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 ENM)
“이 시나리오가 왜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거지?”
배우 공유가 영화 ‘서복’을 선택하게 한 이유다. 시나리오는 공유에게 “왜 사는 것인가?”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 답을 찾기 위해 기꺼이 영화 속 배우가 된 공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고 답했다.
공유와 박보검의 브로맨스가 돋보이는, 다소 SF영화로의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영화 ‘서복’이 개봉을 앞뒀다. 코로나19 상황으로 개봉을 미루고 미루다가 티빙과 극장 동시 개봉이라는 카드를 꺼내들고 서다.
“이런 상황을 원망할 수는 없지 않나? 이미 한참 전에 촬영을 마쳤고, 홍보도 한차례 한 작품인데 코로나19 확산으로 개봉을 못했다. 나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를 원망할 수 없는 문제이지 않나. 극장과 OTT 동시 개봉이라는 결정을 내렸는데, 그것도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영화 ‘서복’은 오는 15일 극장 개봉과 동시에 티빙에서 공개된다.
(사진=CJ ENM)
■ 민기헌의 고통에 오롯이 몰입…“감독이 의도가 가장 중요”
누군가는 이 영화는 SF장르라고 하고, 누군가는 공유와 박보검의 브로맨스라고 한다. 하지만 굳이 영화 ‘서복’을 장르적으로 분류하자면 사실상 로드무비에 가까운 영화다. 복제인간과 그의 전능한 능력치를 보았을 때 SF 영화가 아닐 리 없지만 영화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민기헌(공유)과 영생을 얻었지만 갈 곳이 없는 복제인간 서복(박보검)의 동행 속에서 메시지를 던진다.
“기헌이 살고 싶은 건 인간으로서 당연한 본능이다. 보편적인 사고에서는 어떤 인간이든 죽음 앞에 태연할 수 없다. 영화에 표현은 안됐지만 기헌은 아마 살기 위해 온갖 노력들을 다 했을 것이다. 죽음을 눈앞에 맞이할 때 더 살고 싶어 할 것같다. 그런 생각으로 민기헌을 연기했다”
죽음을 앞둔 정보국 요원 민기헌은 정보국의 요청을 받아 마지막 임무를 실행한다. 바로 복제인간 서복을 이동시키는 일. 그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공격을 받게 된다. 공격을 피해 달아나는 과정에서 민기헌은 서복과 함께 울산으로 떠난다. 그 여정에서 민기헌은 서복에게 일종의 고해성사를 하고, 서복 또한 민기헌에게 울산으로 가는 이유를 설명한다.
“관객들이 기헌의 고토을 느꼈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었다. 영화는 사실 민기헌의 시선에서 바라봐야 한다. 관객들이 민기헌에게 이입된다면 온전히 영화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관객이 민기헌에게 이입되길 바란다고 말하는 공유는 그만큼 극중 인물을 표현하는데 섬세했어야 했다. 죽음을 앞둔 인물, 살고 싶은 인물, 그러면서 복제인간에게 연민을 느끼는 민기헌을 공유는 어떻게 풀어냈을까.
“더 마르고, 얼굴을 더 망가트리고 싶었다. 그만큼 민기헌의 고통을 표현하고 싶었으나 주위의 만류가 있었다. 아픈 민기헌을 연기하기 위해 공유는 3~4키로그램의 체중을 감량했다. 지방량이 많이 빠지면서 얼굴이 파르라니 패였다. 더 아파보여도 됐는데 이용주 감독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만류를 했다”
공유는 아픈 민기헌을 통해 관객에게 “왜 사나? 무엇을 위해 사나?”라는 질문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 자신이 시나리오를 통해 받은 질문, 여전히 답변하지 못한 그 심오함을 관객에게 전이시킴으로써 영화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 듯 보인다.
영화에 의미를 쏟아 넣기 위해서는 상대배우 박보검과의 호흡도 중요했다, 이용주 감독은 영화 ‘서복’에 대해 “브로맨스 영화”라고 정의했다. 그만큼 공유와 박보검의 케미는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애초 감독이 잡았던 방향이 나와 보검의 감정선이다. 나도 후배 배우와 이렇게 둘이 영화를 끌어간 적은 처음이어서 부담이 있었지만 박보검이 정말 잘 따라와줬다. 뿐만 아니라 박보검이 끌어준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둘은 서로를 배려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비슷한 두 사람이 만나 좋은 호흡으로, 사이좋게 촬영할 수 있었다”
(사진=CJ ENM)
■ 다작(多作)하고 있지만 공백 있어 보이는 배우
“한 살 이라도 젊을 때 더 많은 작품을 하고 싶어서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의외로 다작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 모양이다. 가끔 나에게 왜 이렇게 작품을 많이 안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기실 공유는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쉴 새 없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다. 그 자신도 “나는 늘 촬영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라고 말할 정도니 말이다.
“아직은 젊지만 세월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나이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 것이고, 나이 들수록 제약은 커질 텐데 조금이라도 젊을 때 많은 작품을 하자는 주의라서 쉴 새 없이 일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관심사를 끄는 작품들이 많이 나타나주길 바란다”
공유의 관심을 끄는 작품은 메시지를 던지는, 인간 공유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한다. 공교롭게도 ‘도가니’가 그랬고, ‘부산행’이 그랬다. 공유가 맡은 캐릭터의 눈을 통해 세계관을 전달하는 작품이었기에 이 배우가 가진 호불호는 분명해 보인다.
“이상하게 그런 작품을 고르게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늘 부담이 크다. 내가 그것을 못하는 순간 영화가 무너질 것이라는 압박이 따르는 것 같다. 늘 내가 가진 기량 이상을 발휘하기 위해서 주어진 상황 속에서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 공유에게 최근 들어 한 가지 변화가 생겼다. 잡생각이 많은 성향이라고 자신을 설명하지만 영화 ‘서복’을 통해서 확고해진 것이 있단다.
“‘서복’ 때문에 무엇인가 급변한 것은 아닌 것 같고, ‘서복’을 통해 좀 더 확고해진 것은 있다. 원래 일어나지 않을 일을 고민하는 성향의 사람이었다. 혼자 머리 싸메고 고민하는 스타일인데 때로는 그 모든 것들이 부질없게 느껴진다. 지금은 당장 내 앞에 놓인 것에 충실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오늘하루의 소중함을 그 전에는 모르고 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서복’이 그런 부분을 더욱더 견고하게 만든 것 같아서 앞으로는 오늘 하루의 소중함을 깨달으면서 살아보고자 한다”
작품 속에서 살아 있는 인물이 되어 연기한 공유가 작품을 통해 이와 같은 철학을 얻었다고 하니 삶에 대한 물음표를 갖고 있는 관객이라면 영화 ‘서복’을 통해 어떤 깨달음을 얻을지 모를 일이다.
(사진=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