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구글플레이스토어)
"플랫폼 사업자의 의무를 세계 최초로 법률로 규정한 것은 자부심 가질 만한 일."
문재인 대통령은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이른바 ‘구글갑질방지법’ 통과에 대해 이 같이 말하며 반겼다. 전세계 최초로 구글·애플 등 거대 앱마켓 사업자의 횡포에 대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대한민국 국회가 마련했다.
지난달 31일 구글과 애플을 겨냥한 전기통신사업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이 법은 앱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 의무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동안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야했던 규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콘텐츠 사업자 중 게임업계가 상당한 수혜를 볼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지금까지 구글과 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는 마켓을 통해 서비스하는 게임사에 자사의 결제 시스템만을 이용하도록 강제했다. 그러면서 구글은 이용하는 대가로 30%의 수수료를 뜯어갔다.
게임업계는 구글의 횡포에도 불구하고 대들 수가 없었다. 최근 몇 년 사이 PC보다 모바일 게임이 대세가 됐고 유통을 위해서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사용이 불가피했다. 완벽한 을의 입장에 불과했던 것이다.
여론은 대부분 강제로 인앱결제를 사용하며 고수수료를 내야했던 게임업계가 쌍수 들고 환영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게임사들은 마냥 반기지는 못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은 전세계 앱마켓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앱을 서비스하는 주체나 이를 이용하는 객체 모두 구글과 애플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게임사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을 꿈꾸고 있다. '구글갑질방지법'의 적용 범위는 국내에 그치는 만큼, 여전히 해외 유통에 대한 우려는 남아 있다.
특히 모바일 게임으로 해외에서 높은 매출을 끌어들이고 있는 게임사들은 사실상 인앱결제 강제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우리나라가 작은 파도를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는 꽤나 큰 의미가 있다. 더욱 중요한 건 지금의 분위기를 최대한 멀리 퍼뜨리는 것이다. 게임업계가 환영할 수 있는 실질적인 결과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움직임이 동반돼야 한다.
현재 미국은 상원과 하원에서 모두 '열린 앱마켓 법'을 발의한 상태다. 영국과 독일에서도 인앱결제 강제 행위 등 독점행위에 대해 규제 당국의 조사가 시작됐다. 한국에서 시작된 촛불이 거대한 횃불이 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