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요새 게임사들은 다 왜 그래?”
게임에 관심이 전혀 없던 지인이 던진 말이다. 이 친구는 게임을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각종 뉴스와 커뮤니티에 언급되는 게임사들을 보면서 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굳혀졌다고 한다.
올해 유독 게임업계에 이슈가 많다. 이용자들이 트럭시위에 나서고, 오랫동안 이용해온 '단골'이 다른 게임으로 이사했다. '뽑기'식의 과금 방식은 ‘게임업계의 남양유업’이라는 비난을 듣는다. 특정 게임사가 내놓는 게임은 무조건 하지 않겠다며 불매운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 2분기 '3N'이라 불리는 게임업계 대형 3사(엔씨소프트, 넷마블, 넥슨)은 영업이익이 절반 가까이 감소하는 등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수혜 업종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던 것과 상전벽해다.
올해 게임업계에 닥친 위기는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다. 게임업계 안팎에서는 두 가지 원인을 꼽는다.
우선 개발자를 하대했던 결과라는 거다. 과거 IT업계에서 개발자 위치는 매우 낮았다. 야근은 기본이며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극악의 업무강도를 그대로 수행했다. 어느 기업이든 똑같았기에 불만을 표면적으로 토로하는 직원들도 드물었다.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게임사에서 개발자들이 과로사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결국 업무강도를 견디다 못한 개발자들은 해외 기업으로 옮기거나 그만뒀다.
그리고 코로나19 국면을 맞았다.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면서 개발자 부족 현상이 두드러졌다. 수요가 공급을 따라오지 못하자 개발자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연초 게임업계 이슈였던 연봉대전은 이런 맥락에서 발생했다.
지난 2분기 많은 게임사들은 개발자 확보를 위해 쏟은 인건비로 타격을 받았다. 특히 인건비의 경우 고정지출이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개발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야하나 그런 열정이 남은 개발자가 희귀해졌다. 이런 과오가 업보로 돌아왔다.
두 번째는 양산형 BM모델이다. MMORPG는 경쟁이 핵심이다. 이기기 위해 캐릭터를 강화해야하고, 이를 위해 더 많은 아이템을 사고 투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한때 'K-게임'의 매력이었다. 전세계 어디에도 없던 방식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이용자들도 용납할 수 없는 수준까지 치달으면서 문제가 됐다. 또 이용자들과 소통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진화 발전하지 않고, 파티에 취했다는 것도 문제다.
가챠를 통해 뽑은 결과물을 합쳐 얻을 수 있는 ‘이중가챠’를 넘어 이를 통해 아이템을 모두 완성시켜야만 얻을 수 있는 ‘컴플리트 가챠’까지 갔다. 이중가챠와 컴플리트 가챠를 동시에 결합한 게임도 등장했다. 이용자가 원하는 위치에 도달하기까지 수억원을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게임사의 이런 행위는 "만행"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용자들은 “이런 식으로 나오면 게임을 관두겠다”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트럭시위부터 불매운동까지, 게임업계를 향한 분노를 드러냈다.
고과금을 하는 상위 고정 유저층만 남는다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무과금이나 소과금 이용자가 있어야 고과금 이용자도 의미가 있다. 돈을 투자해 경쟁에서 승리할 대상이 없다면 과금할 이유가 없게 돼버린다.
게임사들은 개발자의 소중함을 뒤늦게 깨닫고 복지 개선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고객, 즉 이용자의 귀중함은 아직 알아차리지 못한 듯 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은 이중적이다. 뒤늦은 대처를 탓하는 의미지만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경고도 있다. 어쨌는 소를 키워야하니까 서둘러 외양간을 제대로 고쳐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