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뷰어스 DB
“너무 길어서 못 읽겠다.” A4용지 한 장 수준의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내용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해를 못하겠단다. 글을 ‘읽는’ 시대가 아니라, ‘보는’ 시대의 모습이다.
21일 오후 방송된 ‘SBS 스페셜’의 내용 ‘난독시대 – 책 한번 읽어볼까?’는 스마트폰만 보고 책을 읽지 않은 시대에 난독이 익숙해진 이들을 만났다. 초등학생 때 책을 많이 읽던 사람들이 중고등학교 입시 시기를 거치면서 책을 멀리하게 되고, 성인이 되어서는 자기계발서 등 목적성 독서가 아니면 아예 책을 손에 놓게 되는 상황을 보여줬다. 스마트폰으로 빨리빨리 정보를 찾아서 ‘대략’ 읽어보고, 그조차도 귀찮은 사람들은 유튜브를 통해 ‘대충’ 내용을 찾아본다.
그러다보니 앞서 언급했듯이 A4용지 한 장 수준의 글을 소화해내지 못한다. 읽기는 하는데, 이해를 못하는 이들도 있고, 읽은 후에 ‘뭘’ 읽은 지 모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독서를 안 해서 벌어진 현상이라고만 말할 수 없다. ‘읽고 이해하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단어, 기본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충분히 검색 가능하다.
어느 순간 강연 문화가 활발해진 것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무엇인가 읽기도 귀찮은데,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른다. 그런데 누군가가 그것을 잘 설명해준다. 1~2시간 책에 대해 강연을 들으면 뭔가 뿌듯하다. TV에서도 강연 프로그램이나 정보를 재미있게 전달해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강연은 강연자의 시각에 따라 해석되어 전달된다. 내 스스로 그것을 다시 분해하고 해석할 능력이 기본적으로 갖춰지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즉 잘못 해석되거나 틀린 방향의 강연은 안 들은 것보다 못하다.
난독의 시대가 오래되면 글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 차이로 새로운 계급이 나눠질 수도 있다. 글을 해석하지 못하게 되면, 말도 해석할 수가 없다. 누군가의 해석에 매몰되어 끌려갈 수 있다. 사회 전체에 똑같은 메시지가 던져졌을 때, 이를 제대로 해석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나뉘게 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과거 지배층은 피지배층이 글을 읽고 해석하는 것을 꺼렸다. 무엇을 기록하고 읽고 해석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지배해야 하는데, 피지배층도 똑같이 읽고 해석해 ‘아니다’라며 반박할 경우 사회가 흔들린다고 생각했다. 난독의 시대는 이 시대를 다시 부를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기사를 통해, 시사 유튜브 방송을 통해 해석하며, 사람들을 농락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글을 읽고 쓴다. 그러나 ‘제대로’ 읽고 쓰는지는 의문이다. 난독의 시대가 새로운 세상을 만들지, 퇴보하는 세상을 만들지는 더 지켜봐야 하지만, 글을 제대로 읽고 쓰고 이해하고 해석하는 이들이 점점 ‘힘’을 갖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음은 확실한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