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복' 스틸컷 (사진=CJ ENM)
“죽음이라는 두려움을 바라보는 여러 시선들을 염두에 두고 복제인간이라는 설정을 했다. 우리는 ‘줄기세포 실험 성공’이라는 트라우마를 갖고 있지 않나? 당시 나는 무척 놀랐다. 인간의 영생에 대한 욕망,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지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생명을 연장하려고 하는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서 죽음이라는 근원의 양면을 생각하게 됐다. 그 이야기를 위해 서복이라는 복제인간을 설정한 것일 뿐이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이용주 감독이 9년 만에 내놓은 영화 ‘서복’이 개봉을 앞두고 베일을 벗었다. 12일 오후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서복’은 복제인간이라는 소재에서 풍기는 것처럼 “SF 영화일 것”이라는 편견을 완벽하게 깨고 나왔다.
‘죽음’과 ‘두려움’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철학적이고도 심오하게 접근한 영화 ‘서복’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박보검)과 생애 마지막 임무를 맡은 정보국 요원 민기헌(공유)의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동행을 그린 일종의 로드무비다. 굳이 장르로 이야기하자면 SF보다 로드무비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복제인간’이라는 문구만 보고 SF 장르 영화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았거나, 오락 영화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적지 않은 실망감을 안길 수 있다.
영화 '서복' 스틸컷 (사진=CJ ENM)
또 공유와 박보검의 반짝이는 비주얼 케미를 기대한 관객들에게도 만족감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생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요원 민기헌을 연기한 공유는 병세가 가득한 외모와 삶에 대한 비관으로 찌들어 있는 말투로 관객을 맞이한다. 실험체가 되어 하얀 연구실 복장을 한 채 무표정하게 유지하는 박보검도 역시나 감정을 뺀 복제인간의 모습으로 예의 그 환한 미소를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장영남과 박보검의 연기 케미에서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다움이라는 드라마에 집중한다면 많은 생각꺼리와 함께 극장을 나서며 영화를 곱씹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 '서복' 스틸컷 (사진=CJ ENM)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것은 사람의 승리도 복제인간의 승리도 아니다. 감정 없이 말을 내뱉는 복제인간이 가장 인간적이었던 영화에서 ‘과연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를 곱씹게 하는 작품이다.
민기헌과 서복의 동행의 지점에서 복제인간 또한 ‘인간’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민기헌은 민기헌대로, 서복은 서복대로 갖고 있는 서로 다른 죽음과 죽음을 향한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이입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이입의 과정에서 관객은 저마다의 삶과 죽음 그리고 두려움을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소 무게감 있는 주제를 던진 이용주 감독은 9년 이라는 시간 동안 ‘서복’의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오롯이 한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다가 복제인간이라는 소재를 만났을 뿐이다.
“장르는 외피일 뿐”이라는 그의 말은, 그래서 이 영화를 SF장르물로 분류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떠받치고 있다.
영화 '서복' 스틸컷 (사진=CJ ENM)
서복을 이동시키는 작전에 참여한 민기헌은 작전 중 예기치 않은 공격을 받게 된다. 서복을 죽이려는 세력에 맞서 흡사 자신의 목숨을 던질 것처럼 방어하는 모습에서 이 복제인간은 감명을 받는다. 시종 “민기헌 씨”라고 차갑게 부르던 서복의 입에서 드디어 “형”이라는 친근감 있는 호칭이 나오는 순간이다.
서복은 왜 만들어졌으며, 또한 왜 죽임을 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뒷이야기가 하나씩 벗겨질수록 완성되어 가는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 ‘서복’은 오는 15일 극장과 티빙에서 동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