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무더위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처서(23일)가 지나면서 열대야가 사라졌고, 대낮에도 제법 걷기가 수월해졌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 지독했던 폭염을 생각할라치면 벌써부터 내년 여름이 두려워진다. 폭염은 재난이라는데 이제 그 말도 틀렸다는 생각이 든다. 재난으로 불리던 폭염은 어느새 우리가 당연히 감당해야 할 일상적 기후가 된 듯하다. 2018년은 1970년 기상 관측이래 폭염일 수가 가장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이 날은 폭염’이라 삼는 기준은 일 최고기온 33℃다.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기온 33℃가 2일 이상 지속될 때 폭염 경보는 35℃이상의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된다. 이에 따른 2018년 폭염일은 31.5일, 열대야(밤 25℃이상)는 17.7일이다. 올해 집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더욱 끔찍하다. 기상청이 예측하는 2071년~2100년 사이 폭염 예상일은 68.7일이다. 지난해의 두배가 넘는 수치다. 우리는 그 결과치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 우리는 이같은 폭염의 습격을 단순히 지구가 뜨거워져서라고만 생각한다. 지구가 왜 뜨거워지고 있는지, 지구 최극단의 빙하들은 왜 녹아내리고 있는지 막연하게 생각할 뿐 우리가 누리고 있는 편의를 작은 불편으로 감수하고자 하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쑥쑥 자라고 있는 아이들, 언젠가 태어날 우리의 아이들이 우리가 자초한 망가진 지구를 감당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발생하는 기후변화는 바로 현재의 이익과 편의만을 추구하는 어른들이 만들어내고 있는데 이 몫을 감당해야 하는 건 다음 세대다. 기후변화로 사막처럼 변한 멕시코 열대우림 호수(사진=연합뉴스) 이런 생각에 미치게 된 건 지난 27일, 유니세프가 마련한 의미있는 자리 덕분이다. ‘미세먼지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국내 중고생들이 유니세프 헨리에타 포어 총재와 함께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창작 뮤지컬을 선보인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나섰다. 지금의 어른들이 어릴 때 이런(미세먼지) 걱정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 어른들은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상에 대해 생각하지 않느냐”고 꼬집으며 미래 세대를 위한 삶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촉구했다. 부끄러워지는 대목이었다. 아이들 말처럼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생각한 순간이, 찰나가 어느 정도나 될까? 있기는 할까? 에어컨을 켜대며, 공장을 돌려대며, 귀찮아서 비닐을 쓰고 플라스틱을 쓰면서, 대중교통은 불편하다는 이유로 차를 모는 모든 순간들마다 ‘내 작은 행동이 지구를 망치는 길인데’라 생각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너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달궈지고 있는 지구는 위험한 상태다. 지금의 지구는 산업혁명기보다 1℃쯤 높아져 있다고 한다. 여기서 1℃가 더 오른다면 어떻게 될까. ‘예전보다 덥고 숨막히긴 하지만 그래도 살만은 해. 그러니 1℃쯤 더 올라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대기과학자 조천호 박사는 ‘파란하늘 빨간 지구’라는 책을 통해 “지난 500만년 동안 지구의 기온은 산업혁명기 바로 이전보다 2도 이상 따뜻해 본 적이 없다. 이는 인류가 2도 이상 온난화 된 상태에서 생존해본 경험이 없다는 뜻”이라고 경고했다. 학자들이 분석한 지난날의 지구 기후 중 가장 뜨거웠던 시기는 300만년 전 플라이오세 당시로 산업혁명기보다 2℃ 높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해수면 높이는 현재보다 25m 높았다. 만약 현 상황에서 1℃가 더 올라갈 경우 네덜란드를 필두로 일본, 홍콩, 뉴욕 등의 유명 도시들이 물에 잠기게 된다. 세계 인구 30%가 수몰되는 위기에 처하는 것이다. 이미 1℃ 높아진 현재 세계 곳곳에서는 갖가지 기후 변화가 일어나 인류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으며 폭염으로 사망하는 이들도 수 만명에 달한다. 사진=픽사베이 무엇보다 학자들은 인간의 이기적인 활동들이 환경을 파괴하면서 지구가 거듭했던 멸종의 시기마저 앞당기고 있다고 우려한다. 전문가들의 예상치에 따르면 지구 생명체 종의 70%가 소멸되는 멸종의 위기는 인류 활동에 따라 100년 안으로 앞당겨질 수 있다. 대응은 미비한 상태다. 오히려 거꾸로 가는 양상이 펼쳐지기까지 한다. 국내에선 그린벨트 지역을 풀어 신도시 개발을 하고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5년의 파리 기후협약을 탈퇴 선언했다. 다른 국가들 역시 탄소 배출량에 대한 책임감이나 의무감을 찾아보기 힘들다. 울며 겨자먹기식에 가까운 노력이다 보니 기후변화와 이에 따른 미래 세대의 위험도는 개개인에게까지 와닿지 않는다. 우리는 올해도 지독한 더위에 에어컨을 죽어라 틀어댔다. 걷기조차 힘들어 차를 끌었다. 그 덕에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내년 여름은 더 더울 것이며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갈 지구는 더 끔찍할 것이다. 재앙을 자초하고 앞당기는 우리가 짊어지게 된 벌이지만 해맑게 웃는 아이들의 얼굴을 볼라치면 어른들의 무책임한 행태에 마음이 쓰리다. 올 여름, 7살 난 아들은 유치원에서 배워 온 “싱그러운 여름날이 정말 즐거워요”라는 노랫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우리는 당장의 편리와 이익을 위해 싱그러운 여름날을 잃어가고 있다. 앞으로를 살아가야 할 미래 세대가 누릴 계절까지 강탈해가면서.

[문다영의 세태공감] 이 여름을 보내며…한없이 부끄러운 우리

문다영 기자 승인 2019.08.28 10:55 | 최종 수정 2139.04.24 00:00 의견 0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무더위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처서(23일)가 지나면서 열대야가 사라졌고, 대낮에도 제법 걷기가 수월해졌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 지독했던 폭염을 생각할라치면 벌써부터 내년 여름이 두려워진다. 폭염은 재난이라는데 이제 그 말도 틀렸다는 생각이 든다. 재난으로 불리던 폭염은 어느새 우리가 당연히 감당해야 할 일상적 기후가 된 듯하다.

2018년은 1970년 기상 관측이래 폭염일 수가 가장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이 날은 폭염’이라 삼는 기준은 일 최고기온 33℃다.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기온 33℃가 2일 이상 지속될 때 폭염 경보는 35℃이상의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된다. 이에 따른 2018년 폭염일은 31.5일, 열대야(밤 25℃이상)는 17.7일이다. 올해 집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더욱 끔찍하다. 기상청이 예측하는 2071년~2100년 사이 폭염 예상일은 68.7일이다. 지난해의 두배가 넘는 수치다. 우리는 그 결과치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

우리는 이같은 폭염의 습격을 단순히 지구가 뜨거워져서라고만 생각한다. 지구가 왜 뜨거워지고 있는지, 지구 최극단의 빙하들은 왜 녹아내리고 있는지 막연하게 생각할 뿐 우리가 누리고 있는 편의를 작은 불편으로 감수하고자 하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쑥쑥 자라고 있는 아이들, 언젠가 태어날 우리의 아이들이 우리가 자초한 망가진 지구를 감당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발생하는 기후변화는 바로 현재의 이익과 편의만을 추구하는 어른들이 만들어내고 있는데 이 몫을 감당해야 하는 건 다음 세대다.

기후변화로 사막처럼 변한 멕시코 열대우림 호수(사진=연합뉴스)
기후변화로 사막처럼 변한 멕시코 열대우림 호수(사진=연합뉴스)

이런 생각에 미치게 된 건 지난 27일, 유니세프가 마련한 의미있는 자리 덕분이다. ‘미세먼지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국내 중고생들이 유니세프 헨리에타 포어 총재와 함께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창작 뮤지컬을 선보인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나섰다. 지금의 어른들이 어릴 때 이런(미세먼지) 걱정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 어른들은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상에 대해 생각하지 않느냐”고 꼬집으며 미래 세대를 위한 삶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촉구했다.

부끄러워지는 대목이었다. 아이들 말처럼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생각한 순간이, 찰나가 어느 정도나 될까? 있기는 할까? 에어컨을 켜대며, 공장을 돌려대며, 귀찮아서 비닐을 쓰고 플라스틱을 쓰면서, 대중교통은 불편하다는 이유로 차를 모는 모든 순간들마다 ‘내 작은 행동이 지구를 망치는 길인데’라 생각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너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달궈지고 있는 지구는 위험한 상태다. 지금의 지구는 산업혁명기보다 1℃쯤 높아져 있다고 한다. 여기서 1℃가 더 오른다면 어떻게 될까. ‘예전보다 덥고 숨막히긴 하지만 그래도 살만은 해. 그러니 1℃쯤 더 올라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대기과학자 조천호 박사는 ‘파란하늘 빨간 지구’라는 책을 통해 “지난 500만년 동안 지구의 기온은 산업혁명기 바로 이전보다 2도 이상 따뜻해 본 적이 없다. 이는 인류가 2도 이상 온난화 된 상태에서 생존해본 경험이 없다는 뜻”이라고 경고했다.

학자들이 분석한 지난날의 지구 기후 중 가장 뜨거웠던 시기는 300만년 전 플라이오세 당시로 산업혁명기보다 2℃ 높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해수면 높이는 현재보다 25m 높았다. 만약 현 상황에서 1℃가 더 올라갈 경우 네덜란드를 필두로 일본, 홍콩, 뉴욕 등의 유명 도시들이 물에 잠기게 된다. 세계 인구 30%가 수몰되는 위기에 처하는 것이다. 이미 1℃ 높아진 현재 세계 곳곳에서는 갖가지 기후 변화가 일어나 인류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으며 폭염으로 사망하는 이들도 수 만명에 달한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무엇보다 학자들은 인간의 이기적인 활동들이 환경을 파괴하면서 지구가 거듭했던 멸종의 시기마저 앞당기고 있다고 우려한다. 전문가들의 예상치에 따르면 지구 생명체 종의 70%가 소멸되는 멸종의 위기는 인류 활동에 따라 100년 안으로 앞당겨질 수 있다.

대응은 미비한 상태다. 오히려 거꾸로 가는 양상이 펼쳐지기까지 한다. 국내에선 그린벨트 지역을 풀어 신도시 개발을 하고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5년의 파리 기후협약을 탈퇴 선언했다. 다른 국가들 역시 탄소 배출량에 대한 책임감이나 의무감을 찾아보기 힘들다. 울며 겨자먹기식에 가까운 노력이다 보니 기후변화와 이에 따른 미래 세대의 위험도는 개개인에게까지 와닿지 않는다.

우리는 올해도 지독한 더위에 에어컨을 죽어라 틀어댔다. 걷기조차 힘들어 차를 끌었다. 그 덕에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내년 여름은 더 더울 것이며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갈 지구는 더 끔찍할 것이다. 재앙을 자초하고 앞당기는 우리가 짊어지게 된 벌이지만 해맑게 웃는 아이들의 얼굴을 볼라치면 어른들의 무책임한 행태에 마음이 쓰리다.

올 여름, 7살 난 아들은 유치원에서 배워 온 “싱그러운 여름날이 정말 즐거워요”라는 노랫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우리는 당장의 편리와 이익을 위해 싱그러운 여름날을 잃어가고 있다. 앞으로를 살아가야 할 미래 세대가 누릴 계절까지 강탈해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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