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조은에서 이재훈 · 조문기 작가의 ‘ESSENCE‘이 열리고있다. 전시에 참여하는 이재훈 · 조문기 작가는 사물과 사회의 현상을 분석하고 그 본질을 꿰뚫는 자신만의 특색 있는 화풍으로 잘 알려졌다.
두 작가 모두 중앙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한 동문으로 서로의 미술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ESSENCE‘ 조문기 전시전경 (사진=이동현기자)
조문기 작가는 가상의 장면과 이질적인 상황의 재현을 작업으로 끌어낸다. 근래의 작품에서 작가는 전설이나 성화, 신화들에서 나타나는 잔인한 이야기를 회화로 엮어냈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신이자 인간이나, 그 대상의 표현은 명확한 형태가 아니라 오로지 작업을 위한 작가의 상상 속 존재들이다. 그의 작품은 개인적 경험에서도 우러나와 가상의 장면과 결합 되며, 그 장면을 결정하는 핵심적 코드는 콤플렉스이다.
조문기, 추락하는 자식을 삼키는 남자 148 x 112cm Acrylic on canvas, 2020 (사진=이동현기자)
등장인물은 고대 그리스 로마신화의 크로노스에서 영감을 받았다. 크로노스는 그리스 신화의 제2세대 농경의 신으로,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우라노스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낫으로 아버지를 해하고 우주의 지배자 최고신의 위치에 오른다. 하지만 크로노스 본인도 권좌를 지키기 위해 위협이 되는 자식들이 태어나자마자 삼켜버린다.
작가는 고대 신화를 한국식으로 풀이하여 자식이 낫을 든 것을 보고 불안에 빠져 신화에서처럼 잡아먹는 상황을 그려냈다. 이처럼 조문기 작가의 작품 속에서 드러나는 상황은 실제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처럼 생생한 표현으로 연출된다.
작가는 해석의 여지를 다양하게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의 작업에서 이야기하는 장면들은 초현실주의적 표현방식으로 담긴 스토리로 강자와 약자의 양면성이 존재한다. 이 양극화의 현상에서 작품의 해석은 관람자의 상상과 관점에 따라 자유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