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성동구 올리브영N 성수 매장 전경. (사진=전소정 기자)
“돈주고 받는 서비스가 한국에선 공짜.”
올리브영N 성수에 들린 외국인 고객 A씨가 1년 치 화장품을 한꺼번에 구매하며 전한 말이다. 30일 오전 10시,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올리브영N 성수’는 32도에 이르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매장 전경을 촬영하는 등의 방문객들로 입구부터 붐볐다. 일 평균 방문객 전국 2위라는 괄목한 성과를 내며 신흥 ‘K-뷰티’ 체험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는 분위기다.
특히 이날 눈에 띤 것은 오전 10시 전부터 10명 이상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매장 오픈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현재 올리브영N 매장 외부는 올리브영과 협업 중인 ‘산리오캐릭터즈’와 이날 처음 오픈한 ‘2025 메디힐 X KBO 팝업’으로 1층부터 2층까지 꾸며져 있다.
팝업 등 이벤트에 따른 일시적 영향인지에 대해 묻자, 올리브영N 성수의 한 관계자는 “이곳에서 외국인 고객들이 체험 서비스를 받기 위해 오픈런을 하는 일은 너무나 흔한 일”이라고 현황을 전했다.
30일 서울 성동구 올리브영N 성수에서 외국인 고객들이 스킨케어 체험 서비스를 받고 있다. (사진=전소정 기자)
올리브영N 성수는 제품 판매를 넘어 최신 K뷰티 트렌드를 체험할 수 있는 매장을 콘셉트로 CJ올리브영이 지난해 11월 서울 성동구에 문을 연 혁신 매장 1호점이다. 총 5개 층, 약 1400평(4628㎡) 규모로 올리브영 매장 중 최대 규모다. CJ올리브영은 체험형 콘텐츠와 웰니스 존 등 다양한 요소를 담아 MZ세대와 외국인 고객을 공략하는 동시에 새로운 뷰티 트렌드를 제시하고 브랜드 및 트렌드를 인큐베이팅하는 플랫폼으로 확대하고 있다. 다국어 매장 안내는 물론 외국어 가능 직원을 배치하고 영어로 상품명이 병기되는 전자라벨도 적용하는 등을 외국인 고객 유치를 정조준한 매장이기도 하다.
현재 올리브영N 성수에서만 진행 중인 체험 서비스는 크게 메이크업과 스킨케어 두 가지다. 먼저 스킨케어 존에서는 영미권 고객이 가장 선호하는 ‘피부 진단 서비스’와 ‘두피 진단 서비스’가 마련됐다. 이날 방문한 올리브영N 성수 매장에서도 22명의 고객이 진단 서비스를 받기 위해 현장 대기 중이었고 이 중 대다수가 외국인 고객이었다. 피부 진단은 카메라 렌즈를 피부에 직접 갖다 대고 모공, 잡티, 주름, 피지, 각질, 민감도 등을 분석하고 진단 결과를 분석해 고객 피부에 맞는 성분과 제품을 구체적으로 제안하는 서비스다.
두피 진단도 마찬가지로 카메라 렌즈로 두피와 모근 상태를 측정해 탈모, 유분, 모발밀도, 각질, 두피민감도, 굵기 등을 측정한 후 진단 결과에 따라 두피 상태에 맞는 생활 습관과 추천 제품을 제안한다. 피부와 두피 진단 결과 후 QR코드를 찍으면 유수분 상태 등 분석 결과를 자세히 살펴볼 수도 있다.
이날 두피 진단을 받은 미국에서 온 고객은 “꼼꼼하게 해줘 놀랐다. 두피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주기적으로 받으면 좋을 것 같다”며 “상품을 추천하며 자세한 설명까지 더해주니 좋았다”고 말했다.
올리브영N 성수에 근무 중인 직원 B씨는 “외국에서는 틱톡을 통해 체험 서비스가 유행처럼 번졌다”며 “(그들 나라에서는) 돈을 내고 받아야 하는 서비스를 여기서는 공짜로 받는다며 한번 체험 받을 때 추천하는 제품 1년치를 한번에 사가는 외국인도 있고 가져온 트렁크에 가득 담아가는 외국인 고객도 많다”고 설명했다.
30일 서울 성동구 올리브영N 성수에서 외국인 고객들이 스킨케어 체험 서비스를 받기 위해 현장 예약을 하고 있다. (사진=전소정 기자)
또 다른 스킨케어 체험 서비스는 스파숍과 같은 스킨핏스튜디오에서 얼굴 전체 피부 진단과 함께 홈케어 방법을 70분간 알려주는 ‘홈케어 레슨’이다. 보통 차주 예약 일주일만 미리 받기 때문에 하루 8팀만 진행하고 사전예약 시스템이기에 내국인 고객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관계자 설명이다. 메이크업 체험 서비스로는 사전예약제로 원하는 테마에 맞춰 80분간 메이크업을 진행하는 풀메이크업 서비스 ‘픽 유어 바이브’가 있다.
이날 서비스가 진행되는 메이크업 스튜디오에는 예약고객이 메이크업을 받고 있었다. 해당 서비스 역시 사전예약제로 진행되는 점에서 내국인 고객들이 주를 이룬다. 메이크업 스튜디오 옆에는 분홍색 스튜디오 화장대가 놓여있는데 이곳에서 ‘퀵 터치업’ 체험 서비스를 진행한다. ‘퀵 터치업’ 서비스에서는 입술, 눈, 피부, 눈썹 등 4가지 중 1가지를 선택해 메이크업을 받고 사용된 제품에 대한 설명까지 들을 수 있다.
이날 ‘퀵 터치업’ 체험에 관심을 보이던 10대 외국인 고객 3명은 체험 서비스를 받기 위해 무려 40여분이나 대기하고 있었다. 남성 고객을 위해 마련된 눈썹 연출·관리 1대1 서비스인 ‘맨즈 브로우 서비스’에는 내외국민 구분 없이 하루 평균 8명에서 10명이 시연을 받는다는 관계자 설명이다.
30일 서울 성동구 올리브영N 성수에서 고객들이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전소정 기자)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올리브영N 성수에는 ‘2025 메디힐 X KBO 팝업’ 부분을 제외하곤 고객 대다수가 외국인 방문객었다. 매장 곳곳에 비치된 의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고객들도, 체험 서비스를 기다리고 있는 고객들도, 1층 카페테라스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는 고객들도, 모두 외국인이었다. 특히 올리브영N 성수에서 단독으로 선보인 체험 서비스는 외국인 이용객이 60% 이상일 만큼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체험 성지가 됐다.
그렇다고 올리브영N 성수가 외국인들에게만 인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내국인사이에서도 이미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상태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외국인 결제 건수는 전체 매장 중 올리브영N 성수가 3위인 반면, 내국인 결제 건수는 올리브영N 성수가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리브영N 성수가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국인을 먼저 사로잡은 이 매장은 현재 외국인들에게 입소문이 확대되는 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올리브영N 성수에서 두피케어 브랜드 관계자 C씨는 “(올리브영N 성수)는 K뷰티 트렌드 이끄는 핵심 거점으로 고객 반응이나 상품 동향을 파악하기 최적화된 매장으로 신제품 론칭 전 테스트 플랫폼 역할로서 뛰어난 공간으로 정평이 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