011년에는 남성 유급 육아휴직 이용 가능 대상자 중 2%만이 휴직을 사용했다. 2018년 전체 육아 휴직자 중 남성 휴직 비율은 17%에 불과하다.
2014년 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남성근로자가 육아휴직 사용에 부담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육아휴직으로 인한 소득감소’(41.9%)로 나타났다.
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남성 육아휴직자의 소득대체율이 32.8%로 노르웨이(97.9%), 오스트리아(80%)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육아휴직을 쓰는 동안 직장에서 받던 임금의 3분의 1 정도만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고용노동부는 2019년 1월부터 ‘아빠육아휴직보너스제’의 월 상한액을 250만원으로 인상하고, 육아휴직 첫 3개월 이후 9개월간의 급여를 통상임금의 50%를 지급하는 등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제도적 노력을 보이고 있으나,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까지 많이 미흡한 수준이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 김지혜 박사는 “OECD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15년 동안 OECD 주요회원국 중 남녀 임금 격차가 가장 큰 국가로, 여성이 받는 임금이 남성보다 37% 적다”라며 “남성이 출산·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여성보다 가계 소득 감소가 크기 때문에 이러한 임금 격차가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를 저조케 하는 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 보고서에는 여성 출산·육아휴직 기간도 함께 조사됐다. 대상 국가 중 여성에게 6개월 이상의 유급 출산·육아휴직이 보장된 국가는 절반에 불과하다. 정책상 여성 유급 출산·육아휴직 기간이 가장 긴 국가는 에스토니아(85주)이며, 헝가리(72주), 불가리아(61주)가 뒤를 잇는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은 정부 차원 유급 출산·육아휴직 제도가 없는 유일한 OECD 국가로 꼽혔다. 미국은 출산·육아휴직을 정부가 아닌 시장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자체 산출에 따르면 국내 만 3~5세 영유아 보육·육아 서비스 이용률은 94%로 연구 대상 41개국 중 7위이며, 3세 미만 서비스 이용률은 38%로 12위다. 3세 미만 자녀의 경우 가정에서 부모의 직접 양육이 더 많은 시기로 이용률이 만 3~5세 이용률과 비교해 낮은 것은 일반적이다. 유니세프는 영유아 성장기에 가정을 통한 발달과 함께 교육시설을 통한 발달을 모두 중요한 가족친화정책을 평가하는 지표로 삼고 있다.
이번 연구는 유니세프의 영유아 발달 캠페인의 일환으로 영유아의 건강한 뇌 발달을 위한 양육 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진행됐다. 유니세프는 최소 6개월의 유급 출산·육아휴직과 취학연령 전 모든 어린이가 수준 높은 보육서비스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각국 정부, 시민사회, 학계, 민간 부문과 협력을 통해 가족친화적인 정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이기철 사무총장은 “영유아기의 부모의 보살핌은 아동의 신체·언어·사회성 발달에 큰 영향을 주므로 제도적으로 허용된 남성의 육아휴직이 충분히 활용되도록 사회적 편견이나 남녀 임금격차를 없애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