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공습한 이란의 원유저장소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운임·환율·유가 ‘트리플 쇼크’…중동 의존이 만든 고질적 구조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재점화되며 중동의 화약고가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해상 물류망이 흔들리자 한국 산업계는 또다시 지정학적 외풍에 몸살을 앓고 있다.
에너지는 수입에, 수출은 해상 물류에 의존하는 산업 구조에서 대부분 업종은 ‘팔아도 남는게 없는’ 상황이다. K-방산은 예외적으로 무기 수요 확대의 기회를 맞고 있지만, 그조차 장기화될 경우, 수출 납기 지연과 부품 수급 불안이라는 복합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복되는 위기 앞에서 이제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한국은 원유의 72%, LNG의 36%를 중동에 의존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유가가 10% 오르면 국내 제조업 원가는 0.67% 상승한다. 서비스업과 비교해도 4배가 넘는 민감도다. 환율까지 오르면 원재료 수입 비용은 더 뛴다. 가격을 올릴 수도 없고, 수요는 줄어드니 ‘끼인 산업’의 고통은 배가된다. 외부 변수에 취약한 구조가 반복해서 드러나는 셈이다.
■ 방산만 ‘수출 훈풍’…기회와 리스크는 동전의 양면
정유·화학업계는 더 심각하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이라크 등 주요 수입국 대부분이 중동 국가다. LNG도 카타르, 오만 등 중동 비중이 36%에 이른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꺼낼 경우, 하루 2000만 배럴의 원유 수송이 마비돼 국내 에너지 수급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정제마진은 단기 개선됐지만 고유가가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다.
방위산업은 수요 확장에 대한 기대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지만 장기간 지속될 경우 상황은 다르다.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조달 차질과 납기 지연 등 실질적 경영 부담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의 기술 협력 체계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 정부 대응은 매번 늦다…이제 체질 바꿀 때
정부는 24시간 비상대응반을 운영하며 원유 수급 점검, 긴급 물류 지원, 중소기업 유동성 확보 등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을 동원해 수입선 다변화, 선물 계약 확대, 비축유 활용 등 방안을 총동원 중이다. 그러나 위기가 닥칠 때마다 땜질식 대응을 반복하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중동발 충격은 사실상 매년 반복되고 있으며 그때마다 산업계는 외부 변수에 흔들리고 있다.
K-산업이 중동 정세에 따라 실적이 뒤흔들리고, 물류비와 환율에 따라 공장 가동률을 조절해야 하는 현실은 단지 일시적인 위기가 아니라 구조적 리스크의 반복이다. 중동 사태는 단순한 외풍이 아니라, 산업 체질의 취약함을 드러내는 거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 공급망 재편, 내수 중심 산업 육성, 그리고 탄탄한 기술 내재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