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사진=연합뉴스)

처음 국정감사 현장에 투입된 날이었다. 카메라 동선이 꼬일까, 의원 질문을 놓칠까 잔뜩 긴장해 있던 내게 선배가 다가와 속삭였다. “야, 저 사람 얼른 찍어.”

누군지도 모른 채 셔터를 눌렀다. 선배는 덧붙였다. “저 자리에 있던 사람, 나중에 자주 구속돼. 혹시 모르니 사진 남겨둬야 해.” 그날 급하게 찍은 인물은 농협중앙회 회장이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꽤 흘렀지만, 농협중앙회장을 둘러싼 뉴스는 이상할 만큼 늘 비슷한 장면으로 돌아온다. 비리 의혹, 수사, 감사, 국감 도마 위. ‘농협이 또 농협했다’는 말이 업계 안팎에서 자조처럼 나오는 이유다.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을 둘러싼 논란은 낯설지 않다. 오히려 익숙하다.

‘윗물’부터 문제였던 농협의 역사는 길다. 1988년 민선제(정확히는 조합장 간접선출) 도입 이후 농협중앙회장을 지낸 7명 가운데 6명이 각종 비위 의혹으로 검찰·경찰 수사를 받았다. 첫 민선 회장이었던 고 한호선 회장부터 원철희·정대근 전 회장은 금품수수와 비자금 혐의로 구속됐고, 이후 최원병 전 회장은 측근 비리·불법대출 의혹으로, 김병원 전 회장은 불법 선거운동 논란으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개인의 일탈이라고 보기엔 반복이 너무 잦다.

농협중앙회장은 막강하다. 중앙회는 물론 경제지주·금융지주와 주요 계열사 인사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고, 지역농협의 ‘생명줄’로 불리는 무이자자금도 쥐고 있다. 그러나 이 권력을 견제할 장치는 희미하다. 권한은 집중돼 있고, 책임은 분산돼 있다. 그 결과, 회장 주변엔 늘 이해관계자가 몰리고, 선거 과정의 ‘공신’ 챙기기와 보은 인사는 관행처럼 반복돼 왔다. 이러한 구조는 농협의 설립 취지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번 강 회장 논란도 이 구조의 연장선에 있다. 선거 과정에서 뇌물 수수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해외 출장 때 1박 200만원이 넘는 호텔에 숙박한 사실이 드러났다. 규정상 상한선은 250달러지만 이를 6배 넘긴 지출이 5차례 반복됐고, 초과액만 4000만원에 달한다. 특별한 사유는 없었다.

연봉 논란도 이어진다. 비상근 중앙회장으로 연 4억원 가까운 보수를 받으면서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임해 연 3억원이 넘는 급여를 추가로 수령했다. 퇴직금은 별도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성과급까지 포함한 ‘8억원 연봉’이 문제로 지적됐다.

직상금 역시 마찬가지다. 중앙회장이 직원에게 포상금 명목으로 지급하는 직상금은 지난해만 13억원 규모였고, 이 중 10억원 이상을 중앙회장이 집행했다. 기준은 모호했고, 통제는 느슨했다. 이번 특별감사에서 농식품부가 대면 문답을 요구했지만, 강 회장과 부회장은 응하지 않았다.

농민의 협동조합이라는 이름 아래, 무소불위 권력과 반복되는 논란이 공존하는 한 농협은 또다시 농협할 것이다. 문제는 이제 놀랍지도 않다는 데 있다. 그 무감각함이야말로 농협이 가장 경계해야 할 신호다.

농협은 늘 “개혁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매번 감사와 국감이 지나가면 구조는 그대로고, 얼굴만 바뀐다. 그래서 농협중앙회장 자리는 여전히 ‘찍어둬야 할 자리’로 남아 있다. 처음 국정감사장에서 선배가 했던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