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필리조선소 (사진=연합뉴스)
■ 3사 영업이익 3배 급증…연간 5조원 돌파 유력
국내 조선업계가 장기침체의 그늘을 벗어나 실적 순항에 들어섰다. 올해 3분기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의 영업이익은 1조5000억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수준에 근접했다. LNG선 중심의 고수익 수주에 함정·특수선 수요가 더해지며 K-조선은 민간 상선을 넘어 글로벌 해군 조달시장의 주요 공급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제 업계의 관심은 수주에서 수익성·인력·기술 경쟁력으로 옮겨가고 있다.
조선 3사의 올해 3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1조5817억 원으로 전년 동기(5439억원)의 세 배 수준이다. 1~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HD한국조선해양 2조8666억원, 한화오션 9201억원, 삼성중공업 5660억원 등 총 4조3527억 원을 기록했다.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세 회사 합계 4조3527억 원으로 4분기까지 포함하면 연간 5조 원 돌파가 유력하다.
이익률 개선을 견인한 것은 LNG 운반선과 특수선(함정)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배출 규제 강화로 친환경 선박 전환 수요가 급증했고 동시에 글로벌 해군 현대화가 겹치며 특수선 부문이 빠르게 성장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선은 저가 수주 경쟁의 대표였다. 하지만 최근 LNG·암모니아 이중연료 추진, 공기윤활시스템, 전력 재활용 설비 등 친환경 기술 패키지가 수익성 판도를 뒤집고 있다.
■ ‘고부가 상선 + 특수선’ 재편···고마진 선종 중심 포트폴리오 전환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컨테이너선 61척을 수주하며 작년 대비 두 배 이상 늘리며 연간 목표(180억5000만 달러)의 72.5%를 달성했다. 계절적 요인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조선 경기 호황에 힘입어 고선가 선박 매출 비중이 확대되고 상선 부문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삼성중공업 역시 상선 부문에서 48억 달러(목표 대비 83%)를 수주했다. 특히 FLNG(Floating LNG) 중심의 사업 믹스 전환이 실적 개선의 키로 꼽힌다.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액화·저장·선적까지 수행하는 부유식 설비로 육상플랜트 대비 인허가 제약이 적고 모듈화로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현재 상업 운영 중인 FLNG는 8기뿐이지만, 수주잔고 포함 시 13기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한화오션은 지금까지 컨테이너선 13척,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6척,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12척, 쇄빙연구선 1척 등 63억2,000만 달러 상당을 수주했다. 최근 고마진의 FLNG 중심으로 사업 믹스 개선이 본격화되고 미국 MRO 시장 진출을 통해 특수선 부문 신규 기회를 모색하면서 저평가 요인을 점진적으로 해소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오션의 특수선 매출은 3750억원(전년比 91%↑), 영업이익은 287억원(109%↑)으로 급증했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인도 최대 국영 조선소인 코친조선소와 '인도 해군 LPD(상륙함) 사업 추진을 위한 전략적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진은 인도 코친조선소 전경 (사진=HD현대)
■ 사이클 산업에서 구조 산업으로
HD현대중공업은 페루·인도·미국 등에서 해군 함정 협력망을 넓히며 글로벌 방산 해양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역시 미국 비거마린(Vigor Marine)과 MRO(유지·보수) 협약을 맺고 특수선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제 3사의 수익 구조는 단순한 선종 다변화를 넘어 ‘고부가 상선 + 특수선’의 양축으로 재편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 강화, 글로벌 방산 협력, 에너지 전환이 맞물리며 조선업은 더 이상 사이클 산업이 아니라 구조적 성장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함정 시장은 한정적이지만 수출은 단가·수익성이 모두 높다”며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한국 함정의 해외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수주 잔고의 시대에서 ‘수익 구조의 시대’로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은 이제부터 진짜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