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아직 말도 못 꺼냈습니다. 들어오는 분배금이 자꾸 줄어드는 게 이상하다는 말에 그래도 은행 이자보다 낫지 않냐고 위로했는데…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생각할지 막막합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네요. 정말 환장할 노릇입니다. 2016년 9월. 상품 설명서를 내미는 미래에셋증권 PB의 말을 듣고 가입한 상품이 바로 ‘미래에셋맵스 9-2호’입니다. 네, 맞습니다. 미국 보험사인 스테이트팜이 20년간 장기 임차하는 조건에 매년 2%씩 임대료 인상, 환차익까지 가능하다는 말에 열흘도 채 안돼 개미들이 3000억원을 사들인 그 펀드입니다. 이번에는 정말 다를 것 같았습니다. 7년 6개월이라는 장기투자, 안정자산으로 꼽히는 부동산, 그것도 미국이라니. 이보다 더 괜찮고 안정적인 조건이 있을까. 이제 투자는 더이상 안 된다던 아내를 겨우 설득해 만기 적금에서 찾은 2000만원을 꽂았습니다. 이듬해부터 매년 두차례 들어오는 분배금을 보니 PB의 말은 거짓이 아닌 듯했습니다. 환율에 따라 매번 입금되는 분배금은 달랐지만 평균 연 6%에 가까웠습니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지난해부터였어요. 코로나 이후 들려오는 달갑지 않은 부동산 경기 소식을 접할 때마다 조금 불안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얼마 전, 담당 PB는 펀드 청산을 통해 회수 가능한 금액이 투자금의 48%라고 전했습니다. 제 귀를 의심했지요. 이어 그는 지금까지 받은 분배금을 합산하면 원금 손실은 3% 정도밖에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황당해서 말이 안 나왔습니다. 세상 어떤 상품이 수익금으로 받았던 금액을 원금으로 환산해 수익률을 계산하는지 기가 막히더군요. 하나씩 따져봐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간의 입금내역을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분배금을 받기 시작한 건 가입 다음해인 2017년부터 총 13차례. 미래에셋증권에서 돌려줬다고 계산한 금액은 1003만6000원이지만 세금을 제외하고 받은 금액을 따지면 실 수령액은 849만원입니다. PB의 말대로 원금의 48%를 돌려받는다면 960만원을 찾는다는 건데 되물으니 사실 이것도 확실치 않답니다. 매매 이후 부대비용, 환율 변동 등을 감안하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합니다. 그것도 1, 2차에 나눠 내년 3월에야 돌려준다고. 7년간의 물가상승률과 그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꼬박꼬박 받아간 운용보수 등 비용에 대한 계산은 접어두더라도 원금에서 발생한 손실만 200만원이 넘을 지경인데 도대체 원금 손실이 3%라는 건 어떻게 계산해 나온건지 속이 터집니다. 물론 투자를 해서 손실을 입을 수는 있습니다. 가장 화가 나는 건 언론을 통해 나오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입장입니다. "더 커질 뻔한 원금 손실 위기를 막았다", "다른 운용사들에 비하면 투자자 리스크를 해소한 충분히 의미가 있는 딜이다" 등 낯뜨거운 ‘자화자찬’을 쏟아내더군요. 국내 첫 해외부동산 공모펀드라는 타이틀을 걸고 자신만만하게 팔았던 상품이 결국 손실로 청산된 것에 대해 반성이나 사과하는 모습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왠지 낯익은 장면입니다.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였으니 벌써 15년 전이네요. 아이를 키우려면 열심히 돈을 모아야 하지 않겠냐던 직장 선배의 말에 은행 창구를 찾아 처음 가입했던 게 ‘인사이트 펀드’입니다. 펀드 가입을 위해 창구에 줄을 서있던 사람들을 보면서 뭔가 미래의 성공을 준비하기 위한 중요한 시작을 한 것만 같던 설렘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인사이트 펀드가 보름만에 4조원 넘게 팔렸던 그해, 우리나라 증시도 처음 2000선에 넘었더랬죠.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1년 만에 수익률은 정확히 반토막났고 투자자들 원성은 폭발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TV에 출연한 미래에셋 관계자는 이런 손실에 대해 되레 “많은 사전경고에도 개인투자자들의 탐욕과 기대심리 때문”이라는 황당무개한 발언으로 투자자들의 속을 두번 뒤집어놨었지요. 가깝게는 코로나 장세에서 소위 '국민ETF'로 급부상했던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차이나전기차Solative’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21년과 2022년 개인들이 순매수한 주식 수만 무려 4665만8000주. 동학개미들 대부분이 사들였다고 봐도 무리가 아닌 규모입니다. 순식간에 4조원대까지 불어난 ETF, 상장 1년 만에 2만원대를 넘은 ETF.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나온 중국 전기차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에 개인이 사서 개인이 끌어올리는 악순환의 반복의 끝은 또다시 급락이었습니다. 지금 8500원을 하회 중이니 여지없는 반토막이네요. 공교롭게도 미래에셋의 이 상품들은 모두 '국내 최초', 혹은 '히트 상품'으로 투자 시장에서 한 획을 그었던 것들입니다. 그 사이 미래에셋은 꾸준히도 성장을 해왔습니다. 한때 130조원대를 넘어 폭발적 전성기를 누렸던 공모펀드 시대를 거치며 쌓은 이익을 기반으로 미래에셋은 훗날 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했고 ‘Tiger차이나전기차Solative’ 효과를 기점으로 미래에셋운용은 ETF의 최강자가 됐습니다. 해외 첫 부동산 펀드는 장기 투자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지만 펀드의 운용을 책임졌던 이들은 여전히 요직을 맡아 잘 나가고 있더군요. 들리는 얘기로는 미래에셋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는데 왜 제 속은 더 쓰린 걸까요. 도대체 뭐가 잘못됐을까. 머지 않은 날 미래에셋은 또 최초의 무언가를 내놓겠죠. 하지만 이제 신뢰를 갖긴 힘들 것 같습니다. 물론 제 아내에게 더이상의 어떤 말도 통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박민선의 View+] “나는 이제 미래에셋을 떠납니다”

박민선 기자 승인 2023.11.14 14:42 | 최종 수정 2023.11.15 07:42 의견 12

아내에게 아직 말도 못 꺼냈습니다. 들어오는 분배금이 자꾸 줄어드는 게 이상하다는 말에 그래도 은행 이자보다 낫지 않냐고 위로했는데…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생각할지 막막합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네요. 정말 환장할 노릇입니다.

2016년 9월. 상품 설명서를 내미는 미래에셋증권 PB의 말을 듣고 가입한 상품이 바로 ‘미래에셋맵스 9-2호’입니다. 네, 맞습니다. 미국 보험사인 스테이트팜이 20년간 장기 임차하는 조건에 매년 2%씩 임대료 인상, 환차익까지 가능하다는 말에 열흘도 채 안돼 개미들이 3000억원을 사들인 그 펀드입니다.

이번에는 정말 다를 것 같았습니다. 7년 6개월이라는 장기투자, 안정자산으로 꼽히는 부동산, 그것도 미국이라니. 이보다 더 괜찮고 안정적인 조건이 있을까. 이제 투자는 더이상 안 된다던 아내를 겨우 설득해 만기 적금에서 찾은 2000만원을 꽂았습니다.

이듬해부터 매년 두차례 들어오는 분배금을 보니 PB의 말은 거짓이 아닌 듯했습니다. 환율에 따라 매번 입금되는 분배금은 달랐지만 평균 연 6%에 가까웠습니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지난해부터였어요. 코로나 이후 들려오는 달갑지 않은 부동산 경기 소식을 접할 때마다 조금 불안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얼마 전, 담당 PB는 펀드 청산을 통해 회수 가능한 금액이 투자금의 48%라고 전했습니다. 제 귀를 의심했지요. 이어 그는 지금까지 받은 분배금을 합산하면 원금 손실은 3% 정도밖에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황당해서 말이 안 나왔습니다. 세상 어떤 상품이 수익금으로 받았던 금액을 원금으로 환산해 수익률을 계산하는지 기가 막히더군요. 하나씩 따져봐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간의 입금내역을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분배금을 받기 시작한 건 가입 다음해인 2017년부터 총 13차례. 미래에셋증권에서 돌려줬다고 계산한 금액은 1003만6000원이지만 세금을 제외하고 받은 금액을 따지면 실 수령액은 849만원입니다.

PB의 말대로 원금의 48%를 돌려받는다면 960만원을 찾는다는 건데 되물으니 사실 이것도 확실치 않답니다. 매매 이후 부대비용, 환율 변동 등을 감안하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합니다. 그것도 1, 2차에 나눠 내년 3월에야 돌려준다고.

7년간의 물가상승률과 그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꼬박꼬박 받아간 운용보수 등 비용에 대한 계산은 접어두더라도 원금에서 발생한 손실만 200만원이 넘을 지경인데 도대체 원금 손실이 3%라는 건 어떻게 계산해 나온건지 속이 터집니다.

물론 투자를 해서 손실을 입을 수는 있습니다. 가장 화가 나는 건 언론을 통해 나오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입장입니다. "더 커질 뻔한 원금 손실 위기를 막았다", "다른 운용사들에 비하면 투자자 리스크를 해소한 충분히 의미가 있는 딜이다" 등 낯뜨거운 ‘자화자찬’을 쏟아내더군요.

국내 첫 해외부동산 공모펀드라는 타이틀을 걸고 자신만만하게 팔았던 상품이 결국 손실로 청산된 것에 대해 반성이나 사과하는 모습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왠지 낯익은 장면입니다.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였으니 벌써 15년 전이네요. 아이를 키우려면 열심히 돈을 모아야 하지 않겠냐던 직장 선배의 말에 은행 창구를 찾아 처음 가입했던 게 ‘인사이트 펀드’입니다.

펀드 가입을 위해 창구에 줄을 서있던 사람들을 보면서 뭔가 미래의 성공을 준비하기 위한 중요한 시작을 한 것만 같던 설렘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인사이트 펀드가 보름만에 4조원 넘게 팔렸던 그해, 우리나라 증시도 처음 2000선에 넘었더랬죠.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1년 만에 수익률은 정확히 반토막났고 투자자들 원성은 폭발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TV에 출연한 미래에셋 관계자는 이런 손실에 대해 되레 “많은 사전경고에도 개인투자자들의 탐욕과 기대심리 때문”이라는 황당무개한 발언으로 투자자들의 속을 두번 뒤집어놨었지요.

가깝게는 코로나 장세에서 소위 '국민ETF'로 급부상했던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차이나전기차Solative’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21년과 2022년 개인들이 순매수한 주식 수만 무려 4665만8000주. 동학개미들 대부분이 사들였다고 봐도 무리가 아닌 규모입니다. 순식간에 4조원대까지 불어난 ETF, 상장 1년 만에 2만원대를 넘은 ETF.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나온 중국 전기차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에 개인이 사서 개인이 끌어올리는 악순환의 반복의 끝은 또다시 급락이었습니다. 지금 8500원을 하회 중이니 여지없는 반토막이네요.

공교롭게도 미래에셋의 이 상품들은 모두 '국내 최초', 혹은 '히트 상품'으로 투자 시장에서 한 획을 그었던 것들입니다.


그 사이 미래에셋은 꾸준히도 성장을 해왔습니다. 한때 130조원대를 넘어 폭발적 전성기를 누렸던 공모펀드 시대를 거치며 쌓은 이익을 기반으로 미래에셋은 훗날 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했고 ‘Tiger차이나전기차Solative’ 효과를 기점으로 미래에셋운용은 ETF의 최강자가 됐습니다. 해외 첫 부동산 펀드는 장기 투자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지만 펀드의 운용을 책임졌던 이들은 여전히 요직을 맡아 잘 나가고 있더군요.

들리는 얘기로는 미래에셋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는데 왜 제 속은 더 쓰린 걸까요. 도대체 뭐가 잘못됐을까. 머지 않은 날 미래에셋은 또 최초의 무언가를 내놓겠죠. 하지만 이제 신뢰를 갖긴 힘들 것 같습니다. 물론 제 아내에게 더이상의 어떤 말도 통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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