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쇼박스 제공
유해진은 촬영 현장에서도, 완성된 영화를 지켜볼 때도 여전히 긴장한다. 수더분한 매력이 있는 유해진이지만, 일을 할 때만큼은 예민하다. 유해진의 편안한 연기 뒤에는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있었다.
몇 년이 지나도 언론시사회는 익숙해지지 않는 자리다. 유해진은 완성된 영화를 보기 전날에는 늘 긴장감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이번에도 무거운 마음으로 ‘봉오동 전투’ 첫 공개를 기다렸다.
“‘봉오동 전투’ 언론시사회 전날에도 잠을 못 잤다. 간담회 참석 직전 긴장돼서 죽겠다고 했더니, 류준열이 놀라며 ‘진짜냐’고 묻더라. 첫 촬영 전날에도 잠이 안 온다. 스트레스를 받고, 예민한 타입인 것 같다. 긴장감을 털어야 할 때는 털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영화, 연기에 대한 질문을 받는 것도 긴장되는 일이지만, 자신의 연기를 지켜보는 것도 고통스러운 일이다. 자신의 영화를 처음 볼 때 느낀 불안감이 트라우마처럼 남아있었다.
“시사회 이후 기자간담회만 없으면 내 영화는 극장에서나 볼 것 같다. 질문에 답을 해야 하기 때문에 보는 것이지 그날 보고 싶지는 않다. 첫 영화를 가슴 졸이며 본 게 있는데 그 기억이 남은 것 같다. 내가 나오는 타이밍을 아니까 보면서 정말 죽을 것 같더라. 여전히 그 감정이 남아있다. 특히 간담회 때는 다 벗고 있는 느낌이다. 평가를 받는 자리지 않나. 부담되는 자리고, 전혀 익숙해지지 못 할 것 같다.”
불안함을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준비한다. 다양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수많은 경우의 수를 고려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 할 때는 예민하다는 평을 듣기도 하지만, 연기를 위해 늘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예전에는 더 예민했다. 한숨도 못 자면서 내가 해야 할 연기 200가지를 만들어서 가는 타입이다. 끝나고 나면, 또 후회를 하면서 병적으로 계속 되새김질 했다. 그러다가 30대 후반에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 조금 느슨해질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사진=쇼박스 제공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어 힘들 때도 있지만, 동료 배우들과 합이 잘 맞을 때는 행복감을 느낀다. 함께하는 기쁨을 누리는 것이, 힘들어도 연기를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동료들과 현장에 있으면, 상대도 행복하다는 걸 느낄 때가 있다. 마음 맞는 사람과 현장에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한 것 같다. 또 그런 사람들과 끝나고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할 때 행복한 순간들이 있다. 그런 경험들이 많지는 않다.”
‘봉오동 전투’ 촬영을 할 때는 조우진과 이런 경험을 했다. 또 무명의 독립군으로 등장하는 조연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이번에는 조우진, 뒤에서 함께한 우리 팀과 끝나고 술을 많이 마셨다. 주축은 조우진이었다. 항상 누군가를 챙기는 타입이다. 조우진 때문에 외롭지 않은 현장이었다.”
나이가 들면서는 이마저도 마냥 즐기지 못한다. 때로는 선배가 된 자신을 불편해하지는 않을지 걱정하기 때문이다. 부쩍 자신의 나이를 느낀다는 유해진은 앞으로 잘 나아가기 위해 고민 중이다.
“예전에 한 선배가 ‘40대가 되면 현장에서 외로워진다’고 하셨는데, 그때는 몰랐다. 이제는 어떤 자리에 끼는 것도 눈치 보일 때가 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예전보다 많이 한다. 앞으로 잘 가야 할 텐데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