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설계사들의 연이은 퇴사로 인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사진=삼성생명)
생명보험사 들이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보험설계사들의 연이은 퇴사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업계 상위 기업인 삼성생명은 설계사의 퇴사 비율이 높아지면서 '수수료 확대' 등 특단의 대책까지 내세웠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삼성생명의 13월차 설계사 등록 정착률이 38.8%로 최저를 기록했다.
설계사 등록 정착률은 신규 보험설계사들 가운데 1년 이상 근무를 한 인원의 비중을 보여주는 것으로 신계약 1건 이상, 기존 계약 유지 10건을 기준으로 잡고 있다.
삼성생명의 등록 정착률을 살펴보면 일을 시작한 보험설계사 3명 중 2명이 1년을 버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나거나, 영업이 아닌 다른 업무를 보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삼성생명의 해당 비율은 1년 전(40.4%)보다 1.6%포인트 하락하며 다른 생보사들 중 유일하게 악화 추세를 나타냈다. 금감원이 관련 통계를 공개한 이후 상반기 기준으로 삼성생명의 13월차 설계사 등록 정착률이 30%대로 떨어진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설계사들이 삼성생명을 떠나는 이유에 대해 처우 개선 미비는 물론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는 법인보험대리점(GA)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보험연구원이 발간한 '설계사 인력 특성과 관리 필요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설계사 인력 약 42만명 중 GA 소속은 23만명가량이다.
2~3년간 GA 채널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젊고 유능한 설계사들은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GA로 이동했고 기존 생명보험사 입장에선 떠나는 인재를 무작정 잡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설계사 확충은 물론 신인 설계사마저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가 다수 생기면서 삼성생명은 신규 설계사 지키기를 위한 특단의 조치에 나섰다.
최근 삼성생명에 따르면 영업 성과에 따라 신입 설계사에게 주는 수수료를 이전 대비 1.5배 확대했다. 업무량 대비 부족했던 보상을 더욱 높여주면서 전속 설계사 이탈을 막겠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이러한 삼성생명의 조치에 금융당국이 제도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설계사에 대한 보험사의 과도한 인센티브 지급이 영업 질서를 훼손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까지 유예기간을 거친 보험 상품 사업비와 모집 수수료 개선 방안을 내년부터 본격 시행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에 따라 보험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첫해 수수료는 특별수당을 포함해 월 보험료의 1,200%로 제한된다.
삼성생명을 비롯한 보험사들 입장에서는 관련 제도가 시행되기 전 조금이라도 더 많은 설계사를 확보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현재는 보험사가 상품을 판매한 첫해 설계사에게 월 보험료의 1,700%까지 수수료를 줄 수 있었지만 금융위원회의 개선 방안이 시행되는 내년부터는 똑같은 상품을 팔아도 설계사에게 줄 수 있는 금액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액이 줄어들면 결국 보험사들이 설계사를 영입하기 위해 제시할 수 있는 메리트 역시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며 "이는 보험사에 큰 리스크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수수료 제도를 개편해 설계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수수료 개편이 올해부터 시행된 만큼 설계사 이탈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