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이 그룹사의 통합 결제서비스인 ‘신한페이 계좌 결제’ 서비스를 론칭했다 (사진=신한은행)
과거 바퀴의 발명부터 최근 스마트폰의 보급까지 바야흐로 간편함이 경쟁력으로 발현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사람들은 더 빠르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면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이러한 ‘편리함의 수익화’는 돈으로 귀결되는 금융 시스템 역시 빠르게 변화시켰다.
일반적인 돈 거래뿐 아니라 삶 전반에 금융이 파고들면서 다양한 서비스는 편리함을 가져다줬다. 그중 하나가 ‘페이’ 시스템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원하는 물건을 간편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 덕분에 이용자는 급속도로 늘고 있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결제 이용액은 4492억원으로 전년 대비 41.6% 증가했다. 이 가운데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등 전자금융업자 간편결제 이용액은 45.7%로 금융회사 간편결제(30%)보다 비중이 크다.
선점을 통해 빅테크가 치고 올라오자 국내 금융 그룹들은 위기를 인식하고 뒤늦게 통합 간편결제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0월 KB금융을 시작으로 신한금융, 우리금융 등이 이미 진행하고 있거나 시행을 코앞에 뒀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들은 계열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자사 고객만을 위한 서비스에 머물고 있다. KB금융의 ‘KB페이’의 경우 현재 국민카드와 국민은행 계좌만 연결해 쓸 수 있다. 신한금융의 ‘신한페이’도 신한카드나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 계좌를 보유한 고객만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금융 그룹과 다르게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등은 모든 은행의 계좌로 이용이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확장성도 부족하고 기술력도 부족한 금융사의 페이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 스스로 발전 없고 도태되어 가는 시스템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사들은 사업 확장을 위해 다른 은행·카드사 고객도 자사 결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다만 이러한 부분에도 금융지주들은 눈치를 보고 있다. 타사 고객도 이용할 수 있는 오픈형 결제 플랫폼을 운영하려면 서로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간편결제 시스템 이용의 기본 전제는 ‘허용’이다. 자사 통신망에 다른 은행·카드사가 들어올 수 있도록 허락이 필요하다. 금융사들은 이 부분을 협의 중이지만 아직은 논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야심 차게 시작한 오픈 결제 플랫폼 사업은 결국 금융사 스스로 오픈을 해야 발전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시스템을 유지한다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 ‘우물 안 페이’가 되어서는 충성도 높다는 자사 고객들에게도 외면받는다.
그간 금융사는 시장의 변화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발전해왔다. 코로나19 시국에도 비대면 시스템을 빠르게 적용하며 변화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 더욱 편리한 페이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