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2019년 포털사이트 지식 게시판 갈무리)


“키움증권에서 주식투자 시작하려고 하는데요…”

증시가 오르는 국면이면 포털사이트 Q&A 게시판에 심심치 않게 올라오던 글입니다. 처음 주식 거래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키움증권’은 일종의 상식이었습니다. 저렴한 수수료와 편리한 거래 시스템이 강점인 ‘영웅문’(키움증권 거래시스템)은 주린이들이 투자 세상으로 첫 발을 떼는 입문코스였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부양 의지가 강조되면서 증권가 시선이 또한번 키움증권을 향합니다. 상승장마다 퀀텀업 점프에 성공했던 키움증권. 이번에도 국내 증시 랠리를 발판삼아 다시 한번 격차 벌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 잠자는 계좌, 줄어든 신규 고객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5조원 초반이었던 국내 주식 일평균 거래대금은 이달 들어 21조원에 육박하며 40% 가량 늘었습니다. 한국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2분기와 3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각각 21조3000억원, 23조2000억원까지 증가, 호황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상승장에 대한 기대감은 키움증권 주가를 단숨에 20만원대까지 올려놨습니다. 브로커리지 수익 비중이 압도적인 키움증권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죠.

하지만 정작 키움증권의 표정은 복잡합니다. 고객들의 움직임이 어딘지 모르게 이전과는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키움증권 IR 자료에 따르면 4월 현재 활동계좌수는 285만8000좌입니다. 활동계좌란 최근 6개월간 누적 약정이 발생한 계좌를 의미합니다. 실제 키움증권을 이용하고 있는 고객 수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게 해줍니다.

최근 1년간 활동계좌 수 변화를 보면 12개월 중 7개월이 마이너스를 보였습니다. 2021년 동학개미운동 당시 394만좌에 달했던 활동계좌가 점차 감소하면서 최근까지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2023년 12월 이후 시장 활동계좌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반면 키움증권 활동계좌수는 제자리걸음 중이다. 출처=한국거래소)

증시가 부진했던 탓일까요. 애석하게도 시장 전체 활동계좌 수는 쉼없이 증가추세입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0년 말 3550만개 수준이던 활동계좌는 4월 현재 9000만좌 돌파를 앞두고 있습니다. 5년 여 간 2.5배 이상이 늘어난 셈입니다.

더구나 지속적인 수익성 향상을 위해 필수적인 신규 고객 증가세마저 둔화됐다는 점은 키움증권을 더 고민하게 만드는 부분인데요. 지난 2020년과 2021년 333만좌, 384만좌 수준이었던 신규계좌수는 1/3 가량으로 줄면서 지난해에도 100만좌대에 그쳤습니다.

4월 한달간 키움증권에서 새롭게 개설된 계좌수는 5만9000좌. 1년 전(8만6000좌)과 비교하더라도 31.4% 가량 감소한 규모입니다. 2021년 6월 코스피지수가 최고점을 찍기에 앞서 매달 수십만좌가 새롭게 개설됐던 때와 비교하면 온도 차이는 확연히 느껴집니다.

■ 사라진 혁신 이미지, 시스템 오류 '자책골'

키움증권의 경쟁력이 이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지난 20여년간 저렴한 거래 비용과 혁신적인 거래 시스템 등을 무기로 키움증권만의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왔지만 리테일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특히 직관성과 편리성을 앞세운 토스증권 등장 이후 '혁신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퇴색된 것은 신규 고객 ‘수혈’이 필요한 키움으로선 가장 큰 고민입니다. 해외주식 시장에서 이미 토스증권에게 치이고 있는 상황인 만큼 토스증권의 국내 주식 거래량의 변화 추이는 키움증권을 가장 민감합니다.

실제 토스증권의 국내 주식 거래대금은 탄탄한 증가를 보입니다. 지난 1분기 토스증권의 국내주식 거래대금은 전분기 대비 12.17% 증가하며 시장 전체 증가분(10.54%)을 웃도는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300만명 수준이던 토스 앱 월활성화이용자수는 5월 현재 390만명 수준을 기록하며 여전히 영역을 확장 중입니다.

한 증권사 WM 담당 임원은 “그동안 키움증권 ‘영웅문’은 주식 투자를 시작하는 고객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였지만 토스증권 등 신생사들의 등장 이후 키움증권도 무거운 ‘기성 증권사’ 카테고리로 분류되기 시작했다”며 “업계에서는 이번 증시 호황에서 토스증권이 어느 정도 점유율을 가져갈지 관심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여기에 대형 증권사들이 WM 사업을 확장하고 서비스를 강화해 가면서 고객 분산 효과는 더 커지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기업공개(IPO) 청약을 위해 타 증권사 계좌를 개설하더라도 키움증권 계좌를 고집할 이유가 있었지만 대형사들이 금융상품 다양화와 거래 서비스 차별화에 나서면서 한번 유입된 고객들이 그대로 머무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는 것이죠. KB증권이 지난 2022년 LG에너지솔루션 IPO 주관을 계기로 리테일 시장의 성장 가속화를 이룬 것은 대표적 예입니다. 2026년까지 거래 수수료 제로를 외친 메리츠증권 탓에 수수료 매력도 증발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잇따라 발생한 주문거래 오류는 더더욱 쓰라린 ‘자책골’입니다. 키움증권은 IT기업 다우기술을 모태로 출발한 만큼 비교 불가 전산시스템을 자부해왔습니다. 약정 회전율이 높은 고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던 비결이기도 하죠. 하지만 거래 시스템 오류가 잦아지면서 고객들의 실망감은 상당합니다. 실제 종목 게시판에는 지금도 해당 문제를 지적하는 고객들의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브로커리지 시장은 여전히 키움증권 실적의 ⅔ 가량을 떠받치고 있는 뿌리이자 줄기입니다. 4년 만에 찾아온 증시 훈풍은 과연 이번에도 키움증권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까요. 2025년 주식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개미들의 걸음이 어디로 향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