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충주 인등산 SK수펙스센터에 개관한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 내부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상징하는 생명의 나무가 서 있다. (사진=SK)
SK그룹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출발점이 된 충주 인등산에서 탄소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며 넷제로 경영에 대한 굳은 의지를 다졌다.
SK그룹은 16일 “2030년까지 SK가 감축하기로 한 탄소량과 실천 계획 등을 디지털로 구현한 전시관을 충주 인등산에 개관했다”면서 “그룹 ESG경영의 상징적인 공간에 개관한 만큼 탄소중립 경영을 더욱 가속화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인등산에 설치된 전시관에는 SK그룹이 넷제로 경영을 달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방법론 등이 제시돼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 시점(2050년)보다 앞서 넷제로 경영을 조기에 달성하자고 결의했다. 2030년 기준 전세계 탄소감축 목표량(210억톤)의 1%(2억톤)를 줄여 넷제로 경영에 속도를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넷제로는 배출하는 탄소량과 제거하는 탄소량을 더했을 때 순배출량이 제로(0)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구상을 실천하기 위해 SK그룹은 9개 분야에 걸쳐 친환경 기술 생태계를 구축해 탄소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구체적 실행방안을 이번에 개관한 전시관에 담았다.
SK는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시스템으로 친환경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해 2030년에 3730만톤의 탄소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저전력반도체 등으로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생태계 구축해 1650만톤 ▲차세대배터리 등 전기차배터리 생태계 구축해 750만톤 ▲도시유전 사업 등 플라스틱 재활용 생태계를 구축해 670만톤을 감축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SK가 국내외 글로벌 기업들과 구축해야 할 네트워크와 친환경 기술 생태계도 함께 공개했다.
SK그룹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디지털 전시관을 이달 초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이라는 이름으로 오픈했다.
전시관은 인등산과 자작나무 숲을 모티프로 내부를 꾸몄다. 전시관 중앙에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상징하는 ‘생명의 나무’를 설치했고 나무 주변에는 ‘9개의 여정’이라는 주제로 넷제로 달성 방법론이 담긴 키오스크를 배치했다.
모바일 도슨트로 키오스크의 특정 아이콘을 촬영하면 SK가 구축한 9개 친환경 기술 생태계와 탄소절감 효과를 증강현실로 볼 수 있다. 환경오염으로 고통받는 동물과 황폐화된 자연을 보여준 뒤 지구 살리기에 동참할 것을 당부하는 ‘SK 매니페스토’ 영상도 상영된다.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 개관으로 주목받게 된 SK그룹의 ESG 경영은 최종현 선대회장이 1972년 서해개발주식회사를(현 SK임업)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1960~70년대 무분별한 벌목으로 민둥산이 늘어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다 천안 광덕산, 충주 인등산, 영동 시항산 등 총 4500ha(헥타아르)의 황무지를 사들이면서 국내 최초로 기업형 조림사업에 착수했다.
최 선대회장은 임야 매입을 부동산 투자로 바라보는 시각을 우려해 수도권에서 거리가 한참 떨어진 황무지를 매입했고 호두나무와 자작나무 등 고급 활엽수를 촘촘히 심으면서 오해를 불식시켰다. 이 같은 노력으로 50년 전 민둥산은 현재 400만 그루, 서울 남산의 약 40배 크기의 울창한 숲으로 변신했다.
선대회장은 또 조림사업으로 발생한 수익금을 국가와 사회에 필요한 우수인재를 양성하는 장학금으로 사용했다. 선대회장은 1974년 사재를 출연해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한 뒤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학비와 생활비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했다. 선대회장은 조림으로 환경을 보전하고 우수인재를 양성해 사회에 기여했다는 측면에서 SK ESG 경영의 효시로 간주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종현 선대회장의 유훈을 이어받아 한 차원 더 높은 ESG 경영으로 조림사업을 진화·발전시켰다.
최 회장은 2012년 SK건설(현 SK에코플랜트) 산하에 있던 SK임업을 지주회사인 SK㈜에 편입시킨 뒤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고 해외에서 조림사업을 시행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시켰다.
SK는 2012년 강원 고성군의 축구장 70배 크기 황폐지에 자작나무 등 25만 그루를 심어 조림(A/R)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을 시작했다. CDM은 조림사업으로 복구된 숲이 흡수한 온실가스를 측정해 탄소배출권을 인정받는 사업으로 SK는 2013년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최종 인가를 받아 국내 최초로 탄소배출권을 확보한 기업이 됐다.
또한 SK는 인등산 등 국내 조림지 4곳(4500ha)과 전국의 공·사유림을 대상으로 탄소중립 산림협력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사업은 조림으로 감축한 탄소량을 측정해 탄소배출권으로 인증한 뒤 이를 거래해 기업과 공공에게는 탄소중립을 돕고 산주(山主)에게는 수익원을 만들어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SK는 현재 운영중인 탄소중립 산림협력 사업 프로젝트로 향후 30년간 매년 4만3000톤의 탄소가 흡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는 이를 기반으로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환경보전과 부가가치 창출을 동시에 추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나갈 방침이다.
SK는 또 해외에서도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고 있다. 파푸아뉴기니의 열대우림을 보호하는 '레드플러스’(REDD+: 개발도상국의 황폐화된 산림을 조림사업으로 개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 사업과 스리랑카에서 나무를 심는 ARR(신규조림 및 재조림, 식생복원) 사업으로 탄소배출권을 확보했고 베트남과 필리핀에서도 탄소배출권 확보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이밖에도 우즈베키스탄 나보이 지역 조림사업, 튀니지 코르크 참나무 숲 복원사업, 베트남 꽝찌성 농촌공동체 개발사업을 하면서 황폐화된 산림을 복구하고 사막화를 방지하는 등 글로벌 무대에서 ‘K-Forest’ 스토리를 만들고 있다.
SK 관계자는 “기업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것이라는 시각으로 나무와 인재를 키우는 일에 매진했던 최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이 오늘날 SK의 ESG 경영을 비옥하게 만드는 토양이 됐다”면서 “숲을 소재로 글로벌 무대에서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