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에 삼성생명의 모든 눈이 쏠려 있다 (사진=삼성생명)
삼성생명이 요양병원 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
26일 금융감독원은 삼성생명 종합감사 결과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삼성생명에 대한 징계안을 심의·결정한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이번 제재심에서 금감원은 '요양병원 암 보험금 미지급'과 '대주주거래제한 위반', '보험계약 대출 안내·관리 강화' 등을 핵심 안건으로 지정해 심의할 예정이다.
특히 요양병원 암 보험금 부지급의 경우 보험 약관에 기재된 '직접적인 암 치료'에 요양병원 입원과 진료가 포함되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2010년대에 들어 요양병원은 많아졌지만 과거 90년대와 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요양병원의 수가 적어 보험 약관도 제대로 명시되지 않았다. 이에 보험사들은 당시 가입한 환자들에게 요양병원 입원 또는 치료가 직접적인 암 치료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지급을 거절했다.
결국 2018년 암 보험 가입자들은 연장 치료를 위한 요양병원 입원과 진료도 치료행위에 해당한다면서 보험금 지급을 주장했고 삼성생명 등 보험사도 물러서지 않으며 분쟁이 촉발됐다.
금감원은 해당 분쟁에 대해 2018년 9월 분쟁 조정위원회를 열었고 ▲말기 암 환자의 입원 ▲집중 항암치료 중 입원 ▲암 수술 직후 입원 등에 대해서 보험금 지급을 명확히 했다. 특히 기존에 직접 치료로 인정하지 않았던 면역력 강화 치료도 항암치료를 목적으로 받으면 어떠한 소송 없이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금감원의 결정과는 별개로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 공동대표인 이 씨는 삼성생명을 상대로 대법원에 암 보험금 청구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해당 소송에 대해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관련 소송에서 삼성생명이 승리하자 업계에서는 이번 제재심에서 금감원이 중징계 결정을 쉽사리 내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관계자는 "이번 제재심 징계 조치는 26일에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또 삼성생명은 암 보험과 관련해 보험금 지급 기준을 꾸준하게 개선해왔으며 이런 부분 역시 이번 제재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금감원이 대법원의 판결에도 여러 가지 대응 논리를 근거로 삼아 예상대로 중징계를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최근 진행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대법원 판결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하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생명은 곤혹스러운 분위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삼성생명에 중징계에 해당하는 '기관경고'를 통보했다.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는 ▲등록·인가 취소 ▲영업정지 ▲시정명령 ▲기관경고 ▲기관 주의 5단계로 나뉜다.
이번 제재심으로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가 확정되면 해당 회사는 자회사 인수 및 1년간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 진출이 어려워진다.
한 가지 사업에만 집중할 수 없는 기업 특성상 신사업 추진 불가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삼성생명은 국내외 자산운용사 인수합병을 통해 운용수익 비중을 늘리고 헬스케어, 마이데이터 등을 검토했지만 징계가 확정되면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또 삼성카드 역시 기존에 신청한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한 심사를 받을 수 없다. 대주주인 삼성생명에 대한 형사소송과 제재 절차 등이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당초 금감원이 사전통지문을 통해 강도 높은 징계를 예고한 만큼 삼성생명의 모든 시선이 금감원 제재심에 쏠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